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 자그놀리 특별전 : LIFE IS COLOR | 화려해 선명해 단순해 (in 세종문화회관)
팝아트 전시회는 어렵지 않아서 좋다. 작가나 작품에 대해 미리 알고 가면 더 좋겠지만, 그냥 가도 된다. 이 작품은 어쩌고 저쩌고, 장문의 설명따위 필요없다. 그냥 내가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폭염에 어려운 미술전은 싫다. 화려하고 선명하고 단순한 올림피아 자그놀리 특별전을 보러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지난해 봄, 같은 곳에서 필립 콜버트 전시회를 봤다. 팝아트를 엄청 좋아하지 않지만, 관련 전시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때, 통신사 할인 유무를 꼭 확인한다. 올림피라 자그놀리 특별전 입장료는 2만원(성인)인데, KT 할인 50%를 적용해 만원을 결제했다.
팝아트 작가는 이름보다는 작품을 먼저 만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름을 들으면 생소하지만, 작품을 보면 아하~ 하게 된다. 이탈리아 출신 올림피아 자그놀리(Olimpia Zagnoli)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팝아트 작가다. 그녀는 엘리자베스 아덴, 애플 등과 브랜드 협업을 했으며, 디올, 프라다, 펜디의 캡슐 컬렉션에서 옷과 악세서리를 디자인했다. Life is Color는 그녀가 아시아에서 하는 첫 전시다.
01 You, Me, Us
자그놀리의 상상에서 탄생된 인물들의 초상,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만남 안에서의 교감과 서로 주고받는 영향, 자아성찰과 같은 주제를 만나 볼 수 있다. 인물들은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로, 각각 인물들의 독창적인 성격은 그들을 나타내는 색상과 성별, 형태 등으로 묘사된다.
아이다호빗 2021 에밀리아 로마냐의 LGBT 혐오에 반대하는 국제 행사날을 기념해 그래픽 디자이너 라이사 파르디니와 콜로보한 포스터다(제목이 너무 길어서 생략).
02 In the City
이 방의 타이틀은 영국의 펑크밴드 The Jam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이 공간에서의 도시는 기운찬 에너지와 그 에너지들을 이루는 활기한 소리들의 조화로 표현된다.
올림피아 자그놀리 특별전은 사진 촬영이 가능한데, 기종에 따라 제한이 있다. 휴대폰은 되는데, DSLR과 같은 카메라는 안된다. 하이엔드 카메라라서 괜찮을 줄 알고 찍었는데, 이것도 안된단다. 그러면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라고 제지를 받았다. 기종 차별은 아닌 듯 싶어, 안내직원에게 왜 안되냐고 물어보니, 카메라로 촬영을 하면 화질이 좋아서 불법복제? 도난? 도용?(이거보다 더 심한 단어였는데 생각이 안남)을 할 수 있단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래도 DSLR이나 하이엔드, 미러리스 카에라를 들고 온 사람들 모두 그런 사람으로 본다는 건 너무하다. 차라리 내부 촬영을 못하게 하지, 기종 차별은 이해가 안된다. 요즘 휴대폰(스마트폰)은 카메라보다 성능이 더 좋다던데, 이건 되고, 이건 안된다. 웬만해서는 토를 달지 않는 성격이고, 그대로 따라하는데 이번에는 불끈 화가 났다. 그래서 도촬을 시도했다.
03 Cuore di Panna
직역하면 휘핑 크림의 심장으로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이름이다. 형형색색의 팝 컬러들의 작품들은 작가의 잠재 의식 속에 스며들어 있는 그때 그시절 레트로 감성의 광고들과 함께 지금은 흐릿하게 남아있지만, 예전 어느 더운 여름 날 맛 본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탄산 음료의 톡 쏘는 청량감 등이 표현되어 있다.
04 The Kiss
이번 전시회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유화 연작이다. 키스는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주제 중 하나로 두 사람, 두 형제, 두 컬러가 만나 가장 완벽한 방법으로 표출되어지는 충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의 표현이다.
05 Eat, Play, COLOR: The Moving Image
1970년대 급진적 형태를 보여줬던 이탈리아 디자인의 특징을 살려 꾸며진 이 공간은 작가가 참여한 세개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준다. 스톱모션 기술, 그린 스크린, 소품들과 만나서 재창조된 작가의 이미지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새로운 형태의 삶을 감상할 수 있다.
06 Jungle Room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 중 한점을 골라 이미지, 소품 및 움직이는 인물을 통해 작품을 새롭게 표현했다. 울창한 정글 안에서 마치 본인이 여기서 살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양 자연의 모습으로 거리낌없이 뛰어다니고 있는 여성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윌리를 찾아라와 매우 흡사하다.
07 Panorama
밀라노에서 자라 도시의 삶을 사랑하는 작가에게 자연은 그녀의 강렬한 호기심을 자극시켜 관찰하게 함과 동시에 낯설음을 주기도 하는 흥미로운 요소이다. 작품 중 다수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일부는 작가의 상상이 투영된 자연의 모습들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밀라노의 아파트에서 격리되어 있는 동안 자신이 무척이나 그리워했던 무언가. 즉, 싱싱한 꽃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제작했다.
08 Between the Lines
스트라이프는 작가의 삶 안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온 요소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입어왔던 줄무늬 옷들, 항상 지미녀 스케치하는 노트 안의 줄무늬 속지, 또한 매일아침 스튜디오로 가는 길의 횡단보도에서도 만나는 스트라이프는 그녀의 삶 안에 항상 존재해왔고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09 The Bode Electric
자그놀리 작품에서 인간의 몸은 남성, 여성, 혹은 젠더의 경계가 모호한 형상들이 서로 얽혀있는 모습을 통해 실제 삶의 이야기를 드려주기도 하고, 현실의 경계를 넘어 상상 속에 만들어진 미래의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10 The Changing Room
디올 룸은 2020~2022 프랑스 패션브랜드 디올에게서 의뢰받은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최근 선보인 꾸뛰르 컬력션을 표현하는데 사용한 자그놀리의 부드러운 획들은 1950년대 잉크와 브러시 만으로 그림을 그렸던 유명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들에게 영감을 얻었다.
11 Ciao!(챠오)
상업 브랜드들과의 협업은 신성하고 세속적인 아이디어를 섞어 보다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작가가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 중 하나이다. 유명 패션 브랜드들을 위해 디자인한 의상 패턴들을 비롯, 카푸치노 컵, 동화 삽화, 종이 백, 책 표지 및 작가의 이미지가 쓰인 다양한 물품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세계각지에서 도착했다.
150여점 중 단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바로 이거다. 따로 액자에 들어 있지도 않고, 작품명이나 설명도 없다. 그런데 딱 보면 다 안다. 화려해, 선명해, 단순해를 정확하게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근데 작품이 맞나?
늘 그러하듯 전시회의 마지막은 기념품 매장이다. 블로그에 전시회에 왔다는 발자국(?)을 남기지만, 무형이 아닌 유형의 무언가를 하나만 소유하려고 한다. 그래서 마그넷을 선택했고, 화질 구린 어른폰으로 촬영했던 작품 중 하나를 골랐다.
대중예술과 클랙식의 차이는 뭘까? 여운이 길지 않다 VS 오래 남는다. 이번에는 기종 차별까지 있어,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될 확률이 높다.
ps...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하는 팀버튼 특별전은 내부 촬영이 금지라서 관람을 취소했다.
2021.03.30 - 넥스트 아트 필립 콜버트전 | 복잡한데 어렵지 않아 (in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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