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동 진주집
이열치열이라고 하지만 여름에는 시원한 음식이 최고다. 자주 혹은 많이 먹으면 배앓이를 할 수 있기에 적당히 먹어야 하는데, 이것만은 매일매일 먹고 싶다. 고작 소금만 더했을 뿐, 어떠한 치장없이 본연의 맛으로 승부를 건다. 꾸덕하고 진한 콩물에 탱탱한 면발의 조화는 여름을 물리치기에 더할나위 없으니, 여의도동에 있는 진주집이다.
전메뉴가 아니라 전식당 도장깨기를 하고 싶을 정도로, 가고 싶은 곳이 겁나 많다. 여의도가 주출몰지역이라면 벌써 휩쓸고 지나갔을텐데, 자주 오지 못하니 늘 가던 곳만 간다. 별미볶음도 가고 싶은데, 늘 북적북적하다. 고로, 콩국수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진주집으로 간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 또간집에 나와서 사람이 많을거라 예상을 했다. 그래서 일부러 점심시간을 포기하고 5시 언저리에 도착했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서 더 그런 것일까? 별미볶음과 달리 대기 줄은 없지만, 혼밥하기 좋은 한산한 분위기가 아니다.
블루리본을 그닥 신뢰하지 않지만, 이렇게나 많다면 신뢰를 아니할 수 없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피해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왔는데, 또간집 때문인지 사람이 많다. 혼밥 만렙이긴 하지만, 주변에 혼밥러가 있으면 덜 뻘줌해진다. 그들에게 나도 그런 존재이길...
콩국수는 여러번 먹었기에 이번에는 메뉴판에 없는 육개장칼국수를 먹으려고 했다. 마침 비님도 오셨고, 날도 서늘해져서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그런데 진주집의 육칼은 여름을 제외하고 봄, 가을 그리고 겨울에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냉콩국수(14,000원) 하나 주세요."
명동교자의 마늘김치처럼 진주집은 보쌈김치가 유명하다. 무김치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그 안에 배추김치가 숨어 있다. 하나의 김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2개의 김치다. 왜냐하면 김치를 따로 담그기 때문이다. 배추에 비해 무가 좀 더 달큰하다.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어 계산을 하면서 물어봤다. 대답은 김치를 각각 따로 담근다.
달콤함을 주기 위해 땅콩을, 부족한 비타민을 채우기 위해 채썬 오이를 그리고 식감을 위해 우뭇가사리를 더하기도 하는데, 진주집은 전혀 없다. 오로지 콩물과 면발뿐이다 그만큼 자신이 있으며, 굳이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맛을 보장한다는 의미일 거다.
콩 비린내 따위는 일절 없다. 간은 슴슴은 아니고 적당히 짭짤하다. 꾸덕하고 진한 콩물은 요거트처럼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한다. 개인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물처럼 흐르는 콩물보다는 진주집의 꾸덕한 콩물을 좋아한다.
먹기 위해서는 뭉쳐있는 면발을 풀어야 한다. 여기서 잠깐, 시간을 잠시 되돌려 본다. 직원이 콩국수와 김치가 올려져 있는 쟁반을 들고 내앞으로 다가온다. 음식을 테이블에 내려놓기 전, 가위부터 집어드는 직원, "잘라 드릴까요?"
이때, 바로 대답을 하지 않으면, 긍정의 의미라 생각해 주저없이 가위질을 한다. 면발이 탱탱해서 기본적으로 잘라서 주는 듯 한데, 싫으면 싫다고 확실하게 자기 주장을 밝혀야 한다.
고소가 아니다. 꼬소한 콩물에 탱탱한 면발, 굳이 무엇을 더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테이블에 설탕은 없지만, 따로 요청을 하면 준다. 팥칼국수는 겁나 달게 먹지만, 콩국수는 간이 부족하면 소금을 더할 뿐 설탕따위 필요없다.
담백하니 콩국수만 먹어도 되지만, 김치를 더하면 맛이 달라진다. 꼬들꼬들한 무김치와 겉절이 스타일의 배추김치는 따로따로 먹어도 좋고, 같이 먹어도 좋다. 그런데 김치가 콩물에 빠지면 안된다. 왜냐하면, 순수한 콩물을 마지막까지 유지하고 싶으니깐.
먹다가 나도 모르게 콩물이 얼굴에 묻었나 보다. 다 먹은 후, 거울을 봤는데 턱 주변에 콩가루가 묻어있다. 얼마나 진한 콩물이면, 수분이 마르고 가루만 남았을까? 국수를 먹을때 국물을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콩국수는 국물이 핵심이니 남기면 나만 손해다. 역대급 무더위가 찾아온다는 올 여름, 콩국수나 먹으면서 버텨야겠다.
2019.05.21 - 여의도 진주집 콩국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2023.06.14 - 여름이니깐 냉짬뽕 영등포동 차이린 타임스퀘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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