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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나 아닌 모든 나 | 도시재생을 만나 미술관으로 (in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오래된 관공서 건물은 도시재생을 만나 미술관이 됐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은 공간이 주는 분위기때문일까? 마치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나의 페르소나는 까칠양파?!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현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구 대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정지원은 대전 지역 건축가 배한구가 설계해 1958년에 지은 관공서 건물이다. 외벽에 창틀이 바깥쪽으로 돌출되어 있어 입체감을 준다고 안내문에 나와 있다. 

 

특히 서측 창틀에는 강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수직창살이 돋보이며, 주 출입구는 아치형으로 만들었다. 이 건물은 20세기 중반 서양 기능주의에 영향을 받은 한국 근대 건축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99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간 뒤, 도시재생을 만나 2008년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로 개관을 했다.

 

관람시간은 10시부터 18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무료다. "페르소나: 나 아닌 모든 나"는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가제로 시작해 서너 개의 또다른 이름을 거쳤다.

초기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에서 바라 본 도시의 이면을 통해 인간의 삶을 역설적으로 비추고자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6인의 작가가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의 시선에서 세상을 이야기하더라도 결국에는 그들 스스로가 지향하는 세상, 옳다고 믿는 가치를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는 창작자의 창조성 혹은 예술성 평가의 대상이 아닌 작가의 페르소나이자 내러티브로서 작품의 본성과 이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고민한다라고 안내문에 나왔다. 

 

박수연 장영웅의 우리 동네 유령

페르소나를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진정한 자신과는 달리 다른 사람에게 투사된 성격을 말하는 심리학의 용어.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덕목, 의무 등에 따라 자신의 본성 위에 덧씌우는 사회적 인격을 페르소나라고 명명했다.

페르소나에 대해 잘 모르지만, 000 배우는 000 감독의 페르소나는 많이 들어봤다. 페르소나를 대표하는 사례가 배트맨이나 아이언맨같은 영웅 캐릭터라고 나와 있는데, 유산슬이나 최준처럼 부캐(부캐릭터)도 어쩌면 페르소나가 아닐런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박수연 장영웅 작가의 우리 동네 유령은 작은 액자마다 유령 사진이 있다. 진짜 유령은 아니고, 떠난 자가 기억하는 모든 것들은 유령이 된다라는 설정 아래, 대전 원도심 일대 폐허와 거리 곳곳에 출물하는 유령들을 담았다. 

계단 왼편으로 안남근 작가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와 박미라 작가의 물의 마음이 있다. 두 작품은 영상이라서 관람만 하고 2층으로 올라간다.

 

아케임의 보물섬
우리는 달린다
거룩한 공기 연작

아케임은 대전 중앙시장에 위치한 고승당에 걸린 거울에서 영감을 받았다. 고가구와 고서를 파는 고승당 주인은 수집과 거래를 위해 전국을 떠돌지만 그 곳의 거울은 십수년의 세울동안 기게를 지키며 먼지 쌓인 책과 손님들을 지켜본다는 설정이다라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가치를 잃고 버려져 빈티지 가게로 들어온 물건들, 보물찾기를 하듯 나름의 무언가를 찾는 사람을 통해 도시의 인간이 마주한 불완전한 서사를 은유한다. 거울은 매일 다른 얼굴로 매일 다른 얼굴을 보며 소란한 세계의 면을 담담히 마주한다. 음... 알듯 말듯 결론은 모르겠다.

 

손주왕의 전쟁놀이
I'm bigger than you / I'mbetter than you
숲이 되는 놀이
가장 어려웠던 작품!

손주왕은 회화에서부터 설치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상과 소회를 형상화한다. 그는 NPC(조연 캐릭터들을 의미하는 게임용어)를 소재로 삼는데, 단순한 이미지의 수집이 아니라 그것의 의미망을 재조합해 주류와 비주류, 현실과 이상, 노멀과 뉴노멀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드러낸다. 

그리고자 하는 것을 정물화의 형식으로 연출하고 초상화의 형식으로 작업한다. 정물화에서 끝내지, 왜 초상화로 작업을 할까? 모든 작품이 다 난해했는데, 그중에서 손주왕 작가 작품이 으뜸으로 어려웠다. 미술 작품을 볼때, 전문가의 도움말 없이 관람을 하는데, 이번은 도움의 손길이 간절했다.

 

이영진의 동화책에서 대전역으로 가는 길
파노라마처럼 연결되어 있다~

이영진 작가는 일상의 공간과 대상에서 마주하는 비시각적 이미지를 시각화 한다. 특유의 과감하면서도 단순한 형과 붓질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이번 작업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몸이 작아져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듯 스스로 아주 작은 존재가 되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시작, 비둘기와 고양이, 개의 시점에서 바라본 대전역을 그렸다. 화면은 과장스러운 크기의 동상과 사람들, 포장마차와 간판으로 채워지며 파랑과 노랑, 회색이 주를 이룬다. 이는 동물이 인식 가능한 색은 인간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에 근거한 것으로 개의 경우 4개의 색으로 세상을 본다고 한다.

 

작품을 보는 눈이 걸음마 단계는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멀었나 보다. 여기서 암초를 만나게 될 줄 정말 몰랐다. 작품이 많지 않아서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한참을 보고 또 봤다. 그래도 여전히 모르겠다.

그저 포장마차를 바라보면, 그 옛날 대전역 가락국수가 생각났고, 가을이 오면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 아니고 쐬주나 한잔 해야겠구나. 예술작품을 보면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신축 아니고 도지재생을 했다는 증거~

성심당 본점에서 걸어서 1분? 겁나 가깝고, 입장료도 없고, 작품도 많지 않아서 가볍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단, 이번 전시회는 매우 몹시 난해하니, 다음 전시회가 어떨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심당 문화원에 갔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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