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목살 좋아하세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닭고기 중 제일 좋아하는 부위는 대체로 닭다리가 아닐까 싶다. 기름지고 쫄깃한 그 맛을 싫어하는 사람을 없을 거다. 그에 반해 닭목살 부위를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 않을까 싶다. 고기보다는 뼈가 많아서 먹기 불편하니깐. 모두가 예라고 할때 아니오라고 외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닭다리보다는 닭목살을 좋아한다. 여기에는 웃픈 사연이 담겨있다.
어렸을때, 소나 돼지처럼 닭도 다리가 4개였으면 했다. 그럼 우리 가족 모두 닭다리를 먹을 수 있을 테니깐. 그런데 닭다리가 4개여도 먹지 못했을 거다. 어무이는 분명 똑같이 나누지 않고, 하나에서 둘로 양을 늘렸을 것이다. 그때는 야속한 맘에 "나도 닭다리 먹을 줄 알아"하면서 칭얼댄 적도 많지만, 이제는 있어도 안 먹는다.
지금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남아선호사상이 있던 시절이었다. 4가족 중 남자가 2명, 그들에게 다리와 날개는 먹을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진다. 늘 먹지 못했던 건 아니고, 생일이나 아플때 등 특별한 날에는 다리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결대로 찢어지는 다리살을 한입 가득이 아니라 조금씩 입에 넣고 천천히 음미를 하면서 먹는다. 기름진 부드러움에 쫄깃함까지 퍽퍽한 가슴살과는 차원이 다르다.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이 맛을 모를 거다.
포기를 하면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참, 닭날개는 통닭이 아니면 거의 먹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한다. 비계를 못 먹는데, 닭껍질이 살코기를 감싸고 있으니깐.
다리와 날개를 포기하니, 기름기 하나 없는 가슴살이 눈에 들어온다. 비계(껍질)가 있지만, 생각보다 쉽게 벗겨진다. 처음에는 양이 많아서 좋았다. 퍽퍽함은 적응하지 쉽지 않았지만, 저작운동을 오래하다보니 육즙까지는 아니더라도 씹는 맛이 났다. 여기에 닭도리탕 양념을 더하면 퍽퍽함이 덜 느껴진다.
가슴살을 잘게 자르고, 여기에 감자를 으깨고 밥을 넣어서 쓱쓱 비비면, 다리살만 먹던 식구가 탐을 낼 정도로 맛있는 비빔밥이 완성된다. 다리의 기름진 맛을 버리고, 대신 가슴의 담백한 식감을 찾아냈다.
이제는 자의로 다리살을 멀리하고 가슴살을 가까이 하게 될 무렵, 언제나 끝까지 남아 있는 목살을 발견하게 된다.
다리도, 가슴도, 날개도 각각 2개씩인데, 목은 하나다. 댕강 잘라서 2개가 되기도 하지만, 닭목살은 하나다. 다른 부위에 비해 크기도 작고, 모양도 딱히 끌리지 않게 생겼다. 살은 별로 없으면서 뼈만 한가득이다.
이러다 보니 관심은 받지도 못하고, 늘 양념 속에 파묻혀 있다가 버려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시작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그날도 닭도리탕을 먹고 있었을 거다. 역시나 다리와 날개는 없이 가슴살만 가득했는데, 미운오리새끼도 아니면서 가슴살 속에 목살이 숨어 있었다.
예전 같으면 먹지 않는 부위라서 골라냈을 텐데, 그날은 유독 끌렸다. 사춘기라서 그랬나? 나처럼 외로워 보였고, 따뜻하게 안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녀석에게 입김을 불어넣어 주려고 했는데, 실수로 입에 들어갔고 동시에 저작운동을 하고야 말았다.
퉤퉤~ 하면서 뱉어야 하는데, 저작운동을 멈출 수 없었다. 살보다는 뼈가 많은 줄 알았는데, 뼈와 뼈사이에 살이 가득했다. 맛은 다리살과 가슴살의 중간 어디쯤이랄까? 적당한 기름짐에 담백함이 공존하는 엄청난 맛을 보유하고 있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닭목살은 예외다. 그리고 뼈에 붙은 살은 무조건 맛있다.
닭목살에 눈을 뜨니, 그 어떤 닭으로 만든 음식을 만나도 시작은 무조건 목살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부위를 가장 먼저 찾게 됐다. 그러다 보니, 닭목살만은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가서, 뼈없는 목살을 흡입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사무실이 많은 곳에는 점심에 한식뷔페를 하는 식당이 있다. 그날은 닭도리탕이 나온다고 해서 일찍 가려고 했지만, 어찌하다보니 느즈막에 도착을 했다. 예상은 했지만, 다른 음식에 비해 그곳만 휑했다. 일행은 닭고기가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지만, 정중히 사양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양념만 가득이지만, 국자를 넣었다 빼면 감자와 함께 닭목살이 잔뜩 올라왔다. 집에 있는 사람이나 밖에 있는 사람들이나 그들에게 닭목살은 고기가 아닌가 보다. 혼자서 쾌재를 부르면 가장 좋아하는 부위를 원없이 먹었다.
지금은 내돈내산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고, 혼닭도 가능하다. 그럼 어릴때 먹지 못했던 다리살부터 공략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닭목살을 가장 먼저 먹는다. 나의 닭목살 사랑은 일시가 아니라 영원히 오래오래 계속 될 것이다. 그나저나 닭다리와 날개는 콤보라는 이름으로 따로 나오는데, 왜 닭목살은 없을까?
ps... 뻐없는 닭목살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뼈없는 닭발처럼 사람이 한땀한땀 정성 들여 수작업으로 진행되겠지. 설마 나의 사랑을 멈추게 할 그릇된 방법이 아니길 바란다.
2021.11.25 - 닭목살 소금구이를 좋아한다면 구로동 강촌숯불닭갈비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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