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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 | 살인강도범의 동생이라는 낙인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라는 노래가 있다. 가을이란 계절은 참 짧기도 한데,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편지도 써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날이 좋으니 밖으로 나들이도 가야 한다. 여기에 햅쌀에 햇과일 등 먹을거리도 천지삐까리다. 가을이니 나름 다 해본다고 했는데, 편지는 아직 쓰지 못했다. 어릴땐 손편지도 종종 썼는데, 요즈음 메일을 보내지 손편지는 거의 써본 적이 없는 거 같다. 그래서 쓰지 않고 읽었다. 직접 쓴 편지는 아니지만, 남이 쓴 편지를 읽으며 감정이입 하나는 제대로 했다. 

 

동생만은 대학에 꼭 보내야 한다는 형.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니, 동생을 위해 도둑이 되기로 한다. 한때 일을 했던 곳에서 알게 된, 노부인이 혼자 사는 부잣집. 그 집을 털기로 한다. 생각보다 쉽게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돈도 쉽게 찾았다. 바로 나왔으면 완전범죄가 됐을텐데, 부엌에서 동생이 좋아하는 텐진군밤을 훔치고, 거실에 있는 대형TV를 잠깐 보던 중, 인기척을 느낀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노부인이 나왔고, 그녀는 도둑을 보자 경찰에 신고를 한다. 이때 형은 실수라고 하기엔 엄청난 짓을 벌인다. 전화를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드라이버로 그녀의 목에 찌른다. 

 

살인강도범의 동생

형은 경찰에 붙잡히고, 살인강도범으로 15년 형을 받게 된다. 감옥에 간 형은 한달에 한번, 동생에게 편지를 보낸다. 고등학생이던 동생은 처음에는 자기때문에 형이 그렇게 됐다는 죄책감에 빠진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범죄자의 얼굴공개에 있어 제약이 심하지 않은 거 같다. 형의 얼굴과 이름이 매스컴을 타게 되고, 동생은 그로 인해 살인강도범의 동생이 된다. 

 

낙인으로 인해, 동생의 삶은 예전과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우선 자신을 향해 수근대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일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날때면 항상 형의 존재는 숨겨야 한다. 잘 숨기면 다행인데, 형의 존재를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순간 분위기는 완전 달라진다.

"여섯 명이 소란을 피울 때 가게 안엔 단골손님이 몇명 있었다. 때문에 나오키의 비밀이 금방 퍼질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것이 가게 이미지 실추와 연결될 거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히가시노게이고 소설 편지 중에서)

 

내 주변에 살인강도범의 동생이 살고 있다면, 난 어찌 할 것인가? 동생이 살인강도를 하지 않았으니 상관이 없다고 할까? 아니면 그 형의 그 동생이라고 피할까? 머리로는 상관이 없다고 할 거 같은데, 마음과 몸은 동생을 피할 거 같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안 나오키는 형의 존재를 숨기려고 한다. 스스로 형의 존재를 말하지 않고, 들키게 되면 인연을 끊는다. 꿈은 자신에게 사치라고 생각했던 나오키에게 형의 존재를 알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첫번째 인연은 그에게 대학의 꿈을 다시 꾸게 만들어 주고, 두번째 인연은 인생에 있어 전혀 해본 적이 없는 가수로의 꿈을 꾸게 만들어 준다. 일반 대학은 아니지만, 데이토대학 통신교육부에 다니게 됨으로써 형도 그리고 자신도 원하던 대학생이 된다. 대학생은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낸 꿈이지만, 가수는 자신으로 인해 밴드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포기를 한다. 이로 인해 사라졌다고 생각한 낙인은 다시 그의 발목을 잡는다.

 

가슴 아픈 사랑

나오키는 처음으로 귀찮게 구는 여자를 따돌리기 위해서 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자신에게 호감을 준 여자에게는 진실을 말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형의 존재를 숨긴다. 그러나 교도소에서 온 형의 편지가 그를 곤란하게 만든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를 이번에도 역시 형때문에 포기를 한다. 살인강도범의 동생이라는 낙인은 음악도 사랑도 그에게는 과분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나오키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그가 꿈을 접어야 하는 순간이 너무나 아프고 슬프다. 하지만 밴드를 일류스타로 만들 수 있는 제작자라면, 결혼까지 생각한 여자의 부모라면, 나오키는 불편한 아니 사라져야할 존재다. 상반된 감정인데, 둘 다 이해가 된다. 그래서 음악을 포기했을때 슬프면서도 다행이다라고 생각했고, 그녀와 헤어져야 했을때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거야 하면서 나오키를 달랬다. 화장실 갈때와 나올때 마음이 다르다고 하더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편지를 읽는 내마음이 딱 그랬다.

 

"어딜가더라도 넌 형 문제로 힘이 들 거야. 그 때문에 모든 걸 빼앗기겠지. 전에는 음악. 이번엔 애인.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어?"

"이제 됐어. 그런 건, 별수 없지."

"정말 괜찮아? 그 아가씨 포기할 수 있어?"

"포기하는데는 이미 익숙해." (본문 중에서)

 

낙인은 나 혼자여도 충분해

처음으로 형의 이야기를 했던 여자와 나오키는 결혼을 했고, 예쁜 딸도 생겼다. 대학도 졸업하고, 회사도 들어가고, 형의 존재를 모르는 곳에서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지고 그로 인해 숨겨뒀던 낙인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전에는 혼자서 감당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자신은 물론 아내와 딸에게까지 살인강도범의 동생에서 가족으로 낙인이 커졌다.

"딸이 차별받는 것도 역시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말씀입니까?" 이문제만은 아무리 히라노 사장이라도 긍정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나오키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런 상황이라면 그래야겠지." 사장은 태연하게 말했다. "생각해보게. 살인강도범이야. 그런 사람과 누가 이웃이 되고 싶어 하겠나?" (본문 중에서)

 

가족을 위해 나오키는 형과의 인연을 끊는다. 이 방법밖에 없을까? 책(밀리의 서재는 전자책이니 스마트폰)을 잠시 놓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형은 부모님이 만들어 준 관계라면, 아내와 딸은 자신이 만든 관계다. 둘 다 가질 수 없고, 하나를 선택한다면, 나 역시도 아내와 딸을 지킬 거 같다.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그런 건 상상에 불과해. 인간이란 차별과 편견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이지." (본문 중에서) 나오키의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이 정말 있을까? 나오키의 선택에 지지를 하면서 낙인이 다시 도드라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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