필운동 시우식당
제육볶음과 명란크림파스타는 화려한 공격수다. 개인기가 워낙 출중하다 보니, 상생보다는 단독 플레이를 좋아한다. 따로 먹어야만 가장 빛날 줄 알았는데, 같이 하면 환상의 짝꿍이 된다. 이 조합 무조건 찬성일세~ 필운동에 있는 시우식당이다.
밥집을 갈 때 폭풍검색은 무조건이지만, 가끔은 나의 미친 촉을 믿어보기도 한다. 아우라까지는 아니더라도, 느낌적이 느낌으로 여기다 싶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돌격한다.
이때가 2시 언저리였으니, 브레이크타임은 따로 없는 듯하다. 건너편에서 봤을 때는 안을 볼 수 없었는데, 안에서 보니 밖이 겁나 잘 보인다. 들어왔을 때는 먼저 온 사람들이 있어서 내부 사진은 한참을 기다린 후에 담았다.
밖에서도 확인을 했지만, 시우식당은 백반과 파스타를 전문으로 밥집이다. 뭔가 어색하고 언밸런스하지만, 색다른 조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가격이 무지 맘에 들기 때문이다. 요즘 파스파 하나에 만원이 훌쩍 넘는데, 여기는 갓성비라고 해도 될 정도로 착한 가격이다.
위대하지 못한 혼밥러이지만, 이번에는 욕심을 내서 파스타와 백반을 다 먹으려고 했다. 그래서 주인장에게 둘 다 먹고 싶다고 하니, 백반은 정식이 아니라 고기만 추가해서 먹으란다. 그렇다면 "명란크림파스타(9,000원)와 제육볶음추가(6,000원) 그리고 공깃밥(1,000원)도 주세요"
파스타가 메인이라서 반찬은 피클만 나와야 한다. 그래서 주문을 할 때, 백반용 반찬도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주인장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괜찮다고 하면서 다 내주었다.
여기서 잠깐, 제육정식이 아니라 제육볶음과 공깃밥을 따로 주문하니 천원이 빠진다. 그 차이는 아무래도 국인 듯싶다. 주인장이 반찬은 줬지만, 국은 주지 않았으니깐.
착한 가격이니 양이 적거나 퀄리티가 살짝 떨어지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다. 그런데 소스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꾸덕하고, 면발 사이로 명란이 알알이 박혀 있으며 크림이 이 둘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얇은 넙데데(?) 면발이라서 알덴테까지는 아니더라도, 식감이 쫄깃하다.
추가라서 정식보다 양은 적지 않을까 싶지만, 제육볶음을 무지무지 좋아하는 1인이 아니기에 충분했다. 칼칼하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잡내 없이 달큼하다. 불향은 없지만, 양념을 잘해서 다른 반찬 없이 밥과 고기만 먹어도 충분히 괜찮다.
다른 반찬이 없어도 된다고 했지만, 제육볶음과 김치는 예외이니 무조건 같이 가야 한다. 그리고 두부샐러드에 들어있는 양상추 혹은 상추는 쌈채소로 변신에 성공했다.
주문은 둘 다 했지만, 같이 먹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원래는 연출용으로 사진만 찍고 따로 먹으려고 했다가, 단순히 호기심에 먹었다. 불협화음일 줄 알았는데, 와우~ 왜 이 조합을 주인장이 추천했는지 알겠다.
느끼함을 품고 있는 파스타를 제육볶음이 확 잡아 준다. 따로가 아니라 같이 먹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이런 메뉴가 원래 있었는지 싶을 정도로 겁나 잘 어울린다. 이 맛을 알아버린 후, 계속 요렇게 먹었다는 거, 안 비밀이다.
공깃밥은 제육볶음용이라 생각했는데, 주인장이 남은 소스에 밥을 넣어 리조또로 만들어 먹어보란다. 일부러 소스를 좀 더 남긴 후, 여기에 밥을 넣어 쓱쓱 비비면 끝이다.
명란크림소스에 밥이라 오호~ 이것도 괜찮다. 파스타는 밥이 아니라 빵이라 생각했는데, 이 조합도 환상의 짝꿍이다. 제육볶음에 파스타면도 좋았는데 밥은 오죽할까? 만족만족 대만족이다.
명란크림파스타와 제육볶음이 이리도 잘 어울리다니, 아는 맛이 무섭다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너무 힘들다. 갓성비에 맛 그리고 미친 조합까지 필운동이자 서촌에 갈 일이 생기면 반드시 찾을 거다.
2023.12.18-추억의 학교앞 떡볶이 필운동 만나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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