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사랑채에서 만난 겹벚꽃
서울 벚꽃 명소하면 서여의도를 모르는 사람을 없을 거다. 그러나 겹벚꽃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2년 전에는 보라매공원으로 갔지만, 올해는 서여의도 정확히 국회의사당 사랑채로 향했다. 흩날리는 벚꽃과 달리, 겹벚꽃은 탐스럽다.
국회의사당 정문을 통과해 사랑채 방면으로 걸어가는데, 저 멀리 무언가가 보인다. 저기로 가면 다시 돌아 나와야 하는데, 그냥 갈까? 말까?
줌기능 카메라는 이럴때 제 기능을 하는 법. 와~ 벌써 분수를 가동하다니, 이상기후로 인해 벚꽃도 봄도 너무 빠르다. 하긴 이날 처음으로 자외선 차단 능력이 아주 탁월한 양산을 꺼냈다. 선글라스는 사진 찍을 때 불편해서 양산을 즐겨 사용한다. 암튼, 줌으로 당겨서 찍으니 겁나 편하다.
예전에 자료 조사한다고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국회도서관, 지금은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왜냐하면, 사랑채는 좀 더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진짜 믿었다. 저 동그란 지붕 아래 태권V가 있다는 걸... 그래서 볼 때마다 괜히 든든했는데, 지금은 입법기관만은 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관은 절대 갈 일이 없으니 좌회전이 아니라 우회전을 해야 한다. 꽃 너머로 보이는 저곳에 겹벚꽃이 탐스럽게 피어있으니깐.
한옥으로 되어 있는 사랑채는 건물보다는 마당에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야외결혼식을 하기 때문이다. 국회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거, 처음 알았다. 국회도서관 외에는 관심이 없다 보니, 안쪽으로 들어올 일이 없었다. 사랑채는 겹벚꽃을 만나기 위한 목적지였으니 여기서 안녕을 고하고, 왼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15세기 이전 형식을 따르는 공복을 착용한 문인석 뒤로 뭐가 보이는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현장학습을 나온 학생들만 만났기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다. 혼자서 겹벚꽃을 독차지하겠구나 했는데, 먼저 온 사람들이 꽤 있다.
인생사진을 남기려는 걸까? 스마트폰이 아니라 디따 무거운 카메라에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사람들까지, 대단하다는 생각과 저들보다 일찍 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가까이 다가갔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한다면, 겹벚꽃은 탐스럽게 피웠다고 해야 한다. 꽃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나뭇가지가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너 참 예쁘다.
겹벚꽃은 흰색이 섞인 분홍색 꽃으로 다른 벚나무 종류와 달리 늦게 핀다. 5월 9일의 탄생화라고 하던데, 역시나 이상기후 때문일까? 벚꽃에 이어 겹벚꽃도 개화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겹벚꽃은 캉캉춤을 추는 무희가 입고 있는 옷과 같다. 그런데 나의 생각과 달리, 꽃말은 정숙과 단아함이며, 의미는 "수줍음이 많아 이성의 인기는 그다지 끌지 못해요. 그러나 마음속 깊숙한 곳에는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있군요"이라고 한다.
저마다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누른다. 저들은 꽃보다는 사람이 먼저일 테지만, 나는 반댈세~ 혼자왔으니 사람보다 꽃이 먼저다. 사실 혼자서 독차지했다면 셀카에 도전했겠지만, 겹벚꽃처럼 수줍음이 많아서 포기했다.
셀카가 뭣이 중헌지 싶다. 너를 보고 또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니깐. 보라매 공원에 다시 가려고 했는데, 굳이 갈 필요가 없겠다. 홍매화가 봉은사라면, 겹벚꽃은 국회다.
좀 전에 만난 겹벚꽃은 눈높이에 있어 촬영하기 편했는데, 너는 정말 수줍음이 많은가 보다. 키다리아저씨를 보듯,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니깐.
사람이 여기에만 몰려있는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 동네가 아니라 나무 한 바퀴를 도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거, 안 비밀이다. 그만큼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으니깐.
국회사랑채에는 겹벚꽃이 총 3그루가 있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한그루에 집중되어 있다. 왜 그럴까? 궁금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나머지는 인생사진을 담기에 꽤나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사당에 겹벚꽃이 있다는 거, 우연히 알게 됐다. 원래 목적지는 사랑채 옆에 있는 베이커리카페 강변서재였다. 출입구가 서여의도 벚꽃길뿐만 아니라, 국회에도 있다고 해서 이곳을 선택했다. 빵순이라서 빵집에 왔을 뿐인데 겹벚꽃을 만나다니, 이건 행운일까? 행복일까? 둘 다~
강변서재 이야기는 수요일에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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