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백책김치찌개 마포공덕점
지극히 개인적인 외식의 기준은 집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메인으로 고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엄마표 김치찌개에는 라면사리를 넣을 수 없기에, 둘 다 먹고 싶을 때는 밖으로 나간다. 라면과 밥에 살코기가 가득 들어있는 김치찌개까지 공덕동에 있는 백채김치찌개다.
공덕역과 마포역 사이 김치찌개로 겁나 유명한 밥집이 있다. 노포이자 줄서서 먹는 곳인데, 큼직한 돼지고기에는 비계가 가득하고 오래 끓여서 김치는 무르다. 비계를 못 먹고 아삭한 김치를 좋아하다 보니 두어 번 방문을 하고 발길을 끊었다. 근처에 갈만한 김치찌개 집이 없을까 물색을 하던 중, 백채김치찌개가 나왔다.
체인점이라서 살짝 거시기(?) 하지만, 마포공덕점이 228호점이란다. 그만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의미겠지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첫방문인 줄 알았는데 장소는 다르지만 2016년에 갔다. 블로그를 12년 동안 하니,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기억 저장소가 됐다.
오며 가며 봤기에 내부가 그리 크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4인과 2인 테이블이 적절하게 있다는 건, 혼밥하러 오는 이들이 많다는 거다. 고로, 프로 혼밥러는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 1시쯤 도착을 했다.
2016년에 왔을때 1인분이 6,500원이었는데 지금은 만원이다. 그때는 김치찌개에 집중했는데, 지금은 두루치기에 짜글이까지 종목을 확장했다. 단품으로 주문하려는데 세트가 있다. 1인세트는 김치찌개 1인분에 반찬 하나를 추가할 수 있단다. 가격은 삼천 냥을 더 내야 하지만, 나쁘지 않아 보인다.
사실, 달걀말이를 하고 싶었는데 그건 2인분부터라고 한다. 아쉽지만, 혼밥이라서 1인세트(13,000원)에 반찬은 미니햄구이를 골랐다.
물은 셀프가 아니지만, 밥과 육수는 셀프 더하기 무한리필이다. 2개 밥솥 중 왼쪽이 방금 한 밥이라고 주인장이 알려줘서 오른쪽으로 향하던 손이 급 좌회전을 했다.
미니햄구이라서 혹시 스팸이냐고 물어봤다. 돼지비계만큼 고기향이 강한 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체 생산으로 고기 함량은 늘리고 염도를 줄였다고 한다. 두께가 백지장(?)처럼 얇은 점은 아쉽지만, 스햄 특유의 향은 나지 않는다.
갓지은 밥은 맛도 맛이지만, 냄새가 사람을 마치게 만든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탄수화물 중독 초기를 지나 중기 어디쯤에 온 듯싶다.
1인분에 돼지고기를 얼마 주는지 모르지만, 커다란 두덩이와 작은 한덩이가 들어있다. 주문을 할 때, 죄송하지만 비계보다는 살코기 위주로 넣어줄 수 없냐고 물어봤다. 혼밥이기도 하지만, 이거 때문에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왔다. 왜냐하면, 비계를 못 먹는 1인이니깐.
주인장은 주방에 물어본다고 했고, 잠시 후 살코기만 넣으면 맛이 덜 우려날 수 있다고 한다. 안될 거라고 미리 예상하고 있었기에 기대를 전혀하지 않았다. 그런데 맛과 손님의 취향까지 생각했는지, 하나는 비계와 살코기 나머지는 살코기만 있다. 비계는 먹지 않으니 자르지 않고, 살코기만 자른 후 육수를 추가했다. 라면을 영접(?)해야 하니깐.
직접 익힌 산도 3.9 김치를 넣었다고 하더니, 적당히 시큼한듯 새콤하다. 조미료나 설탕을 얼마나 넣었는지 모르지만, 맵거나 짜거나 달지 않고 밸런스가 좋다. 혼밥의 장점이라면 국자를 숟가락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물론 밥은 숟가락으로 먹지만, 국자는 연출용으로 아주 맘에 촬영장비다.
1차는 덜 익은듯 완전 꼬들한 형태로 먹는다. 아직 육수가 면발 속으로 다 스며들지 않았지만, 꼬들식감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배추김치는 생김치보다는 덜 아삭하지만 무르지 않고 씹히는 식감이 살아있다. 참, 백채는 배추의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2차는 조금 퍼졌지만 육수가 제대로 스며든 라면이다. 2cm 두께의 국산 생고기라고 하더니, 겁나 두툼하다. 비계가 없기 때문일까? 쫄깃을 넘어 서걱서걱한 식감이다. 비계는 육수의 깊은 맛을 담당했다면, 살코기는 행복감을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비계를 씹을까 봐 불안불안하면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맘 놓고 제대로 저작운동을 했다.
3차는 김치찌개 본진을 공격한다. 살코기와 배추김치 그리고 두부와 국물을 밥이 들어있는 대접에 가득 들이붓는다. 김가루 추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원래는 조금씩 비비면서 먹는데, 이날은 아침을 굶는 바람에 배가 매우 몹시 고팠다. 라면에 이어 밥까지 푸짐함은 사랑이다.
김치찌개에는 계란말이가 진리지만, 햄도 나쁘지 않았다. 밥이 무한리필이지만, 두어번 가기 싫어서 한 번에 가득 갖고 오는 바람에 끝으로 갈수록 버거웠다는 거, 쉿~ 비밀이다. 포만감을 넘어 과식으로 직행했지만, 저녁을 굶기로 했으니 행복한 식사가 아닐 수 없다.
2015.08.21 - [마포] 굴다리식당 - 시작은 김치찌개, 마무리는 제육볶음!!
2016.12.12 - [신도림] 백채 김치찌개 - 보글보글 김치찌개는 겨울이 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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