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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 하지만 결론은 판타지

일드 심야식당의 편의점 버전이랄까?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편의점이라는 공간과 등장하는 인물 그리고 코로나19 상황까지 소재는 지극히 사실적이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나 결론은 판타지다.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만든 이야기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저마다의 아픔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풀리지 않을 거 같은 고민도 듣기와 소통을 통해 잘 풀어나간다. 노숙자, 막무가내 아들, 절필을 고민 중인 희곡작가, 왕따 소년, 상꼰대 고깃집 주인장 등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우리네 인생도 결국은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1권에 이어 2권까지 밀리의 서재(한달 무료쿠폰이 생겨서)를 통해 전자책으로 읽었다.   

 

푸른 언덕으로 불리는 청파동 주택가에 작은 편의점이 하나 있다. 손님이 없으니 매장에 상품이 없고, 매장에 상품이 없으니 손님이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을 갖고 있는 편의점이다. 동네 주민과 근처 숙대 여대생이 찾는 불편한 편의점이다. 이곳 사장인 엄여사는 돈을 왕창 벌고 싶은 맘이 없다. 교사로 정년퇴직을 했기에 자신은 연금으로 생활이 가능하다. 그런데 왜 편의점을 하는가? 여기가 아니면 생활터전을 잃게 되는 직원들 때문이다. (이때 책을 그만 읽을까 나름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서울역에서 엄여사와 노숙자 독고와의 만남 후 그녀는 독고에서 편의점 야간 알바 자리를 제안한다. 알콜성치매를 갖고 있는 그에게 금주라는 조건을 제시한다. 독고는 이를 수락하고, 불편한 편의점의 밤은 수수께끼 인물이 안주인이 된다.

"소주도, 그 소주가 담긴 컵도, 사내가 경만을 위해 특별히 마련했다는 온기를 주는 물건도. 경만은 왕따였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왕따가 아니었다. 이놈의 불편한 편의점이 한순간에 자신만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경만은 VIP로 컴백한 기분이었다.? (본문중에서)

 

독고와 경만의 만남, 참참참을 즐겨 먹는 그에게 옥수수수염차를 권하는 독고. 여기서 참참참은 참깨라면에 참치김밥 그리고 참이슬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 조합으로 한번 먹고 싶다는 생각 누구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참참참에 이어 참치 조합은 2권에서 나오는데, 자갈치 과자에 참이슬이다. 그리고 위스키인듯 아닌듯 대체품으로 옥수수수염차도 등장한다. (PPL이 아닐까 살짝 의심했다는)

"알코올중독의 기운은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며 내리 눌렀다. 왜 옥수수수염차냐고? 술대신 마실 음료를 찾아야 했을 때 그것이 원 플러스 원 메뉴였기 때문이다. 플라세보효과인지 몰라도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면 한결 갈증이 풀렸고 음주 욕구를 조금이라도 눌러놓을 수 있었다." (본문 중에서) 

 

소제목별로 고민과 아픔을 갖고 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 모두 야간에 편의점을 찾고, 독고에게 위로와 위안을 받는다.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라는 걸,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있음을 알게 된다. 각각의 사연이 있지만, 1권의 핵심은 독고, 그는 누구인가?

노숙자에 알콜성치매로 과거를 잊은 독고, 하지만 야간 알바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을 하면서 자신을 과거와 만나게 된다. 

 

"손님이 있음에도 빠르게 계산대를 벗아나 매장 끝 거울 벽으로 달려갔다. 나는 마스크를 쓴 내 얼굴을 확인했다. 짧게 친 머리 아래 브이 자 눈썹과 작은 눈이 마스크와 한 쌍인 듯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과거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스크로 가린 얼굴과 손소독제의 알코올 향이, 라텍스 장갑의 익숙한 감촉과 자연스러운 느낌이 과거의 나를 일깨워주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독고는 의사였다. 그것도 압구정에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다. 그런 그가 왜 노숙자가 됐을까? 그럴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만, 대리수술로 인해 페이닥터에서 노숙자로의 전환은 소설이라서 가능한 거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독고가 떠난 불편한 편의점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 1권의 중심축이던 인물이 사라졌지만, 소제목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고민과 아픔은 또다른 야간 알바가 등장해 소통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 2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야간 알바는 비밀스런 인물이다. 독고가 각진외모에 말 없는 인물이었다면, 그는 둥글둥글한 외모에 말 많은 인물이다.

인상도 분위기도 전혀 다른데, 신기하게도 둘은 닮은 점이 있다. 편의점 야간 알바가 본캐라면, 들어주는 남자는 부캐라 할 수 있다. 고민을 털어놓고, 그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준다. 딱히 해결책을 제안하지도 않지만,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인 듯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낸다.

 

1권에 등장했던 작가는 독고라는 인물을 토대로 대본을 쓴다. 참치를 즐겨하는 작가(인경)는 절필을 하기 위해 청파동을 찾았지만, 불편한 편의점에서 독고를 만나고 기똥찬 대본을 쓰게 된다. 그 대본은 연극무대에 올려지게 되고, 독고역을 맡은 배우가 2권의 중심인물 비밀스런 야간 알바생이다. 

자신을 홍금보라는 불러달라는 인물은 사람들에게 소통이 무엇인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 입이 하나고 귀가 2개인 이유는 말보다는 더 많이 들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기보다는 말이 먼저다. 즉, 남이 아닌 내가 우선인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금보씨는 들어준다. 

 

처음으로 맡는 주인공이라는 중압감에 배역 연구를 위해 독고가 일을 했던 편의점에 오고, 야간 알바생이 된다. 인물탐구가 먼저일텐데, 독고라는 인물에 대해 제일 많이 알고 있는 엄여사는 코로나19를 피해 지방으로 떠났다. 그리고 독고에서 편의점 일을 알려준 인물은 다른 편의점으로 스카웃이 됐다. 그나마 아는 인물은 오전 알바생과 엄여사의 아들뿐이다.

배역 연구를 하기에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야간알바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 소통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독고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의 대표 업적(?)이라면, 엄여사의 아들로 등장하는 빌런 민규는 새인물로 만든 것이다. 오너셰프를 본떠서 오너알바라는 타이틀을 만들고, 편의점 알바는 죽어도 안한다는 민규를 자신의 후임으로 만들어버린다. 

 

일드 심야식당이 주는 따스함이 불편한 편의점에도 있다. 그런데 현실적인 소재와 달리 마무리는 살짝 씁쓸하다. 다른 편의점으로 스카웃이 된 그녀는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모두 다 해피엔딩은 아니구나 했는데, 와우~ 새로운 일자리에 사랑까지 원 플러스 원으로 마무리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를 잘 파안해야 한다더라.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야하고, 그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아야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더라고. 여기서 잘하는 일은 특기야. 하고 싶은 일은 꿈이고.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직업이라고 하자."(본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구절이다. 특기가 꿈이 되고, 꿈이 직업이 되는 사람이야 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불편한 편의점은 제목을 따라서 불편하지만,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따뜻함이 느껴진다. 책처럼 우리네 인생도 모두 다 원 플러스 원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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