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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게임의 이름은 유괴 | 유괴인듯 유괴아닌 완벽한 게임

음식 편식만큼 작가 편식도 심하다. 추리물을 좋아하다보니,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최신작이 아니더라도 꼭 찾아서 본다. 게임의 이름은 유괴는 잔인한 살인이 난무하는 스릴러물은 아니지만, 짜릿한 반전이 있는 소설이다. 최신작은 아니지만, 반전이 핵심이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을 생각이다.

 

잘나가는 광고회사 직원 사쿠마는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높게 평가하는 인간이다. 그런 그가 심혈을 다해 준비한 닛세이 자동차 광고 기획안이 무산됐다는 통보를 받았으니 화가 아니 날 수 없다. 자신보다 못한 후배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새로운 기획안을 준비해야 하니, 꼴보기 싫을 거다. 옛말에 배고픔은 참아도 배아픔은 못 참는다고 했다. 그러니 자신을 이렇게 만든 당사자인 닛세이 자동차의 부사장(가쓰라기 가쓰토시)에게 복수 아닌 복수를 하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자신보다 한참 윗길에 있는 부사장에게 복수를 하기란 쉽지 아니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연인지 운영인지 술에 취해 부사장 집에 간 사쿠마에게 하늘에서 천사는 아니고 지붕에서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담을 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도둑 혹은 도망, 호기심때문에 그는 그녀를 미행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녀로 부터 엄청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가출이야." 가출이니 도둑보다는 도망이다. 즉, 부사장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녀의 이름은 가쓰라기 주리, 부사장의 첫째 딸로 지금의 부인이 낳은 딸이 아니라 사생아다. 현부인에게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다. 배다른 동생과 새엄마이니 콩쥐팥쥐와 신데렐라처럼 그들 사이는 좋을 수가 없다. 쌓이고 쌓인 감정이 작은 사건으로 인해 터지면서 주리는 가출을 하고, 운명의 장난처럼 사쿠마를 만나게 된다.

 

부사장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사쿠마와 땡전 한푼 없이 가출한 주리가 만났다. 둘은 유괴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이라면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기에, 사쿠마는 주리와 함께 완벽한 게임을 준비한다. 사전준비부터 협박장을 보내고, 돈을 받아내는 방법까지 완벽에 완벽을 다했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면서 조마조마했다. 사쿠마에게 감정이입이 했기 때문에 제발 걸리지 않고 성공하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딸이 유괴가 됐는데, 부사장은 사쿠마네 회사 사람들을 불러 회의를 한다. 그런데 팀에서 떨어져 나온 사쿠마가 회의 명단에 있다. 혹시 부사장은 유괴범이 사쿠마인 줄 알기에 게임의 승리자는 자신임을 밝히려고 일부러 그를 불러낸 걸까? 그런데 그런 내용으로 전개되지 않고,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고 경찰의 눈을 피해 완벽하게 돈을 받아내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흘러가고 있다. 이러다 유괴에 성공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정말로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3억엔이라는 거액의 돈이 사쿠마와 주리의 손으로 들어온다. 그중 10%는 사쿠마의 갖고 나머지는 다 주리 몫이다. 사쿠마는 돈보다는 그저 유괴게임으로 부사장을 이기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이겼다. 여기까지 읽고 이렇게 소설이 끝나는구나 했다. 완벽한 유괴 후 둘은 사랑에 빠져 서로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노는 이렇게 뻔한 내용으로 소설을 끝낼 사람이 아니다.

 

"즐거운 게임이었다. 이제 종료한다. 앞으로 이쪽에서 연락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귀하를 게임 상대로 선택하는 일은 일절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유괴했던 사람으로부터" (본문중에서)

유괴라는 이름의 게임은 끝이 났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왜냐하면 돈을 갖고 친구네 집에 가겠다는 주리가 행방불명이 됐고, 며칠이 지난 후 사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따분하게 이야기를 끝낼 사람이 아니다.

 

사쿠마는 그 누구도 자신의 게임을 흉내조차 낼 수 없고, 따라할 수도 없다고 자신만만했을 거다. 하지만 게임에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 사쿠마는 부사장과 게임을 했고, 시작부터 상대보다 자신이 앞서 나가고 있다고 여겨겠지만 뛰는놈 위에 나는놈이 있다고 부사장은 결코 만만하게 볼 인물이 아니다. 그리고 같은 팀이라 여겼던 주리가 정말 같은 팀이었을까? 유괴라는 이름의 게임을 시작하면서 사쿠마도 주리도 그리고 부사장도 모두다 가면을 썼다. 하지만 가면의 개수가 하나라 단정짓지 않았다. 하나의 가면을 쓴 사람과 두개의 가면을 쓴 사람, 게임의 승리자는 당연히 가면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게임의 이름은 유괴, 오랜만에 기발하고 짜릿한 반전의 맛을 봤다.

 

"세상에는 돈보다 가치 있는 것들이 존재해. 내 생각에 그건 사람의 마음과 시간이야.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고, 잃어버린 시간을 돈으로 사들일 수도 없어. 그래서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적어도 그럴 수만 있다면 난 돈을 아끼지 않아." (본문 중에서) 사람의 마음과 시간이라 사람의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시간은 정말 돈으로 살 수 없기에 소중하게 써야한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때는 시간도 돈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g@me' 제목으로 2003년 개봉을 했다고 한다. 원작과 결말이 다르다고 하던데, 궁금하니 영화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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