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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라딘

제임스 매튜 배리의 피터팬 | 피터팬은 동화가 아니다

 

어릴때 읽었던 동화 피터팬은 이랬다. 웬디 방에 찾아온 피터팬은 그림자를 놓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웬디의 도움으로 그림자를 다시 갖게 된 피터팬은 웬디와 두 동생을 네버랜드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신나게 놀던 그들은 악당 후크선장을 만나고, 그와 싸워 승리를 한다. 그리고 웬디와 두 동생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환상과 모혐의 나라였던 네버랜드를 동경하며, 피터팬처럼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어린왕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주기적으로 읽고 있는데, 피터팬은 영화와 만화로 자주 접해서 그런지 책은 동화책으로 한번 읽었을 뿐이다. 밀리의 서재에 피터팬(원제: Peter and Wendy)이 있기에 오랜만에 동심을 다시 느끼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릴적에 읽었던 피터팬은 동화용으로 편집된 책이라는 거 알게 됐다. 풀스토리로 읽으니, 내가 알았던 피터팬과 책 속의 피터팬은 너무 다르다. 물론 동화적인 요소도 있지만, 꿈과 희망을 주는 캐릭터라고 하기엔 피터팬은 착하거나 밝은 아이가 아니다. 거짓말도 할 줄 알고, 욕심도 많고, 은근 잔인하기까지 하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몰랐을테지만, 읽었으니 앞으로 피터팬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그저 잼있는 판타지소설이다.

 

피터팬 없이 웬디네 가족이야기로 부터 시작

"어쨋든 달링 부부는 볼거리를 12실링 6펜스로 낮춰 잡고 두 종류의 홍역은 하나로 계산한 끝에 웬디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나중에 존이 태어났을 때에도 달링부부는 한바탕 요란을 떨었고, 막내로 태어난 마이클은 더더욱 불리했다."(본문 중에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달링부부는 세남매를 키우느라, 뉴펀들랜드 종 개인 나나를 보모를 삼았다. 개가 보모라니, 이럴때는 누가봐도 동화가 맞지만, 동화적인 요소도 있다고 했으니 가볍게 넘어간다. 나나는 아이들을 인간보모 못지 않게 잘 케어하지만, 피터팬이 등장할 무렵에는 아이들 방이 아니라 개집에서 머물게 된다. 왜냐하면 아빠인 달링씨가 나나를 그리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개를 보모로 둔 것에 대해 이웃들이 수근거릴까 봐 불안해했다.

 

"처음에 달링 부인은 도통 영문을 몰랐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요정들과 함께 산다는 피터팬이 문뜩 떠올랐다. 그 시절에는 죽은 아이가 하늘나라로 갈 때 무섭지 않도록 피터팬이 도중에 같이 가준다는 등 그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오갔다. 물론 그때엔 달링 부인도 그 이야기를 믿었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온갖 상식으로 가득 찬 달링 부인은 도대체 그런 사람이 있기라도 한 건지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본문 중에서)

피터팬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웬디도 엄마도 그의 존재를 다 알고 있다. 엄마는 웬디에게 피터팬이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물어보지만, 그녀는 걔는 어른이 되지 않다고 확고하게 말을 한다. 어른들은 피터팬의 존재를 허튼소리로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아니다. 피터팬을 만나지 못했을뿐, 그가 어딘가에 있다고 분명히 믿고 있다. 

 

피터팬의 등장 그리고 네버랜드

"소년이 창문을 뛰쳐나가는 순간 나나는 창문을 잽싸게 닫았다. 소년은 가까스로 창문을 빠져나갔지만 소년의 그림자는 그러지 못했다. 창문은 꽝 닫혔고, 그림자는 창문 틈에 끼고 말았다." (본문 중에서)

피터팬이 처음 웬디의 방에 왔을때, 웬디와 두 동생은 자고 있었고, 엄마와 나나가 그를 만났다. 그림지를 놓고 갔으니, 다시 올거나 확신한 엄마는 그림자를 서랍에 숨겨뒀다. 그리고 일주일 후, 엄마 아빠는 모임땜에 외출을 했고, 나나는 아이들 방이 아닌 개집에 있을때, 피터와 팅커가 다시 그 방에 찾아왔다. 피터팬은 그림자를 찾고 다시 붙이려고 소동을 피웠고, 이때 잠에서 깬 웬디는 피터를 만나게 된다. 이 부분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 넘어간다.

 

웬디와 존 그리고 마이클은 이를 계기로 하늘을 나는 법을 알게 됐고, 피터와 함께 네버랜드로 날아간다. 어릴때 읽었을때는 그저 꿈과 희망의 나라 네버랜드로 가는구나 하면서 좋아했었다. 하지만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동화책은 이부분을 다루지 않았지만, 이 책은 아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허망하게 아이가 날아가는 모습을 본 부모는 상심에 빠지고, 나나를 개집으로 묶어둔 아빠는 죄책감에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때까지 개집에서 생활을 한다. 동화와 참 많이 다른 점은 네버랜드 부분에서도 등장한다.

 

그전에 피터팬은 왜 어른이 되기 싫었을까? 

"내가 도망친 건 아빠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야." 피터는 나지막이 말했다. "아빠 엄마는 내가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지 이야기하고 계셨지." 피터는 목소리가 유별나게 들떠 있었다. "난 어른이 되기는 죽어도 싫어." 피터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해싸. "난 평생 어린 소년으로 남아서 재밌게 놀고 싶단 말이야. 그래서 난 켄싱턴 공원으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요정들과 오래오래 살게 된 거야." (본문 중에서)

 

유모차에서 떨어진 아이가 일주일 안에 부모를 찾지 못하면 네버랜드로 보내진다. 그런데 네버랜드에 있는 아이는 죄다 사나아이 뿐이다. 왜냐하면 여자아이는 영악해서 유모차에서 떨어지지 않으니깐. 피터팬과 함께 네버랜드에 살고 있는 6명의 아이들은 엄마가 필요했고, 웬디를 엄마로 받아들인다. 웬디 역시 아이들의 구멍난 양말을 꿰매고, 잠자리 든 아이들에게 자장가 삼아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짜로 만든 음식이지만 밥도 한다. 피터팬이 웬디를 네버랜드로 데리고 간 이유는 엄마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존과 마이클은 그 방에 있어서 데리고 갔지, 아마 웬디 혼자였다면 그녀만 데리고 갔을 거다. 

 

웬디는 피터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낀 듯 싶지만, 피터는 사랑이란 감정을 모르는 아이였다. 왜냐하면 웬디의 등장으로 팅커벨의 질투심은 그녀를 죽이려고 할 정도로 도가 지나쳤는데도 피터는 눈치채지 못한다. 그에게 웬디는 엄마 역할을 할 여자아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팅커벨 역시 데리고 다니는 요정일뿐 다른 감정은 없다. 

 

전지적 작가시점

"세상의 위대한 영웅들 중에는, 결투를 하기 바로 직전에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고백한 자들도 있다. 그럼 지금 이 상황에서 피터 역시 그럴까? 난 그렇다고 믿고 싶다." (본문 중에서)

책을 읽는내내 편치 않았던 점은, 전지적 작가시점이기 때문이다. 마치 작가가 피터팬 본인인 듯,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에 꼭 사족을 단다. 특히, 아이들이 엄마에게 돌아갈때는 작가가 먼저 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싶다나 뭐라나. 암튼 여러번 포기를 하고 싶을정도로 꽤나 불편했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에 대한 평이 그리 좋지 않다.

 

"배리가 현실도피주의와 유치증에 빠져 있으며 그가 아이들을 조종하는 데서 일종의 도착적인 기쁨은 느낀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피터팬과 배리를 서로의 분신으로 동일시하고 그의 사적이고 자전적인 측면을 동원하여 그의 작품을 해석한다. (중간생략) 비평가 재클린 로즈는 피터팬 작품들을 사례 연구로 다루었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아동문학 전반의 경우 이야기 속에서 어린이 등장인물들은 가학적이진 않더라도 착취적으로 다루어진다고 한다." (본문 중에서)

 

피터팬을 그저 동화책으로만 보기에는 난감한 부분이 참 많다. 특히 피터는 착한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웬디와 존, 마이클이 집으로 가려고 했을때, 못가게 하려고 열려있는 창문을 일부러 닫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닫힌 창문을 웬디가 보면 엄마가 자길 내쫓았다고 생각할테니깐.

"피터는 마음이 몹시 아팠다. 피터는 모든 일을 망치기만 하는 어른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나무 안에 들어가 일부러 헉헉거리며 일 초에 다섯 번씩 숨을 쉬었다. 네버랜드에서는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어른이 죽는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복수심에 불타오른 피터는 어른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네버엔딩 스토리

피터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면 단연코 후크 선장과의 한판 승부일 것이다. 그런데 어릴때 읽은 동화나 영화와 달리 그리 흥미롭지 못했다. 정정당당한 승부였다면 후크선장이 이겼을 듯 싶은데, 어른과 아이라는 신체적인 차이만 있을뿐 피터의 능력은 후크보다 월등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은 과히 어벤져스에 나오는 히어로급이다. 후크의 손맛을 알아버린 악어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 데리고 있는 부하들은 하나같이 다 어리버리하지, 후크도 선장 노릇하기 참 힘들어 보인다. 승패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러기에 둘의 승부는 무지 시시하게 피터팬의 승리로 끝이 난다. 바다로 떨어진 후크 선장은 아무래도 악어밥이 됐을 거다. 

 

집에서 나갈때는 3명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올때는 9명이 됐다. 왜냐하면 네버랜드에서 함께 살았던 아이들을 죄다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단, 어른이 되기 싫은 피터팬은 끝내 웬디네 집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달링씨는 싫어한 듯 싶지만, 결국 6명의 아이들까지 도맡아 키우게 된다. 학교를 다니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아이들은 서서히 나는 방법을 잊었고, 세월이 흘러 장성한 어른이 됐다. 

 

봄맞이 대청소를 위해 일년에 일주일동안 네버랜드에 갔던 웬디 역시 어른이 됐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어른이 된 웬디 앞에 피터팬이 다시 등장하고, 웬디 대신 웬디가 낳은 여자아이를 네버랜드에 데리고 간다. 세월이 흘러 그 아이는 엄마가 됐고, 여자아이를 낳는다. 그 여자아이가 웬디만한 나이가 됐을때 피터팬은 다시 찾아왔고, 역시 여자아이를 데리고 네버랜드로 간다. 웬디를 시작으로 1대, 2대, 3대... 그들의 만남을 대를 이어서 네버엔딩 스토리로 끝이 난다.  

 

피터와 웬디편이 끝나고 켄싱턴 공원의 피터팬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여기서 왜 피터팬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는지에 대해 나온다. 어른이 되기 싫어 도망쳐 나오긴 했지만, 엄마품이 그리웠을 거다. 그래서 엄마를 보러 집으로 찾아간다. 예상대로 언제나 돌아오기 바라면서 창문은 열려 있었고, 엄마는 슬픈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다. 엄마를 깨우지 않고, 지켜만 보고 나온 피터. 밖에서 좀 더 놀고 돌아와도, 엄마는 자신을 기다려 줄거라 믿었다. 

"그러나 창문은 닫혀 있었다. 게다가 쇠창살까지 걸려 있었다. 안을 들여다 본 피터는 엄마가 다른 남자 애를 팔로 껴안고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광경을 보았다. 피터는 "엄마! 엄마"하고 목 놓아 외쳤지만 엄마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피터는 헛되이 작은 몸을 쇠창살에 부딪칠 뿐이었다. 피터는 결국 엉엉 울면서 공원으로 돌아갔고 다시는 그리운 엄마를 보지 못했다." (본문 중에서)

 

비평가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 않지만, 어릴때 읽었던 동화책 피터팬과 이번에 읽은 피터팬은 같은듯 많이 다르다. 웬디의 엄마역할과 피터팬의 악한 부분은 어른이 된 지금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이제는 정확히 알았으니깐, 아이들을 위한 명작동화로 피터팬을 추천하지 않을 생각이다. 누군가 아는 게 힘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모르는 게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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