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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묵호 해랑전망대 & 까막바위

어벤져스라면 모를까? 인간은 바다 위를 걸을 수 없다. 하지만 걸을 수 있다. 어떻게? 우리에게는 도깨비가 있다. 도깨비방망이 길을 따라 걸으면 바다는 발 아래 놓여있다. 바다 위를 걷는 짜릿한 기분, 강원 묵호 해랑전망대다. 그리고 일출 명소인 까막바위는 뽀너스.

 

자고로 전망대라고 하면 높은 곳에 있어야 하는데, 묵호에 있는 해랑전망대는 산이 아닌 바다 위에 있다. 사진 속 왼쪽에 도 전망대 비슷한 무언가가 보이지만, 오른쪽에 있는 저 곳이 목적지다. 묵호항 수변공원을 나와, 해랑전망대로 걸어간다.

 

커다란 녀석은 대구, 작은 녀석들은 가자미일 거다. 해풍을 맞으며, 녀석들은 맛있는 녀석들로 변신 중이다. 날벌레가 없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라면, 묵호는 한국의 산토리니!
빌딩 사이로 뭔가가 보인다~
왼쪽에는 묵호등대가~

오른쪽에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있다. 해랑전망대와 함께 지난 6월에 개장을 했다. 도째비란 도깨비를 뜻하는 이곳의 방언이다. 해발 59m 높이의 하늘 산책로라는데, 보기만 했는데도 멀미가 올라온다. 고소공포증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겁나 심하게 있다. 밑에서 보기만 해도 덜덜 떨리는데, 저 위로 올라가면... 아휴~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나마 다행은 스카이밸리는 무료가 아니라 유료다. 공짜여도 안갈텐데, 돈을 내라고 하니 "나는 반댈세~"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달리 해랑전망대는 무료다. 단, 기상이 나쁜 경우에는 안전상 개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카이밸리보다는 식은 죽 먹기이니, 가벼운 맘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해랑전망대는 길이 85m의 해상보도교량으로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바다 위 파도 너울을 발아래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랑전망대는 도깨비방망이를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방망이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스카이밸리에서 보면 방망이 모양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정말 도깨비방망이인지 매우 몹시 궁금하지만, 굳이 그곳에 올라가서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도깨비 영역으로 들어가는 의미를 가진 파란색 진입 터널!
도깨비굴 아니 도깨비 방망이 속으로 들어가는 중~

사진인데도. 동해바다의 거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동해, 서해, 남해 다 같은 바다인데, 왜 다를까? 서해는 갯벌이, 남해는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그리고 동해는 상파도가 넘실거린다. 날씨는 흐리지만, 겨울인데도 봄날같은 날씨라 걷기 여행에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거다. 

 

직진은 안되고, 우회해서 가야 한다~

도째비골 해랑전망대와 스카이밸리는 연결고리가 있다. 스카이밸리에는 봉오리 진 슈퍼트리가 있는데, 해랑전망대에는 만개한 슈퍼트리가 있다. 도깨비방망이를 통해 만개했다는 스토리라는데, 만개를 봤으니 봉오리는 굳이 볼 필요가 없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로막는 너는 누구냐? 아무렇지 않게 과감히 걸어가고 싶은 맘은 굴뚝이나 발이 주인 말을 듣지 않는다. 얼음땡 놀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순간 얼음이 됐다. 앞으로 가란 말야~라고 외치고 있지만, 이눔의 몸뚱아리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럴때는 돌아가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해랑전망대 한바퀴를 하고 싶었으나, 뜻하지 않는 빌런(?)의 등장으로 중간에 멈췄다. 밑이 보이지 않은 안전지대로 오고 나서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하~ 저기가 스카이밸리구나. 그 옆에는 묵호등대도 보이는데, 은근 높아 보인다.

묵호등대는 꼭 가보고 싶은데, 갈까? 말까? 올라가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데, 굳이 올라갈 필요가 있을까? 이딴 말장난을 무지 심각하게 했다. 그리하여 첫날은 가지 말자고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둘째날은...

 

해랑전망대에서 일출명소로~

작은 어촌마을답게 가고 싶은 곳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그래서 묵호항에서 수산시장을 거쳐 수변공원을 지나, 해랑전망대에서 까막바위까지 걷는 맛이 있다. 

 

여전히 해랑전망대에 있는 중~

바다 위에 바위가 있을 뿐인데, 파도는 아까와 달리 한층 화가 나있다. 묵호라서 그런가? 동네 이름에 걸맞게 바위까지도 새까맣다. 그때문인지 하안파도가 더 돋보인다. 

 

설마 일몰?

해랑전망대를 나와 까막바위를 가던 중, 스카이밸리 입구 앞에 잠시 멈췄다. 가까이에서 보니, 돈까지 내면서 굳이 가고 싶은 맘이 절대 들지 않는다. 이때는 몰랐다. 왼쪽에 사람형상을 한 바위가 있다는 거.

 

묵호의 일출명소인 까막바위에 도착!

서울 남대문의 정동방은 이곳 까막바위입니다. 까만색 바위라서 까막바위인 줄 알았는데, 까마귀가 바위 위에서 새끼를 쳤다는 데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까막바위 문어상

문어상 아래 문어상의 얽힌 설화가 있는데, 글씨가 다 지워져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검색을 했다. 내용이 꽤 긴데, 간단하게 줄이면 다음과 같다.

묵호에는 걸인들에게도 후한대접을 하는 존경받는 호장(지금의 이장)이 있었다. 어느날 왜구가 두척의 배를 끌고 쳐들어왔는데, 역부족이었다. 분노에 떨던 호장은 왜장에게 크게 노하여, "비록 내가 너희들에게 육신은 죽어도 너희들을 다시는 이곳에 침범치 못하게 하리라." 말이 끝나자마자 천둥 번개가 치고 파도가 밀어 닥쳐 호장이 탄 왜구 배가 뒤집혀 모두 죽었다. 남은 배 한척은 달아나던 중 거대한 문어가 나타나 배를 내리쳐 배는 산산조각나고 왜구도 모두 죽었다. 다음 순간 하늘이 맑게 개고 파도가 잔잔해지자 까마귀떼가 몰려들어 왜구들의 시체를 뜯어 먹었다. 문어는 호장의 영혼이며, 죄지은 사람이 까막바위 밑을 지나면 문어에게 잡혀 죽었다고 전해진다고 한다.

전설을 알고 문어를 다시 보니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무서운 악당처럼 보인다. 문어는 맛있.... 괜한 소리를 하면 잡혀갈 수 있으니 급 묵언수행 중.

 

까막바위 밑에 큰 굴이 두개 있는데, 그 곳에 호장의 영혼이 살고 있다. 그래서 해녀들도 가까이 가지 않는단다. 까막바위는 매년 풍어제를 지내면 지금도 수호신으로 받들고 있다고 한다.

 

문어 아니고 오징어임당~
갈매기는 까막바위를 좋아해~

해질녘의 까막바위도 좋지만, 이곳의 백미는 일출이다. 왜 일출명소인지, 내일 아침에 직접 확인할 것이다. 여름 일출은 새벽형 인간이 되어야 하지만, 겨울 일출은 아침형 인간이면 되니깐. 

 

잠을 자고 있어 눈동자는 보이지 않지만, 코와 입은 도드라져 보인다. 큰바위 얼굴이자 까막바위 정령이다. 혹시 초자연적인 현상일까 했는데, 사람이 만든 조형물이라고 한다. 앞으로 얼굴이 큰 사람을 만나도, 크다고 하지 못하겠다. 정만 큰 얼굴을 만났으니깐. 

묵호에 온지 몇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푹 빠져 버렸다. 볼거리는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는 먹거리를 즐길 차례다. 묵호에 온 첫번째 이유를 이제야 만난다. 도룩묵호~ 라임 좋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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