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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서울1전시실

이건희컬렉션은 국내 1,369점, 국외 119점으로 구성되어 있고, 회화는 412점, 판화 371전,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이다. 입장료가 무료일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너무 큰 기대를 했다. 이번 특별전은 빙산의 일각이랄까?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이다.

 

소격동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자주는 아니어도 주기적으로 작품 전시회를 간다. 당연히 국립현대미술관도 갔는 줄 알았는데, 이번이 처음이다. 경복궁 맞은편에 있는데, 이제야 가다니 그동안 넘 무심했다. 얼마 전에 석파정 서울미술관을 다녀온 후, 한국 근현대 미술작품을 더 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더불어 재벌들은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궁금증도... 

 

티켓부스에 대기줄이 없기에 평일이라서 사람이 없구나 했다. 그런데 전시실로 가니, 줄이 하나 두울 셋이나 있다. 현재 서있는 곳에서 한시간이 넘도록 기다려야 한단다. 전시를 연장까지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더니,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사람이 몰리나 보다. 그래도 생각보다 대기줄이 빨리 빠져서 40분만에 안으로 들어갔다.

 

수용과 변화

일제강점기의 조선은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면서 미술에도 변화를 맞이했다. 서구 매체인 유화가 등장했고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 생경한 용어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로서 조선의 전통 서화도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백남순의 낙원 (1963년경). 서양의 아르카디아 전통과 동양의 무릉도원이나 무이구곡도의 전통을 결합한 것처럼 동서양의 도상이 혼합된 듯한 풍경화이다. 백남순은 서양화를 공부한 1세대 한국여류화가다.

 

이상범의 무릉도원 (1922). 무릉도원은 동양의 이상향을 대표하는 산수화이며 일반적으로 도연명의 도화원기가 적혀있다. 하지만 이상범은 화면 상단에 당나라 문인 왕유가 도연명의 시를 차운한 도원행이라는 문학작품을 적은 다음 1922년 벽정이라는 인물을 위해 그렸다는 관지를 남기고 있다.

 

변관식의 산수춘경 (1944)

나혜석의 화령전작약 (1930년대). 1934년 이혼고백서를 발표해 사회적 파란을 일으킨 이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혼 후 고향인 수원에 내려와 있으면서, 정조의 사당인 화령전과 그 앞의 작약을 화폭에 담았다. 화령전의 지붕과 그 앞의 빨간 문 그리고 화면의 반의 차지하는 활짝 핀 작약이 날아갈 듯 활달한 필치로 묘사했다.

 

이인성의 다알리아 (1949)
이상범의 산고수장 (1966)
변관식의 무창춘색 (1955)
변관식의 금강산 구룡폭 (1960년대)

김은호의 간성 (1927). 그림 속 한가로이 마작을 하며 그날의 운수를 점치고 있는 여인은 기녀로 추정된다. 간성은 김은호의 현존하는 1920년대 작품으로 희소성이 있는 중요한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그렇다면 작품 가격이... 작품을 작품으로만 바라봐야 하는데, 자꾸만 얼마일까? 이 생각만 가득이다.)

 

박래현의 여인 (1942)
이대원의 북한산 (1938)

장욱진의 공기놀이 (1938). 서울 내수동 집을 배경으로 가족의 시중을 들던 여인들이 노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장욱진의 대표적인 초기작으로 비록 얼굴 등 세밀한 묘사는 생략하고 있지만 아이를 업은 소녀를 포함해 인물의 자세와 동세가 매우 정확히 표현됐고, 구도 또한 잘 짜여진 구도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박상옥의 유동 (1940)
김중현의 농악 (1941)
이종우의 친구의 초상 (1926)
김종태의 사내아이 (1929)

 

개성의 발현

대한민국은 해방을 맞았으나 곧바로 전쟁을 겪게된다. 그러나 혼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작가들은 붓을 놓지 않고 다방 한 켠에 전시를 하면서 새로운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건희컬렉션은 이 시기의 작품이 집약되어 있다.

김기창의 군마도 (1955). 여러 마리의 말들이 무리를 이루어 격렬하게 질주하면서 뒤엉키는 극적인 동세를 표현한 방식이 매우 탁월하다. 김기창의 여러 군마도 작품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손꼽힐 만큼 압도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권진규의 코메디 (1967)
권진규의 곡마단 (1966)
권진규의 자소상 (1957)
권진규의 작품2 (1965)
권진규의 작품4 (1965)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1954). 박수근은 일하는 농가의 여인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평생 반복해서 그렸다. 아기를 업은 채 절구질을 하는 여인의 모습은 고단한 여인의 생활을 잘 보여주는데 이는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세계와 맞닿아 있다.

 

박수근의 유동 (1963). 한국전쟁 후 서울에 자리잡은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유동은 아이들을 둘러싼 농가의 집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린 전체에 풍기는 온화한 색조, 동글고 부드러운 형태감 그리고 아이들 간에 오가는 시선 등에서 대상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애정이 감지되는 작품이다. 

 

이중섭의 흰 소 (1950년대). 붉은 배경의 황소 머리를 클로즈업한 작품과 달리, 흰 소는 주로 전신을 드러내고 화면의 한쪽 방향을 향해 걷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흰 색은 백의 민족인 조선인을 암시하는 색이고, 소라는 동물 또한 억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성실하고 끈기 있게 노동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어 조선인의 상징으로 읽힌다.

 

이중섭의 닭과 병아리 (1950년대)
이중섭의 다섯 아이와 끈 (1950년대)

이중섭의 가족과 첫눈 (1950년대). 남녀노소 사람들이 그들보다 더 큰 새와 물고기 사이에서 다함께 첫눈을 맞으며 나뒹글고 있다. 현실 세계의 경험과는 다른 크기에 대한 감각은 작품을 초현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인데, 실제로 이중섭은 일본 유학시절 인간과 동물이 어우러진 초현실주의 경향의 작품을 다수 그렸다.

 

장욱진의 나룻배 (1951)
장욱진의 새와 아이 (1960)
장욱진의 호도 (1975)

장욱진의 부엌과 방 (1973). 최소한의 조형 요소만으로 뼈대만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당시의 대표적인 구성 방식을 보여준다. 집을 부엌과 방으로 구획해 각 장소를 대표하는 사물을 배치시키고 있다.

 

유영국의 작품 (1972)
유영국의 작품 (1974)
유영국의 산 (1961)

김환기의 3-×-69#120 (1969). 그의 뉴욕시기 작품으로 본격적인 점화 형식이 나타나기 이전에 부분적으로 찍힌 색점이 색면 구도에 결합된 과도기적 작품이다. 1960년대 후반 점화의 가능성을 실험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작품에 제작날짜와 일련번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작품의 제목은 1969년 10월 3일 제작을 시작한 120번째 작품을 의미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정착과 모색

한국전쟁의 피례함 속에서도 미술계는 외국유학을 가고 그룹, 개인 등의 지치지 않는 활동으로 꾸준히 새로운 미술을 모색하면서 차츰 정착한다. 

김종명의 작품 70-1 (1970). 직선인 부분이 작품 어느 곳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느낌이 드는 것은 끌을 사용하는 힘의 정도와 시간이 그대로 드러나게 잘게 다듬어 끌로 마감한 노동의 결과가 작품에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하지만 깊이를 가늠할 수 없으며 반복적이지만 같음이 없다. (그나마 그림은 보는 눈이 아주 살짝 있는데, 조각작품은 봐도봐도 모르겠다.)

 

남관의 가을축제 (1984)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 (1959)
권옥연의 양지 (1956)
박항섭의 가을 (1966)
문신의 닭장 (1950년대)
류경채의 가을 (1955)
김경의 작품 (1958)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 (1983). 서정적 풍경이 담긴 여인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모델은 작가의 큰며느리이다. 그는 전통 안료인 분채와 석채, 흡수력이 좋은 전통지의 성질을 이용해 템페라 유화처럼 반복적으로 색을 쌓고, 지우는 과정을 통해 밑에서 부터 은은하게 우러나오게 색채를 표현해 그림의 무게감과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을 더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컬렉션을 전시한다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전용미술관(리움미술은 제외)을 만들어 한꺼번에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데 여전히 작품보다는 돈이 먼저다.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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