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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 | 그리움은 반가움으로~

관람료가 만원을 훌쩍 넘으면서 영화관을 찾는 기준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배우나 감독을 보고 갔다면, 요즘은 화려한 영상미, 숨막히는 액션 그리고 짱짱한 사운드가 아니라면 영화관을 버리고 OTT(넷플릭스)를 기다린다. 지난달에 본 아바타는 당연지사라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아리송이다. 당연히 OTT를 기다려야 하는데, 개봉 둘째날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찐팬으로서 대형 화면으로 북산고 5인방을 만나고 싶으니깐. 대부분의 외화는 더빙이 아닌 자막으로 봤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예외다. 만화책에서 TV 애니메이션까지 번역과 더빙으로 읽고 봤기에, 영화도 당연히 더빙이다. 일본 작가가 그렸지만, 강백호, 채치수, 송태섭, 정대만, 서태웅이 더 친숙하고 익숙해서다. 그런데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은지, 평일 낮시간이고 더빙인데도 관객이 꽤나 많다. 남성관객이 90%나 됐다는 거, 안 비밀이다.

 

슬램덩크는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돈을 내고 구입한 만화책이다. 처음에는 친구네 집에서 챔프라는 만화잡지를 통해 슬램덩크를 알게 됐다. 만화책은 소유가 아닌 공유라서 친구에게 또는 만화방에서 봤다. 그러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단행본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소유의 필요성을 느끼고 용돈을 모아모아서 사모으기 시작했다.

 

검색해보니 단행본은 총 31권이 나왔다고 한다. 전 시리즈를 다 구입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여전히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성인이 된 후, 오래된 물건을 싹 정리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갖고 있다면 꽤나 가치가 있을텐데 그래서 더 아쉽다. 슬램덩크 완결 후,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원작자가 죽어서 더이상의 슬램덩크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전국대회를 그렇게 마무리를 했구나 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감독이 원작자가 아니구나 했다. 그런데 감독이 이노후에 다케히코다. 단행본으로 내돈내산을 했던 그 슬램덩크의 원작자와 동일인물이다. 죽었던 자가 살아 돌아온 건 아닐테고, 아무래도 더이상의 시리즈가 나오지 않아서 죽었을 거라고 추정했나 보다.

 

강백호,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그리고 송태섭. 북산고 5인방은 2023년 1월 4일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만화책과 TV애니가 아닌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예전에 비해 목소리는 강백호를 제외하고 다른 성우지만, 인물(그림)은 더 세련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송태섭의 어린 시절로 시작하지만, 북산고 5인방이 등장할 때는 만화책의 느낌으로 시작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바뀐다. 연필로 거칠게 그린 듯한 흑백 그림은 영화가 아닌 만화책을 보고 있는 듯하다. 

 

송태섭의 이야기는 만화책으로도 TV애니로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스토리다. 그런데 스토리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북산고와 산왕고의 전국대회 1차전은 보면 볼수록 기사감을 들게 한다. 새로운 이야기가 분명할텐데, 신기하게도 다음 장면과 대사를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실마리를 찾지 못해, 나보다 슬램덩크에 더 빠져있었던 오래비에게 물어봤다.

 

송태섭

만화책보다 TV애니를 그나마 최근에 봤기에 결말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북산고가 지역예선에서 승리를 한 후, 전국대회를 대비해 예선에서 싸웠던 학교에서 엘리트만을 모아 드림팀을 구성하다. 그들과 연습게임을 치르고, 전국대회로 떠나는 아침 기차역이 마지막 장면이다.

 

그런데 만화책 결말은 전혀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기시감이 들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TV애니는 전국대회를 하지 않았지만, 만화책은 전국대회를 치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내용이 바로 만화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지역예선에 승리한 북산고는 전국대회 1차전에서 최강 산왕고를 맞이하게 된다.

 

채치수와 강백호

역대 전적을 보면 산왕고의 승리는 당연지사다. 왜냐하면 북산고는 전국대회가 처음인 팀이기 때문이다. 경기를 지휘하는 포인트가드 송태섭, 골밑을 지배하는 센터 채치수, 불꽃남자라 불리는 3점슈터 정대만, 올라운드 플레이어 스몰포워드 서태웅 그리고 자칭 천재에서 진짜 천재로 거듭나는 파워포워드 강백호라면 경기를 속단해서는 안된다.

 

만화책과 달리 영화는 송태섭의 비중이 엄청 크다. 캐릭터 중에서 송태섭을 가장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비중이 많아서 좋기도 했지만, 너무 많아서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이야기 구조가 현재와 과거를 계속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정대만과 서태웅

경기의 승패는 만화책을 읽지 않았다면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거론하지 않을 거다. 대신 만화책의 결말은 이렇다. 전국대회에서 내리 3연패를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북산고뿐만 아니라 상양고, 능남고, 해남고 등 보고 싶은 인물들이 많았기에 2학년이 된 강백호와 서태웅을 기대했는데, 더이상의 슬램덩크는 나오지 않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새로운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만화책에서 영화로 옮겨왔을 뿐이다. 그래서 아쉬움도 있지만, 반가움이 더 크다. "포기하는 순간 끝나는 겁니다." "경기의 흐름은 우리가 바꾸는 거라고." 왼손은 거들 뿐과 같은 명대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슬램덩크에서 명장면을 뽑으라고 하면,
첫번째, 소연을 짝사랑하는 강백호와 한나를 짝사랑하는 송태섭이 놀이터에서 절친이 된다. 강백호의 대사 "난 이해해" 
두번째, 왼손을 거들뿐이라는 명대사가 등장하는 소연을 포함 친구들과 함께한 여름방학 단독훈련.
세번째, 북산고와 산왕고의 전국대회 1차전. 선수 생명 강백호에서 펑펑 울었다는 거, 안 비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니, 더 세컨드 슬램덩크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만화책에도 TV애니에도 없는 새로운 이야기로 갖고 왔으면 좋겠다. 참, 영화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적막은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그 어떤 액션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숨막히는 몇 초였기 때문이다. 슬램덩크 TV애니는 넷플에서도 볼 수 있던데, 애니가 아니 만화책으로 다시 읽고 싶다.영화의 결말은 미국에서 다시 격돌하는 송태섭과 산왕고의 가드 정우성.

 

참, 더빙판이라서 혹시나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 있어~ 외치고 싶어 crazy foy you 슬램덩크~"가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안나온다. 그리고 쿠키영상이라고 하기에 뭐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누군가의 얼굴이 등장한다.

2014.07.08 - [만화책] 슬램덩크 - 스포츠 만화의 레전드

 

[만화책] 슬램덩크 - 스포츠 만화의 레전드

Takehiko Inoue 지음!! 제가 유일하게 만화책을 내 돈주고 직접 사 모았던 바로 그, 농구라는 소재로 스포츠 만화의 레전드가 되어 버린 슬램덩크입니다.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시절인거 같은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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