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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문학관

김유정의 봄봄 소낙비 금따는콩밭 동백꽃 만무방 | 해학과 비애의 문학

그때는 시험이 목적이었기에 이해가 아니라 외워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벼락치기를 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 이해를 목적으로 천천히 읽는다. 외우기 급급했던 그때의 나를 위로하며, 김유정의 단편소설에 흠뻑 빠졌다. 김유정의 봄봄은 맑은청 문학선 시리즈 중에서 4번째다. 종이책은 아니고, 서울특별시교육청 전자도서관 SEE앱을 통해 전자책으로 읽었다.

 

봄봄, 소낙비, 금따는 콩밭, 동백꽃 그리고 만무방까지 5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봄봄과 동백꽃은 김유정의 대표소설이기도 하고, 시험에 자주 나와서 지금도 줄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소낙비와 금따는 콩밭 그리고 만무방은 읽은 줄 알았는데, 처음인 듯 엄청 낯설다.   

 

"장인님! 인제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그 대답이 늘, "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봄봄은 이렇게 시작한다. 욕심 많은 장인은 착하디 착한 나에게 점순이와 혼례를 시켜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조건은 그녀의 키가 많이 자라야 하며, 그때까지 머슴처럼 집안 일을 하라고 한다. 쑥쑥 자랄 거라고 믿었는데, 유전인지 점순이는 위가 아니라 옆으로만 자란다. 기다리다 못해, 나는 사위가 아닌 머슴살이는 더이상 못하겠다고 파업(?)을 한다. 

 

바보같이 일만 한다고 점순이가 핀잔을 줬기에 용기를 내서 좀 더 강하게 밀어부쳤고, 이에 놀란 장인은 또 벼락같이 화를 낸다. 싸움이 벌어졌고, 부엌에 있던 점순이와 장모가 놀라서 밖으로 나온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점순이가 내편을 들어주겠지. 하지만 핀잔을 줄때와 달리 그녀는 남자가 아닌 아버지를 선택한다.

"에구에구!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점순이가 원하는 것은 뭐였을까? 싸움은 하지 말고, 대화로 결혼 승낙을 받으라는 거였을까? 하지만 장인의 못된 심보는 온동네가 다 알고, 어리숙한 나는 대화로 장인을 이길 수 없었을 거다. 그 다음이 궁금하지만, 봄봄은 이렇게 끝이 난다. 그 뒤 이야기는 아마도, 키는 핑계일뿐, 나이 어린 셋째 딸이 결혼 적령기에 들때까지 나는 사위가 아닌 머슴으로 계속 일만 했을 거다. 그가 도망을 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못 이겨 일어나 치마를 입으려 하니 그는 역정을 벌컥 내었다. 옷을 뺏어서 구석으로 동댕이를 치고는 다시 그 자리에 끌어 앉혔다. 그리고 자기 딸이나 책하듯이 아주 대범하게 꾸짖었다. "왜 그리 계집이 달망대니? 좀 든직지가 못하구......" 춘호 처가 그 집을 나선 것은 들어간지 약 한 시간 만이었다. 비는 여전히 쭉쭉 내린다. 

아내는 남편의 말대로 벌써부터 머리를 빗고 앉았으나 온체 달포나 아니 가려 엉킨 머리라 시간이 꽤 걸렸다. 그는 호랑이 같은 남편과 오랜간만에 정다운 정을 바꾸어 보니 근래에 볼 수 없는 희색이 얼굴에 떠돌았다. 어느 때에는 맥쩍게 생글생글 웃어도 보았다. 아내가 꼼지작거리는 것이 보기에 퍽이나 갑갑하였다. 남편은 아내 손에서 얼레빗을 쑥 뽑아들고는 시원스레 쭉쭉 내려 빗긴다. (본문 중에서)

 

춘호는 노름으로 서울에 갈 밑천을 장만하려고 하지만, 땡전 한푼도 없다. 아내도 돈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돈을 구해오라고 괴롭힌다. 소낙비를 맞고 온 날, 아내는 돈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춘호는 방법 따위는 궁금하지 않다. 그저 노름을 할 수 있는 돈만 생기면 되니깐. 그런데 궁금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알고 있지 않았을까? 나이 어린 아내가 돈을 구할 방법은 자신의 몸 밖에 없다는 것을. 

소나기와 소낙비는 같은 의미인데, 소설은 너무나 다르다. 소나기가 동화라면, 소낙비는 막장드라마(?)다. 그 뒤 이야기는 아마도 서울 갈 밑천은 고사하고 노름돈까지 다 날렸을 거다. 아니면 정말 한 몫 단단히 챙겨서 부부가 함께 서울로 상경했으면 좋겠다. 

 

못 사는 집 남자와 잘 사는 집 여자(점순이)가 있다. 여자는 남자는 좋아하는데, 이눔의 남자는 그걸 모른다. "나, 너 좋아해"라고 눈치를 주는데도, 순진해서 도통 모른다. 그가 그녀 맘을 몰라주니, 그녀는 삐뚫어지기로 결심한다. 그 방법이 닭싸움이다. 

"닭 죽은 건 염려마라. 내 안 이를 테리." 그리고 뮛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본문 중에서)

 

점순이는 권력(?)을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품에 안았다.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지만 남자는 조마조마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언제 토라져서 닭의 죽음을 밝힐지 모르니깐. 그러니 더더욱 그녀에게 잘 보여야 한다. 점순이는 해피엔딩, 나는 새드엔딩이다. 소설 속 동백꽃은 겨울에 피는 빨간 동백꽃이 아니라, 봄에 피는 노란 동백꽃으로 생각나무 꽃이다. 

 

벼농사를 지어도 남좋은 일이뿐, 늘 빚에 허덕인다. 응칠이도 처음에는 착한 농부였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언제나 그 자리이니, 결국은 아내도 버리고 혼자가 된다. 고된 농사일이 아니라 송이를 캐러 이 산, 저 산 다니면서 자칫 한량(?)으로 살아간다. 그의 동생 응오는 아직은 성실한 농사꾼이지만, 곧 형의 길을 따라갈 거다. 왜냐하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깐.

 

시대의 아픔을 담고 있는 만무방과 달리, 금따는 콩밭은 마치 우화같다. 등장인물이 동식물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이솝우화와 많이 비슷하다. 허무맹랑한 욕심의 끝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갈이 먹으라는 밭이지 흙 쓰고 들어가라는 거야? 이 미친 것들아! 콩밭에서 웬 금이 나온다고 이 지랄들이야 그래." (중간생략) "금줄 잡았어, 금줄." "으----ㅇ!"하고 외마디를 뒤남기자 영식이는 수재 앞으로 살같이 달려들었다. 허겁지겁 그 흙을 받아들고 샅샅이 헤쳐 보니 딴은 재래에 보지 못하던 불그죽죽한 황토였다. 그는 눈에 눈물이 핑 돌며, "이게 원줄인가." "그럼 이것이 곱색줄이라네. 한 포에 댓 돈씩은 넉넉 잡히되." (본문 중에서)

 

콩 심는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법이다. 근처에 금광이 있다고 해도, 콩밭에서 금이라니... 하긴 고작 콩밭에서 금이 나온다고 하면 누구나 눈이 돌아갈 것이다. 그 심리를 수재는 이용을 했고, 영식이는 백퍼 믿었다. 믿음은 곧 의심으로 번져갔고, 수재는 죽음을 면하기 위해 황토를 황금으로 속인다. 그걸 또 영식은 믿는다. 

 

금따는 콩밭을 현실에 반영하면 로또 심리가 아닐까 싶다. 안될 확률이 높지만, 성공하는 사람이 있고, 성공만 하면 인생역전이니 멈출 수가 없다. 발표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작은 종이쪼가리를 보면서 행복감에 젖어 있을 거다. 그래서 김유정의 소설은 가볍게 웃어 넘길 수가 없다. 해학적인 요소가 다분해도 슬픔과 설움이 더 크다.

 

2022.06.02 - 전자책을 무료로 서울특별시교육청 전자도서관 SEE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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