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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의 자산어보 | 긴장감 넘치는 역사소설

얼마 전에 OCN에서 영화 자산어보를 본 후, 원작 소설이 궁금했다. OTT에 빠져 잠시 끊었던 밀리의 서재로 다시 갈까 하다가, 영화와 달리 책은 신간보다는 연식(?)이 있는 책을 좋아하다 보니 비싼 밀리의 서재보다는 조금은 저렴한 리디북스(월 4,500원 아이폰 결제)로 갈아탔다. 리디북스에 소설 자산어보가 없으면 밀리의 서재로 갔을텐데 검색을 하니 있다고 나왔다.

 

소설 자산어보는 1, 2권으로 되어 있다. 역사소설이다 보니 굵직한 이야기는 팩트이지만, 세밀한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이다. 소설 속 내용이 실제로 일어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정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기록되어 있지 않으니깐. 영화 자산어보의 원작이 소설 자산어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원작이 맞나? 갸우뚱하게 된다. 등장인물은 영화와 소설이 동일하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인물에 집중했다면, 소설은 인물보다는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로 온 설정은 동일하다. 그런데 인물에 대한 설정은 다르다. 영화는 정약전에 비해 창대에 힘을 더 줬다면, 소설은 창대는 서브 정약전이 단독 주인공이다. 영화 속 창대는 양반의 서출로 사대부의 가르침을 진심으로 따르는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소설은 의협심 많은 순박한 흑산도 청년이다.

 

영화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정약전과 지금의 시스템에 안주하는 창대와의 대립을 보여준다. 목민심서의 세상을 꿈꾸던 창대는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결코 나아질 수 없음을 알게 되고 관직을 버리고 다시 흑산도로 돌아오지만, 그 전까지는 실학을 주장하는 정약전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우리만의 어보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하지만 소설은 영화와 다르다. 둘은 대립관계가 아니라 처음부터 깐부가 된다. 정조가 세상을 떠나고, 천주교 탄압으로 인해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잠이 오지 않아서 밤바람을 쏘이러 나섰다가 글 읽는 소리가 들리기에 누군가 해서 들러보았다. 동몽선습인 것 같은데 그래 혼자서 글을 깨우쳤느냐?"
"여기는 궁촌인지라 서당이 없습니다. 혼자서 천자문하고 동몽선습을 읽고 있습니다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저 강독만 하고 있습니다."
(중간 생략)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습니까? 행여 소인이 힘이 될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선비님께 달려가겠습니다." (본문 중에서)

 

소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창대와 함께 어보와 표류기 제작 과정과 함께, 냉수괴, 사상도고, 표류기, 서당, 거중기, 홍경래의 난 등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얼음같이 차가웠습니다. 한겨울에도 자맥질을 해 봤습니다만 그렇게 찬 물은 처음이었습니다. 꼭 얼음장 속을 헤엄치는 기분이었습니다. 요행이 빠져나 왔습니다만 해류에 끌려갔다가는 꼼짝없이 죽었을 겁입니다." (중간 생략) 물속을 정처없이 떠돌고 있는 차가운 물 덩어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죽음의 냉수괴들이 지금 흑산도 앞바다를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본문 중에서)

냉수괴의 원인을 밝히는 정약전과 창대. 스릴감 넘치는 영화를 본 듯, 긴장감이 엄청났다. 왜냐하면 창대의 아내가 될 전옥패가 산제물이 될 뻔했으니깐. 여기서도 무녀가 등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지만, 정약전이 과학적인 빼박 증거를 제시하면서 사건은 잘 마무리 된다.

 

개국 이래 조선의 상권은 관에서 허락을 받은 시전에서 독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앙법의 실시로 생산량이 급격이 늘고 상평통보가 유통되면서 경제의 규모가 팽창되어 사상들은 공기업의 일종인 육의전을 제치고 경제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급기야는 재벌이랄 수 있는 사상도고도 등장하게 되었다.
(중간 생략)
차현장은 흑산도의 조기 파시를 손에 넣을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흑산도 파시를 손에 넣은 후에 차례로 위도와 연평도로 올라가면서 파시들을 모조리 수중에 넣고 조기를 독점할 계획이다.(본문 중에서) 

정약전은 절해고도 흑산도에 있지만,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서 보부상 연합회를 움직이고, 제주도에 있는 거상 김만덕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매점매석을 뿌리채 뽑기 위해 적의 적은 동지 전법으로 당파싸움을 역이용해 차현장의 뒤를 봐주는 김달순을 저격한다. 무슨 역사소설이 이렇게나 긴장감이 넘치는지, 액션 영화를 보듯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숨가빴다.

 

벽문어(고등어)
길이는 두 자 정도인데 몸이 둥글고 비늘이 매우 잘며 등에 푸른 무늬가 있다. 맛은 달다. 국을 끓이거나 젓을 담글 수 있지만 회나 어포로는 먹지 못한다. 매우 빨라 헤엄치며 밝은 빛을 좋아한다. 맑은 물을 좋아해서 그물을 치기 어렵다. 근자에 들어 수가 많이 줄었다. (본문 중에서)

 

표류기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신파 코드를 넣었고, 서당 이야기는 정약전이 인정한 제자이자 영화 창대의 모델인 듯한 양반의 서출 최종문이 등장한다. 실학을 가르치는 서당과 폐단으로 가득찬 서원과의 다툼도 볼 만한다. 가진 자는 더 갖기 위해 욕심을 버리지 못하다 끝내 거중기로 인해 몰락하게 된다. 화성 성벽을 쌓기 위해 만들었던 거중기가 무너진 흑산도 성벽을 쌓기 위해 정약전과 최종문의 합심으로 다시 등장한다.

 

조선시대에도 복어는 비싼 물고기였고, 양반들은 회로 즐겨 먹었다고 한다. 복어와 홍경래의 난은 자산어보의 마지막 이야기로 모래시계의 백재희(이정재)를 생각나게 한다. 복면가왕이 아니라 복면무사가 등장해 연모하던 아씨를 구하고 자신은 숨을 거둔다. 흑산도를 벗어날 수 없기에 정약전은 등장하지 않고,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인물로 창대가 등장한다.

 

'자산은 곧 흑산이다. 그런데 나는 흑산에 유배된 처지라 흑산이란 이름이 무서웠다. 집안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흑산을 번번이 자산이라 썼다. 자(玆)는 흑(黑)이다.' (본문 중에서)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물고기와 해산물을 직접 관찰하고 국내외의 문헌들을 참고로 해서 저술한 물고기 백과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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