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동 곤트란쉐리에
달달하고 부드러운 크림빵을 좋아한다. 크림이 있어 빵이 퍽퍽하지 않고, 진하고 고소한 커피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크림모카빵과 커스터드크림빵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데, 시간차를 두지 않고 바로 먹으면 꽤 거북해질 수 있다. 빵순이라면서 이제야 알았다니, 앗~ 나의 실수다. 빨미까레는 끝을 봐야 끝나는 엄청난 중독성이 있다. 여의도동에 있는 베이커리카페 곤트란쉐리에이다.
포털에서 곤트란쉐리에를 검색하면 매장이 겁나 많이 나온다. 이왕이면 가맹점보다는 동네빵집 같은 단독 매장을 좋아하지만, 전제가 그러할 뿐 맛과 분위기가 좋으면 상관없다.
곤트란쉐리에는 분위기 깡패라 칭하고 싶을 만큼 베이커리카페의 정석을 보여준다. 2시 언저리에 도착하기도 했지만, 화장실이 좋은 새삥(?) 건물에 은은한 조명 그리고 한적한 분위기까지 완전 맘에 든다. 유리문을 열어야 빵을 꺼낼 수 있는 진열대도 느무느무 좋아요~
그리고 침대가 과학이라면, 케이크는 관상이다. 왜냐하면 조각은 아쉽고 홀은 버거운데 둘 다 가격이 사악하니깐. 곤트란쉐리에의 베스트는 크루아상과 버터소금빵이니 당연히 골라야 하는데, 다른 빵집에서 자주 먹었기에 크림빵을 골랐다.
빵은 이거 먹을까? 저걸 먹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음료는 어딜 가나 정해져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4,500원) 주세요." 참, 원두를 고를 수 있으면, 무조건 "산미 없는 걸로 주세요."
작은 얼음을 주는 곳은 커피빈과 롯데백화점 본점에 있는 여섯시오븐 그리고 콘트란쉐리에다. 큼직하거나 작거나 얼음 크기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을까? 덜 혹은 더 빨리 녹아서 농도 차이라 생각한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진한 때깔과 달리 맛이 연하다.
이상한 느낌적인 느낌이 와서 유리컵을 흔들었다. 잔얼음이라서 빨리 녹았는지(사진 찍느라 늦게 마셨음), 위와 아래가 맛이 다르다. 제대로 섞고 나니 그제야 진한 고소함으로 돌아왔다.
일반 모카빵은 이집만의 레시피로 재해석한 빵이고, 크림모카빵(4,000원)은 고소한 프랄린 크림이 가득 들어있다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프랄린크림이 뭔지 모르지만, 고소와 달달 그리고 부드러움까지 삼박자를 갖췄다. 빵만 먹으면 모카향은 좋지만 살짝 퍽퍽한데, 여기에 크림이 더해지면 게임 오버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크림은 최강이다.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했던가? 빵은 거들 뿐, 커스터드크림이 주인공이다. 커스터드크림빵(2,900원)은 바닐라빈이 가득한 커스터드 트림을 넣었다는데,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니 부드럽다. 그런데 크림모카빵은 먹고 난 후라서 살짝 물렸다는 거, 안 비밀이다.
빨미까레(3,000원)는 엄마손파이의 고급 버전으로 파이 특유의 바삭함과 결이 잘 살아있다. 여기에 초콜릿이 주는 달콤함도 추가다. 그런데 한번 먹기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멈출 수 없다. 원래는 두어 번 나눠서 먹으려고 했는데, 그 생각을 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겁나 빨리 해치웠다.
여의도에 즐겨 찾는 빵집이 있지만, 블로거는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고로, 또 다른 베이커리카페를 찾아 폭풍검색에 돌입해야겠다. 그전에 한 번은 아쉬우니 재방문은 필수다.
2023.12.27 - 독일빵집에서 라우겐에케와 브레첼을~ 여의도동 브로트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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