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 파오파오만두 (in 새마을전통시장)
아싸~ 잠실에 갈 일이 생겼다. 처음 혹은 오랜만일 경우, 따로 정리해둔 먹리스트를 확인한다. 먹는 걸 좋아하지만, 일부러 찾아가지 않기에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잡아야 한다. 꽤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에 있는 파오파오만두. 새우, 김치, 고기만두 먹으러 드디어 간다.
새마을전통시장에 도착을 했다. 시장 만두집이라고 해서, 안에 있는 줄 알았다. 입구 근처라 들었는데, 입구를 지나고 안으로 한참을 들어왔는데 만두집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중간에 놓쳤나? 그러기에는 통로가 하나 뿐이다. 옆으로 빠지는 골목이 있기는 하지만, 주택가에서 시장으로 이어진 통로일 뿐이다.
파오파오만두는 시장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 입구 근처라고 했던 말은 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입구에 따라 근처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깐. 중간에 포기하고 되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온 보람이 있다.
줄서서 기다리는 곳이지만, 억수로 비가 오는 평일 오전(11시 30분 언저리)은 여유롭다. 끊어지지 않고 사람들이 오고 있지만, 대기줄도 없고 붐비지 않는다. 검색을 통해 알고 왔지만, 파오파오만두는 먹는 공간이 없는 포장전문 만둣집이다.
바사삭이라고 튀김만두를 포함해 만두는 총 4종류다. 언제 올지 모르니, 전메뉴 도장깨기를 하고 싶다. 그런데 비오는 날 튀김은 아닌 듯 싶기도 하고, 대박 할인 메뉴에 튀김만두는 없으니 고기, 김치 그리고 새우만두(13,000원)를 주문했다.
갓나온 만두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다. 추운 겨울이라면 연기가 참 반가울텐데, 축축하고 눅눅한 비오는 여름에 연기는 그리 반갑지 않다. 그래도 사진은 찍어야 하기에, 거리를 두고 줌으로 당겨서 담았다.
만두 포장을 끝낸 직원에게 카드를 준다. 결제가 끝나고, 만두가 들어있는 비닐봉다리를 든다. 이 상태 그대로 잠실야구장으로 가서 만두를 먹으면 되는데, 너무 이르기도 하고 비땜에 경기는 백퍼 취소될 확률이 높다. 고로, 만두 먹을 공간을 찾아 동네 한바퀴를 해야 한다.
만두를 사자마자 누군가의 장난인지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폭우가 되어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내리기 시작했다. 카페와 분식집 그리고 멸치국수냉면까지 총 3곳을 방문했다. 속으로는 만두만 먹고 싶었지만, 양심이 있기에 주문을 하겠다고 했는데도 외부음식 반입이 안된단다.
백퍼 이해가 되는데, 왜 이리 서글플까? 두번의 퇴짜 후, 멸치국수냉면은 세번째로 찾은 식당이다. 여기도 안 되겠지 했는데, 내 표정이 딱했는지 주인장은 음식이 나온 후에 먹으라는 전제를 달고 허락해줬다.
만두만 먹어도 충분하지만, 자고로 인간이라면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비도 오니 칼국수가 딱이지만, 후덥지근해서 열무냉면(7,500원)을 주문했다. 이때, 다른 이들은 뭘 먹는지 먼저 확인을 했더라면, 후회하지 않았을 거다.
왼쪽부터 김치, 새우 그리고 고기만두다. 음식이 나오면 같이 먹으라고 했기에, 냉면이 나올때까지 절대 꺼내지 않았다. 여기서 먹게 해줬으니 예의는 지켜야 한다.
메뉴판에는 1인분에 9개(고기, 김치)라 했는데, 10개가 들어있다. 비가 와서, 일찍 온 손님이라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덤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 준다. 참, 새우만두는 덤없이 6개가 들어있다.
얼마 전, 나혼자산다에서 이장우가 새우만두 30개를 먹었다. 다른 만두는 먹지 않고 왜 새우만두만 했는데, 먹어보니 알겠다. 다른 만두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때깔만 보면 김치만두와 만두소는 비슷하지만, 가운데에 새우 한마리가 들어있다.
새우에 따로 양념을 한 것일까? 맛은 물론, 튼실하니 식감까지 좋다. 작은 입도 힌입만이 가능한 아담한 크기에, 얇은 만두피와 은근 꽉찬 속까지 6개는 매우 몹시 아쉽다.
새우가 워낙 독보적이라서 고기만두는 평범했다. 그래도 만두피가 얇아서 좋았고, 다 식었는데도 먹는데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엄마표 만두에는 당면이 필수인데, 파오파오만두는 만두가 작아서 당면이 들어갈 자리가 없나보다.
살얼음 동동도 없고, 담백하다 못해 허여멀건한 열무냉면은 처음이다. 같은 공간에 10명쯤 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를 빼고 거의 다 칼국수 아니면 멸치국수를 먹고 있다. 만두에 눈이 멀어서 주문을 잘못한 나의 실수다. 고로, 정육식당이나 횟집처럼 상차림비라고 자기합리화를 했다.
평범하던 고기만두에 적당히 익어서 아삭하고 새콤한 열무김치를 더하니 맛은 물론 식감까지 조화롭다. 요런 만두를 먹을때는 단무지가 딱인데, 열무김치도 은근 잘 어울린다는 거, 안 비밀이다.
몇 시간이 흐른 뒤, 여기는 스벅이다. 전 세계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외부음식을 반입할 수 있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란다. 두어번 먹었는데 늘 냄새가 덜나는 빵이지 김치만두는 처음이다. 눈치를 보면서 후다닥 먹는 바람에, 처음에는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다가 서서히 올라왔다.
새우만두와 같은 만두소인 듯 싶은데, 김치만두라서 적당히 맵다. 파오파오만두가 야구장 만두로 인기가 있는 건, 차갑게 식어도 매력은 여전히 뜨겁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갈 일이 생긴다면, 새우만두 30개 주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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