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초화원에서 만난 튤립 (feat. 고척스카이돔)
꽃구경은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된다. 만개 무렵이 가장 좋은데, 알면서도 놓쳤다. 벚꽃에 비해 튤립은 오래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아쉬움은 크지만, 그래도 봤으니 이걸로 만족이다. 고척교와 구일역 사이에 있는 안양천 초화원에서 만난 튤립이다.
고척스카이돔에 있는 서울아트책보고에 가기 위해 고척교를 걷고 있는데, 녹색 나무들 사이로 알록달록한 무언가가 보인다. 녀석의 정체가 뭘까? 내려가서 직접 확인해야겠다.
오호~ 녀석의 정체는 튤립이다. 광명 안양천에는 예전부터 튤립이 있었는데, 여기는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규모는 광명에 비해 협소하지만, 많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꽃은 멀리서 봐도 예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더 예쁘다. 고로 쭈그려 앉아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만개를 지나 엔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들었다고 하기 보다는 타들어갔다고 해야 할까나? 마치 누군가 불장난이라도 한듯, 그을린 흔적이 여기저기 겁나 많다.
느즈막에 와서 더 예쁜 모습을 담지 못한 건 지극히 나의 실수다. 이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데, 하루살이는 용서가 안된다. 꽃에 눈이 멀어서 처음에는 녀석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근접샷을 찍고 난 후 고개를 들었는데, 눈높이에서 하루살이 부대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춤을 추고 있다. 재빨리 마스크를 꺼내 코와 입을 가렸다.
하루살이는 모기와 달리 물지 않지만, 마릿수로 덤비니 당해내지 못하겠다. 꽃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하루살이 부대로 인해 포기하고 돌아나왔다는 거, 안 비밀이다. 안양천 주변이라서 많은 것일까? 예상치 못한 공격에 꽃구경은 뒷전, 이리저리 피하느라 힘들었다. 참, 저기 보이는 다리가 고척교다.
벚꽃은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 하는데, 튤립은 쭈그려 앉아야 한다. 전자는 높아서 힘들고, 후자는 낮아서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튤립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싶어 하루살이를 피해 가면서 셔터를 계속 눌렀다.
하루살이만 없다면 더 오래 있었을 거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지, 여기서 피하면 저기에 짠하고 다시 등장하고, 또 저기서 피하면 요기서 다시 나타난다.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그들에게 하루살이는 아무것도 아닌가 보다. 이름처럼 하루만 살다 가니 측은지심(?)으로 대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마릿수가 너~~~무 많다.
이걸 보기 전까지 어떤 곳인지 모르고, 그저 고척교와 구일역 사이에 있는 안양천인 줄 알았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안양천 초화원이라는 이름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규모는 약 2,500㎡라고 하고, 튤립뿐만 아니라 백합, 붓꽃, 수선화, 아스타, 찔레 등 21가지 식물이 있다고 한다. 중간 중간 휑한 구간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생각보다 더 늦게 오지 않았나 싶다.
역시 적당한 높이에 있으니 촬영하기 겁나 편하다. 보라색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없으니 노랑과 빨강에 집중해서 담는다.
수선화 같았는데, 혹시나 하는 맘에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노란색 수선화는 딱봐도 아는데, 요건 살짝 헷갈렸다.
돔구장이 아니었다면, 비행기 소리를 무지 자주 들어야 했을 거다. 왜냐하면, 김포공항으로 착륙하기 위해 서서히 내려오는 중이니깐.
이날은 키움과 KT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누가 이겼나? 솔직히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최강야구만 좋아하니깐. 슬램덩크를 보며 농구가 좋아졌고, 공포의 외인구단과 터치를 보며 야구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해 열정이 식었나 보다.
고척스카이돔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야구가 아닌 다른 것만 관람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움의 영웅질주를 응원합니다~
2016.04.21-유채꽃과 튤립도 안양천에 있어요!! (까칠양파의 서울 나들이 e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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