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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송원마포돼지갈비

생선회나 초밥은 혼밥이 가능한데, 고기와 찜닭은 혼밥이 힘들다. 나름 혼자서도 잘 먹고 다니지만, 1인 화로가 있다면 모를까? 고깃집에서 혼밥을 해본 적이 없다. 함께 갈 친구를 섭외했으니 궁금했던 그 곳에 간다. 문래동에 있는 송원마포돼지갈비다.

 

맛있는 녀석들은 먹는 방송 중 유일하게 보고 또 보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지난 영상을, 금요일에는 본방사수를 한다. 대흥동에 있는 고등어김치찜처럼 송원마포돼지갈비도 방송에 여러번 소개가 됐는데, 혼자는 부끄러워서 근처에 있는 영일분식에서 칼비빔국수를 먹곤 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고 둘이 왔으니 당당하게 들어간다.

 

생각보다 넓지 않아요~

방송으로 봤을때는 꽤 넓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리 넓지는 않다. 영업시간이 5시부터인데,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줄서서 기다려야 할까봐 5시 5분에 도착을 했더니 빈자리가 많다. 온도 체크와 QR코드를 작성한 후 자리에 앉았다. 메뉴는 양념돼지갈비 하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갈비도 있다. 둘 다 먹을까 하다가, 가장 궁금한 양념돼지갈비(200g 13,000원)와 무채비빔밥(3,000원)을 주문했다. 그리고 당연한듯 알콜을 마셔야 하지만, 금주를 선언했기에 사이다를 주문했다.

 

양념돼지갈비 한상이요~
기본찬 리필은 셀프!

기본찬은 단촐하다. 쌈장대신 고추장이 나왔고, 고기이니 쌈채소는 당연인데 깻잎은 없고 상추만 있다. 고깃집에 가면 늘 나오는 하얀 무생채는 없지만, 대신 파채에 슴슴한 콩나물국이 있다. 처음에는 반찬을 다 가져다 주지만 리필은 셀프다.

 

때깔 좋을시고~

돼지갈비, 이게 얼마만인가 싶다. 집에서는 불판에 구워서 먹는 갈비보다는 주로 찜을 먹기에, 갈비는 우리집 대표 외식메뉴였다. 어렸을때는 자주 먹었는데, 바다먹거리 맛에 흠뻑 빠지면서 육고기를 그동안 넘 멀리했다. 사실 비계를 먹지 못하니,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고기를 먹을때는 비계를 골라내는 모습이 그닥 좋게 보이지 않아서 꺼려했던 적이 많았다. 가족은 아니지만 친구가 이런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이번에는 불편함 없이 맘꺽 먹을 생각이다. 생마늘도 좋지만, 구운마늘도 나쁘지 않다. 불판에 너무 오래 두면 탈 수 있으니 노릇노릇 적당히 익었을때 빼야 한다. 

 

냄새부터 침샘폭발!

고기는 구워야 제맛이다.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침샘은 벌써 폭발을 했고, 어서빨리 익어라 익어라~ 하면서 주문을 외운다. 드디어 그 시간이 왔고,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한다. 우선 비계없는 살코기 부위만 골라서 파채 위에 살포시 올린다. 돼지갈비가 나왔을때, 양념이 과하지 않아 보이더니 슴슴하다 싶을 정도로 간이 약하고, 단맛 역시 그렇다.

 

무채비빔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개인적으로 고기를 먹을때 밥은 먹지 않지만, 무채비빔밥은 꼭 먹어야 한다고 해서 주문을 했다. 밥과 무채 그리고 참기름뿐으로 평범하지만 요게 돼지갈비와 만나면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한다. 집에서는 계란후라이를 올려서 비벼먹지만, 여기서는 돼지갈비를 올려서 먹을거다.

 

생갈비라면 비계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양념은 힘들다. 그래서 고기만 먹지 않고 무조건 쌈이다. 혹시나 비계의 질감이 느껴질 수 있으니, 파채는 잔뜩 올려서 비계인듯 아닌듯 몰라야 많이 먹을 수 있다. 도톰한 고기 속에 감춰있는 육즙이 저작운동을 통해 입안 가득 퍼지고, 여기에 마늘과 상추, 파채가 더해지니 맛이 없다면 반칙이다.

 

무채비빔밥만 먹었을때는 계라후라이 생각이 간절했는데, 돼지갈비 한점을 올리니 싹 사라졌다. 그동안 고기를 더 많이 먹기 위해서 밥을 멀리했는데, 역시 고기에는 밥이 진리다. 여기에 아삭한 무채가 더해지니 아니 좋을 수 없다.

 

옆테이블에서 파채를 불판에 올려서 구워먹기에 따라했는데, 요건 식감이 질겨서 별루다. 고추장은 오이만 찍어 먹다가 쌈장처럼 올려봤는데, 슴슴한 맛을 좋아하다보니 그냥 먹는게 더 좋다. 

 

비계 맛을 잡자고 파채를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속이 살짝 아리다. 이래서 고기를 먹을때는 하얀 무생채가 필요한데, 꿩대신 닭이라고 무생채대신 콩나물을 먹는다.

 

갈비이니 갈빗대 하나 정도는 뜯어야 한다. 약한 불에서 타지 않게 오래 익힌 다음, 손으로 잡고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긴다. 둘이서 4인분을 먹고, 기분 좋은 포만감을 안고 일어났다. 그나저나 고기를 먹는데 갈색이 혹은 녹색이가 당연히 생각날 줄 알았다. 그런데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아저씨가 된 듯, 우롱차는 아니지만 사이다만으로도 충분했다. 덩달아 같이 금주를 한 친구도 나쁘지 않다고 했으니, '앞으로 우리 술없이 밥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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