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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동진역 그리고 묵호역

마산, 부산, 포항, 당진, 예산, 안동, 보성, 벌교까지 올해도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작년에는 제주도에서 방어를 먹었는데, 올해는 강원도에서 도루묵을 먹는다. 올해 마지막 여행지는 강원도 묵호, 서울역에서 KTX이음을 타고 떠난다.

 

서울역 아니고 묵호역

KTX이음은 지난 여름 안동여행에 이어 두번째다. KTX강릉선은 강릉역이 종착지인 줄 알았는데, 강릉역을 지나 정동진, 묵호 그리고 동해역까지 연장이 됐다. 올해 마지막 여행지로 묵호를 선택한 건, 제철 도루묵과 일출때문이다. 해맞이 일출은 사람이 겁나 많이 모일테니 가고픈 맘이 없다. 허나 동해바다 일출이 보고 싶으니, 혼자서 무지 이른 해맞이 일출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KTX 이음은 청량리역에서만 타는 줄 알았는데, 서울역에서도 탈 수 있다. 단, 차편이 많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7시에 기차가 있지만, 굳이 일찍 가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1박2일이라서 11시 1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탔다. 서울을 지나 양평으로 접어 들더니 어느덧 원주를 지나고 있다. 

논, 밭 그리고 산 풍경에서 갑자기 확 달라졌다. 창문 밖으로 펼쳐진 동해바다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를 꺼냈다. 찰칵, 찰칵~ 셔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잠시 후 정동진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설마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오는 그 정동진역이 맞을까 했는데, 맞다.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좋겠지만, KTX는 낭만이 없다. 그래도 KTX이음은 좌석마다 창문이 따로 있어서 자리탓을 하지 않고 맘껏 사진을 찍어도 된다. 그러나 D라인보다는 A라인에 앉아야 바로 바다를 볼 수 있다.  

 

정동진역 레일바이크

잠시 정차했던 기차는 다시 출발을 한다. 좀 더 바다를 보고 싶은데, KTX는 무심하다. 그나저나 바다 바로 옆에 선로가 있다. 기차가 다니는 선로는 아닌 듯 싶고, 인테리어(?)인가 했는데 레일바이크다. 정동진역에 레일바이크가 생겼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바로 바다 옆인지는 몰랐다. 정동진은 와봤던 곳이라서 묵호로 정했는데, 레일바이크를 보니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기차는 내맘도 몰라주고 묵호역을 향해 맹렬히 달리고 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니고 레일바이크

그저 기차역 주변만 왔다갔다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곳은 많지만, 그중에서 베스트는 아마도 정동진역이 아닐까 싶다. 주변 풍경이 그야말로 예술이니, 레일바이크 탈 맛이 나겠다. 그나저나 산 위에 있는 저 배는 여전히 건재하는구나.

 

레일바이크도 좋지만, 겨울바다를 보면서 해변을 걷고 싶다. 포항도 동해바다이긴 하나, 역시 동해바다는 강원도가 짱이다. 파도소리는 잘 들리지 않지만, 이렇게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겨울바다여행으로 강원도는 최고의 선택이다.

 

바다 색이 어쩜 이래~

서울역에서 두시간 반을 달려 묵호역에 도착을 했다. 정동진역에서 계속 바다를 보면서 올 줄 알았는데, 바다는 잠시, 다시 논과 밭 그리고 산이 계속 됐다. 정동진역과 달리 묵호역은 바다는 커녕 짠내음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멀지 않은 곳에 묵호항이 있지만, 역에서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묵호역
묵호역 대합실
묵호역 플랫폼

정동진역이 화려한 네온사인이라면, 묵호역은 자그마한 모닥불이다. 마치 간이역인 듯, 북적북적한 정동진역과 달리 묵호역은 고요하다. KTX보다는 덜컹거리는 무궁화호가 더 어울릴 듯 싶다. 

 

기차는 다시 서울로, 나는 여전히 묵호에 있다!

강원도 동해시 묵호동은 물도 바다도 물새도 검어 묵호동(墨湖洞)이라 했다. 옛날 묵호에는 까마귀가 많아 까마귀 ()자를 써서 까마귀가 많은 마을의 나루라는 뜻으로 오리진(烏里津)이라 불렀다. 강릉부사 이응유가 보니 바다도 검고 까마귀도 많아 검을 ()자를 써서 묵호라 했다. 지방 선비들이 학문과 선비를 뜻하는 한묵(翰墨) 의미로 마을 발한(發翰) 상대해서 묵호라 지었다는 설도 있다. 즉, 까마귀가 많은 마을, 글 잘 쓰는 선비가 나는 마을이라고 해서 묵호라고 한다.

 

동해안의 작은 어촌마을 묵호는 1960~70년대 전성기를 맞아하게 된다. 동해안 제1의 무역항으로써 석탄과 시멘트를 실어 나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화주와 선원, 지역주민들이 한데 엉켜 요정과 백화점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묵호는 예로부터 명태, 오징어 등의 어획량이 풍부한 어촌 도시에, 유행을 선도하는 첨단도시 그리고 술과 바람의 도시로 성장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동해항이 국제무역항으로 성장하고 명태의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묵호는 본격적으로 쇠퇴기에 접어들게 된다. 

 

서울 - 청량리 - 상봉 - 양평 - 서원주 - 만종 - 횡성 - 둔내 - 평창 - 진부(오대산) - 강릉 - 정동진 - 묵호 - 동해까지 KTX 강릉선 노선 중에서 가장 낯선 곳은 묵호다. 도루묵은 강릉이나 정동진, 동해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묵호를 선택한 건 순전히 '감'이다. 제철 도루묵에 완벽한 일출까지 묵호라면 성공을 안겨주지 않을까? 그 답을 하나씩 풀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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