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을 4편이라 몰아서 본 후라, '너의 이름은'은 IPTV(올레티비)로 나올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영화가 재미있을 거라는 건 아는데, 굳이 영화관에서 볼 필요까 있을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다리지 않고 보길 잘한 거 같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에 이어 너의 이름은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 다음으로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거 같다. 빛의 마법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 너의 이름은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는 키워드가 있다. 여느 실사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으로 만들어 주는 빛, 디테일이 살아있는 배경묘사, 꿈(드림) 그리고 애틋한 첫사랑이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은 너의 이름은을 제대로 보기위한 참고서였던 거 같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 키포인트가 되었던 꿈, 초속5센티미터에서 보여준 멋진 빛과 아름다운 노을 그리고 밤하늘의 별, 언어의 정원에서 보여준 첫사랑의 추억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서 보여준 섬세한 서정성까지 너의 이름은에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넌 이름이 뭐니?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꿈에서 몸이 바뀐다. 바뀐 몸으로 하루를 산다. 다시 잠이 들면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다. 현실처럼 느껴진 꿈인데, 꿈에서 깨면 꿈을 꿨다는 기억만 남고, 어떤 꿈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같은 꿈을 반복하다, 드디어 알게 된다. 꿈으로 시작하지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변화를 알게 된 후, 그들은 서로에서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서로의 삶을 즐기기 시작한다. 모태남을 데이트하게 만들어 주고, 나쁜 말을 하는 친구에게 한방 먹이기도 하고,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남자로,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면서 변화를 받아드린다.
하늘에서 혜성이 떨어진 날 이후, 같은 꿈을 꾸지 않게 됐고, 몸도 바뀌지 않게 됐다. 도시 남자 타키는 원인을 찾기 위해 꿈 속에서 본 미츠하가 살고 있는이토모리 마을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는데... 줄거리는 여기까지, 스포일러는 하면 안되니깐.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릴적 동심을 떠올리게 만든다면, 신카이 마코토는 애틋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만든다.
몸이 바뀌고, 끈으로 연결된 운명이고, 과거를 바꾼다는 설정이 진부할 수 있는데, 이 모든걸 디테일한 배경묘사와 눈을 뗄 수 없는 빛의 조화 그리고 아름다운 영상미로 완벽하게 커버를 해준다. 여기에 OST까지, 영화를 보는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 시간이라는 장벽이 있고, 엄청난 재난이 찾아오지만, 서로를 연결해주는 무스비(매듭이라는 뜻)로 시간도 공간도 다 초월하게 된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그렇듯, 어떤 꿈을 꿨는지 기억이 안난다. 꿈 속에서 잊지 않기위해 그렇게 외쳤던 이름이 깨어나면 사라진다. 그래서 제목이 너의 이름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푸른집에서 곧 나올 어떤이와 그를 추종하는 작자들에게는 절대 없겠지만, 나에게는 한가지 트라우마가 생겼다. "가만히 있으라" 트라우마다. 발랄한 전반부와 달리 무거워진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가만히 있으라,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가만히 있으라 자막을 본 순간 답답함과 함께 화가 나기 시작했다. 죽을때까지 사라질 거 같지 않은 가만히 있으라 트라우마, 이렇게 만든 그네들이 너무 믿다.
몸이 바뀌고, 기억을 잊지않기 위해 메모를 하고, 시공간을 넘는, 이 모든게 무스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 매듭을 찾으러 하는 타키와 미츠하, 전작들과 달리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그에 반해 영상미와 감동은 몇배다. 앞으로 신카이 마코토 빠순이가 될 거 같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올레티비로 나올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보길 진짜 잘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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