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솥고집
여름에는 저기압으로 떨어지더라도 더위가 무서워 고기 앞으로 가지 않는다. 폭염이 사라지고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니 저기압으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고기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솥뚜껑에 구운 삼겹살에 김치는 말해 뭐해다. 마무리 볶음밥까지 완벽하게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에 있는 솥고집 공덕점이다.
원래는 디따 큰 경양식 돈가스를 먹으려고 했는데, 계약 문제로 문을 닫았다. 피규어 보는 재미가 솔솔했는데, 굳게 닫힌 문을 뒤로 하고 주변탐색을 시작했다. 왜냐하면, 플랜b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물 주위를 돌고 돌고 또 돌다가 솥고집 앞에서 멈췄다. 여름이라서 고기를 멀리했는데, 이제는 가까이 해도 될 듯 싶다. 그런데 대부분의 고깃집은 1인분을 받지 않는다. 지레 포기를 하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때마침 직원(알바생)을 만났다. 혹시나 하는 맘에 점심메뉴를 가리키면서 1인분이 될까요라고 물었다.
아싸~ 된단다. 그래서 들어왔다. 2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인데. 현재 시간 1시 30분이다. 단품 메뉴를 주문하면 된다고 했지만,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솥뚜껑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메뉴판을 보고 있으니 솥뚜껑김치삼겹(1인 15,900원)이 확 끌린다. 다시한번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원래 1인분이 안되는 줄 알지만, 혹시나 가능할까요?" 3시간 같은 3초가 지난 후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원래는 안되지만, 바쁘지 않아서 해드릴게요."
반찬은 구이용과 안구이용으로 나뉜다. 구이용에는 콩나물무침과 김치, 미나리이고, 안구이용은 파채무침, 동치미, 배추김치 그리고 쌈장, 마늘, 양념장이다. 구이용 반찬을 세팅하면서, 이따 고기가 나오면 같이 구우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다른 직원이 오더니 구이용 바반찬을 죄다 가져갔다. 어라~ 왜 그러지?
솥고집은 솥뚜껑에 초벌한 고기가 나오고, 직원이 테이블에서 구이용 반찬을 올리고 고기를 썰어준다. 그런데 초벌된 고기에 반찬 세팅까지 다 되어서 나왔다. 아무래도 바쁘지 않기도 하고, 1인분이라서 주방에서 조리를 다 한 듯 싶다. 이래저래 알아서 다 해주니 좋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그나저나 1인분에 160g이라고 메뉴판에 나와있는데, 익어서 그런지 여백의 미가 넘어 겁나 휑하다. 고기만 먹으면 당연히 부족할테지만, 이것저것 먹을 게 많아서 부족하지 않았다.
비계를 먹지 못하는 1인에게 본연의 맛은 사치일 뿐이다. 물컹거리는 식감을 싫어해 비계를 바삭하게 익혔는데도, 돼지고기는 무조건 쌈이다. 상추에 깻잎, 마늘 그리고 콩나물무침과 미나리, 김치까지 다 때려넣는다.
구이용 반찬 3가지 중에서 콩나물침은 그닥, 미나리는 쌈에 넣지 않고 단독으로, 김치는 안구이용 김치까지 더해서 다 구워 먹는다. 고기를 먹는 건지, 김치는 먹는 건지 모를 정도로 돼지기름에 구운 김치는 최강이다.
돼지고기 쌈에 마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런데 생마늘을 많이 먹으면 속이 아릴 수 있어 솥뚜껑에 투하했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마늘에 김치 그리고 파채무침까지 더해 한쌈을 만든다. 고기가 주인공인데, 부재료를 더 넣어서 먹는다. 이렇게 먹어야 비계 식감이 덜 느껴진다.
돼지기름에 김치를 굽다 말고, 고기를 올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계를 바삭한 과자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튀기듯 구워야 한다. 요즈음 돼지고기도 80%정도 익히고 먹는다고 하던데, 비계를 못먹는 1인은 언감생심이다.
브레이크 타임이 되면 추가 주문이 안 될 듯 싶어 미리 볶음밥(3,500원)을 주문했다. 냉동 볶음밥에 반숙 계란후라이와 김가루 상추가 들어있다. 먹기 전에는 고기가 부족할 줄 알았는데, 볶음밥용 고기까지 만들 정도로 넉넉했다. 볶음밥은 직원이 직접 볶아준다.
고기를 더했는데도 부족해 보여서 구운 김치에 남은 파채무침까지 다 올렸다. 역시 솥뚜껑에 볶음밥은 진리다. 부재료가 많으니 먹는데 지루할 틈이 없다. 볶음밥을 먹을까 고민을 했던 과거의 내 자신에게 "너는 그래서 문제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갓지은 솥밥과 솥뚜껑 볶음밥의 공통점은 누룽지(누른밥)이다. 약간의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이 맛을 포기할 수 없기에 잘 긁어 모은다. 고소하고 바삭한 누른밥은 메인 디시가 아니라 K-디저트다.
더워서 고기 앞으로를 멀리 했는데, 이제는 종종 즐겨야겠다. 더불어 혼밥러에게 최적화된 고깃집을 찾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2023.06.05 - 수제돈까스라 쓰고 왕돈까스라 불러주세요~ 공덕동 더플레이스공간
재오픈 매우 몹시 바람.
'맛을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서 옛날소불고기백반 2인분을 냠냠~ 인천 일미정 (29) | 2023.09.18 |
---|---|
공갈빵과 함께하는 시장 한바퀴! 인천 산동만두 (in 신포국제시장) (34) | 2023.09.15 |
칼칼한 해물고기짬뽕 달달한 찹쌀탕수육 목동 메이루 (in 현대백화점) (27) | 2023.09.13 |
따끈한 크로플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올려~ 목동 비아페 (in 행복한백화점) (19) | 2023.09.12 |
묵은지참치김밥 말고 떡볶이&튀김 소공동 한입소반 (in 롯데백화점 본점) (19) | 2023.09.08 |
나비파이와 에그타르트가 시그니처! 서소문동 엘리스파이 시청역점 (21) | 2023.09.04 |
국물이 끝내주는 별표국수 영등포동 풍국면 (in 타임스퀘어) (24) | 2023.09.01 |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크루아상을 외치다! 공평동 사베(SABE) 종각 (14) | 2023.08.30 |
고기 새우 김치 중 새우만두가 제일 좋아~ 잠실동 파오파오만두 (in 새마을전통시장) (35) | 2023.08.28 |
부산 아니고 서울에서 만난 고추장 쌀떡볶이 신도림동 다리집 (in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20) | 2023.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