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메밀꽃필무렵
아직은 봄이지만, 먹거리는 어느새 여름으로 넘어간 듯하다. 따끈한 국물보다는 시원한 국물이 더 생각나기 때문이다. 여름 먹거리 사전답사랄까? 얼음동동 시원한 물막국수에 비빔막국수 그리고 메밀전병을 먹으러 용강동에 있는 메밀꽃필무렵으로 향했다.
샤브샤브였던가? 기본이 2인분부터라 혼밥을 할 수 없었던 식당이 있었는데, 그 집은 떠나고 동백꽃이 아니고 메밀꽃필무렵이 들어왔다. 사실 골목 안쪽에 있어 잘 몰랐는데, 며칠 전에 전단지를 받았고 막국수는 좋아하는 음식이라 바로 찾았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브레이크 타임이 없는걸까? 어쩌다 보니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오후 3시가 넘어서 갔는데 영업 중이다. 사진은 사람이 없을때 후다닥 찰칵. 구수한 면수인가 싶어서 갖고 왔는데, 뜨거운 육수다. 물은 셀프가 아니지만, 육수는 셀프다.
계절메뉴인 닭한마리는 혼밥으로는 무리다. 고로 막국수만 먹을 예정이다. 처음 왔으니, 가장 무난하게 메밀 비빔막국수(8,000원)를 주문했다. 그리고 왠지 양이 부족할 듯 싶어 메밀전병(6,000원)도 추가 주문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메밀 비빔막국수다. 비비기 쉽게 육수가 맨아래에 있고, 그위로 메밀면과 빨간양념장 그리고 무, 오이, 삶은계란 등 고명이 있다. 막국수에는 유독 깨가 많이 들어 있다. 참기름이 들어가는데, 굳이 깨를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없으면 허전하고 있어야 맛이 확 산다.
막국수에 들어가는 메밀면은 메밀 껍질을 까서 속 열매를 갈아서 만든 메밀가루로 만들었다. 메밀꽃필무렵은 자가제면을 한다는데, 100%는 확실히 아니지만 메밀가루가 몇프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좀 더 단골이 되면 그때쯤에 물어봐야겠다.
막 만든 국수라는 뜻의 막국수는 쫄깃함보다는 거친 식감을 갖고 있다. 세련함보다는 툭툭 잘 끊기는 투박함도 갖고 있다. 거칠지만 그 속에는 순박함과 구수함이 담겨있다. 빨간양념이지만 매운맛은 그리 강하지 않다. 그런데 매운맛도 적립이 되는지, 갈수록 사알짝 매움이 올라온다. 그렇다고 불닭볶음면 수준은 아니고 신라면 보다도 약한 편이다.
비빔으로 시작해 물로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냉육수가 같이 나오지 않아서 비빔으로만 먹었다. 따로 요청을 하면 줄까? 직접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양념은 적당했고 오이 고명은 살짝 부족했는데 김가루가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냥 먹어도 좋고, 반찬을 올려서 먹어도 좋다. 무절임은 어딜가나 맛이 다 비슷해서 제외하고, 여기 열무김치는 아삭 시원하니 괜찮다.
역시 곱빼기로 먹었어야 했는데, 양이 살짝 부족했다. 부족함은 메밀전병으로 채웠다. 막국수를 주문하면 면을 뽑는 기계 소리가 들리지만, 메밀전병을 주문하고 기름 소리가 들린다. 막국수처럼 전병도 직졉 만드냐고 물어보니, 그렇지 않단다. 그때문일까? 메밀전병이라 쓰고, 메밀가루로 만든 김치군만두라 읽고 싶다. 막국수 먹을때 전병은 필수인데, 앞으로는 막국수만 먹아야겠다.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메밀물막국수 곱빽기(9,000원)다. 같은날 다 먹은 건 아니고, 비빔과 전병을 먹고 나서 며칠 후 다시 찾았다. 비빔처럼 물도 김이 과하지 않아 좋다.
여름에 팥빙수를 왜 먹지 싶다. 물막국수만으로도 더위는 저만치 떨어지테니깐. 비빔막국수는 양념을 더 추가하지 않았는데, 물막국수는 추가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육수를 살짝 맛봤는데, 02% 부족한 느낌이 든다.
모든 음식을 다 만든다면, 비빔막을 먹을때는 메밀전병을, 물막을 먹을때는 메밀왕만두를 같이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 만두대신 곱빼기로 주문했더니 확실히 양이 많다. 살짝 부족한 맛은 식초 한바퀴와 겨자를 더하니 꽉 채워졌다. 깨는 씹히지 않고 그냥 넘어갈때가 많지만, 아주 가끔씩 깨가 씹힐때 고소함이 함께 터진다.
차가운 육수라 그런가? 비빔막국수와 달리 면발이 끈기도 있고 탱탱하다. 끊김없이 면치기도 가능하다. 역시나 그냥 먹어도 좋지만, 반찬을 더해서 먹어도 충분히 좋다. 메밀은 무와 같이 먹으면 독성이 없고 소화효소가 많아진다고 한다. 고명에 반찬까지 무가 있는 건 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어서다.
물막국수가 나올때 비빔용 양념이 함께 나왔다. 이것은 처음에는 슴슴하게 먹다가 마무리는 강하게 먹으라는 뜻이다. 반 정도 남았을때 양념을 투하한다. 빨간맛이 더해지니 확실히 맛이 세다. 개인적인 취향은 양념을 더하지 않았을때가 좋다. 요즘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하다 보니, 요 빨간 양념도 엄청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껴둔 삶은계란에 열무김치를 올려 마무리를 한다. 메밀 소바는 미진에서 먹어야 하니, 다음에는 명태회가 들어간 비빔막국수를 먹어봐야겠다. 제대로 된 막국수를 먹으려면 강원도로 가야 하지만, 멀기도 하고 귀찮으니 당분간은 용강동에 있는 메밀꽃필무렵에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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