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고래 잡으러(?) 울산 북구 정자항 북방파제 등대로~
일정이 빠듯한데 홍게를 먹고 나니 1시간 30분이 후딱 지나갔다. 원래는 바로 이동을 해야 하지만, 잠시 늦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빨간 고래를 잡으러가 아니라 만나러 정자항북방파제등대로 향했다. 바닷가 마을에 왔는데 바다 구경을 아니할 수 없으니깐.
방어진항만 그런 줄 알았는데, 정자항도 참(용)가지미 산지라고 한다. 비슷한 풍경이다 보니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방어진항에서 20마리나 넘게 반건조 가자미를 샀기 때문이다. 장소는 다르지만 품질은 동일하다고 생각하면서 우회전을 했다.
방파제는 파도나 해일 따위를 막기 위해 항만에 쌓아올린 둑이라고 다음 사전이 알려줬다. 여름보다는 겨울 바다를 좋아했는데, 봄바다도 좋구나~ 바다는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멀리서 바라보는 곳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1인이다.
빨간 귀신고래를 만나러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곳곳에 바다 친구들이 포진되어 있다. 가자미와 가운데는 몰라서 건너뛰고 그리고 참돔이다. 따가운 봄볕에 눈을 띄기 힘들었지만, 바다 내음 가득한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정자항을 비롯 울산 바다는 고래사냥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던 귀신고래가 새끼를 낳기 위해 이동하는 경로이다. 울산귀신고래 회유해면은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귀신고래는 해안에서 머리를 세우고 있다가 귀신같이 사라진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쇠고래' 또는 '회색고래'라고도 불린다.
그저 귀신고래 조형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고래 모양을 하고 있는 정자항북방파제등대이다. 원래는 원통형의 등대였는데, 국제적 보호 대상 동물인 귀신고래를 알리고자 2010년 붉은 귀신고래 등대가 교체를 했다고 한다. 귀신고래는 빨갛다? 아니다. 등대의 역할을 하는 고래 조형물로 재탄생하면서 국제기준에 따라 우현표지를 담당하는 빨간색 등대가 됐다.
빨간 등대가 있는 곳에는 하얀 등대도 있다. 빨간색 등대는 배가 바다에서 항구로 들어올 때 항로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으니 왼쪽으로 들어오라는 의미이며, 흰색 등대는 항로 왼쪽에 암초가 있으니 오른쪽으로 항해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더불어 양쪽에 등대가 있다면, 그 사이로 운항하라는 뜻이다.
죽기 전에 배를 타고 인근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한다. 내 손으로 직접 혹은 누가 잡아줘도 상관없다. 갓지은 솥밥처럼 갓잡은 자연산 해산물을 배 안에서 바로바로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어찌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뱃멀미가 심한 1인이다.
파란 하늘 푸른 바다가 정상인데, 바다 색깔이 사뭇 다르다. 검다가 해야 할까나? 전체적으로 푸른 바다가 맞는데 중간중간 칙칙해 보인다. 이때만 해도 원인도 모르고, 그저 정자항 앞바다는 여느 바다와 달리 독특하구나 했다.
이동 중에 우연히 미역을 말리고 있는 어르신을 만났다. 햇살 좋은 봄날, 가지런히 놓여있는 미역줄기랄까? 비린내 하나 없고 어찌나 싱싱하던지 걸음을 멈추고 먼저 양해를 구하고 촬영을 했다. "이 미역은 어디서 가져 왔나요?" 속으로 정자항에도 해녀가 있나 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어르신은 "요 앞바다에서 건져 올려서 말리는 거다"라고 알려줬다.
생각해 보니, 정자항북방파제등대로 가기 전 건어물 가게에서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때는 별생각없이 사진만 찍었는데 아쉽다. 청정한 정자항 앞바다에서 자란 100% 자연산 미역을 그냥 놓쳤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이제 말리기 시작했다면서, 완성품이 없어 못 판다고 했다.
멀리서 볼 때는 그저 칙칙한 줄 알았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미역이 겁나 많다. 봄에는 나물을 캐러 산에 가듯, 정자항 사람들은 미역을 캐러 바다로 나가나 보다. 바다가 깊지도 않은데 직접 캐러 나갈까? 잠시 스치듯 바보같은 생각을 했지만, 다른 일정이 있어 사진만 찍고 말았다. 방어진항에 이어 정자항까지 울산도 바닷가 마을이었어~ 완전 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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