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신월동 서서울호수공원
지난 4월에 벚꽃을 보러 갔었다. 그때 비행기 소음에 반응하는 소리분수를 처음 알게 됐다. 매우 몹시 보고 싶었지만, 4월에는 분수가 가동을 하지 않아서 벚꽃만 보고 왔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왔으니, 비행기와 분수의 환상적인 콜라보를 보기 위해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서서울호수공원을 다시 찾았다.
4월은 호숫가 주변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볼 수 있지만, 6월은 싱그러운 푸르름이 가득이다. 지난번에 왔을때는 가운데 줄맞춰 서있는 분수만 보고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5월에서 10월까지는 비행기가 공원 상공을 지날때 그 소리를 감지해 분수가 작동을 한다. 어떤 환상적인 볼거리를 선사해줄지, 기대 만발이다.
신월동은 김포공항과 가까워서 비행기가 엄청 자주 다닌다. 지난번에 왔을때도 5분마다 한번씩 엄청난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보였다. 그런데 어디서 듣기평가 시험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점심무렵이라서 밥을 먹고 있는 건가? 비행가가 없어도 너무 없다. 이렇게 조용한 서서울호구공원은 또 처음이다.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딴짓 중이다. 바로 옆에 사회인 야구인들을 위한 신월야구장이 있다. 멍하니 호수만 바라보고 있으려니 심심해서 한컷을 담았다. 그리고 줌으로 호수 중앙에 있는 문화데크광장도 찍었다. 비행기가 언제 올지 모르니, 저기부터 갈까? 그러다 비행기가 뜨면 명장면을 놓치게 된다. 우선은 기다려보자.
드디어 굉음이 들리고 비행기가 보인다. 그런데 비행기 소리를 감지해 작동한다는 소리분수는 고요하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이륙이 아니라 착륙하는 비행기 소리를 감지한다. 이륙하는 비행기는 높게 날아서 소리가 빠르게 멀어져 간다. 언제쯤 착륙하는 비행기를 만날까?
30분 동안 이륙하는 비행기는 3대가 지나갔는데, 착륙하는 비행기는 한대도 없다. 계속 기다리고 있는 건 바보 같아서 이동을 하기로 했다. 지난번에 벚꽃에 신경을 쓰느라 서서울호수공원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그때 놓친 곳들 위주로 구경을 하다가, 비행기가 보이면 바로 뛰어(?) 가야지 했다.
몬드리안정원은 대표적인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기법을 도입해서 만든 정원이다. 수직과 수평이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정원으로 옛 정수장 건물 틀을 그대로 활용했다.
참, 서서울호수공원은 옛 신월정수장을 도시재생해서 만든 친환경 생태공원이다. 물과 재생을 테마로 조성했으며, 50년 만에 시민의 쉼터로 개방했다. 옛 정수장에 축구장 2.5배 크기에 달하는 호수를 그대로 살려서 서서울호수공원이 됐다.
쓰임을 다하면 버렸다. 그러나 지금은 원래 갖고 있던 쓰임이 끝나면 새로운 쓰임을 부여하면 된다. 그게 바로 도시재생이다. 건물의 잔해는 덩굴식물로 인해 흉물이 아닌 멋스러움이 된다.
비행기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면, 몬드리안정원을 또 놓칠뻔 했다. 공간 연출을 잘한 듯, 보는 맛이 있다. 기존 건물과의 조화도 은근 괜찮고, 녹색이 주는 싱그러움이 옛 정수장 시절의 추억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하다.
중앙호수와 소리분수를 감상할 수 있는 문화데크광장이다. 호숫가 주변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여기는 소풍까지는 아니더라도 잠시 쉬었다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나저나 착륙하는 비행기는 아직이다.
방문자센터 옥상정원도 몬드리안정원처럼 예전 모습을 살렸다. 구여과지동의 튼튼한 버팀목인 콘크리트 기둥을 남겨 파고라 구조물로 재해석을 했다. 단단하고 직선으로 뻗은 푸석하고 우둘투툴한 기둥은 시간의 상흔과 옛기억을 보여준다고 서서울호수공원 홈페이지에 나와있다.
재생공원에는 정수관에서 사용했던 수도관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앉을 수도 있고, 허리운동이라고 해야할까나? 수도관에 누우면 허리 스트레칭이 된다. 직접 해본 적은 없고, 하늘을 보면서 누워있는 분들을 종종 만났다.
공원을 돌며 산책을 하고, 근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화상회의를 하고 그렇게 2시간을 보냈다. 오후 3시쯤 다시 이곳에 도착을 했다. 소리분수는 5월에서 10월까지 오전 10시부터 18시까지 운영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비행기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는 거다.
김포공항에 문의를 해서 착륙 시긴을 물어볼까 살짝 고민을 했지만, 이거 하나땜에 전화를 하는 건 아닌 듯 싶어 참기로 했다. 그렇다고 그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 아까 기다린 시간의 반(15분)만 기다리기로 했다.
3시 20분쯤, 뒤에서 굉음이 들린다. 이건 분명히 착륙 비행기 소리다. 비행기 소음을 무지 싫어하는데, 이 소리가 이렇게 반갑게 느껴지다니 놀랍다. 비행기가 보이고, 동시에 소리분수는 가동을 시작했다. 비행기와 분수쇼의 콜라보. 오호~ 이거 꽤나 멋지다.
모든 착륙 비행기마다 분수가 작동하는 건 아니다. 확인해보니, 소리 센서 81dB 감지로 분수가 작동한단다. 두번째 비행기는 영상으로 담았는데, 분수가 잠잠해서 통편집을 했다. 세번째 비행기 역시 첫번째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꼈는데, 센서는 달랐나 보다. 또 조용하다.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소리분수와 비행기의 콜라보를 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거, 참고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거. 그래서 이번 한번으로 끝내고 싶다. 가을에 가려고 했는데, 이번에 고생을 많이 해서 또 가고 싶지 않다. 그래도 멋진 장면을 건졌으니 이걸로 대만족이다.
2022.04.11 - 2022 벚꽃 나들이 서서울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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