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격동 솔트24 (Salt24)
밥배와 빵배는 따로 있으니, 나물김밥을 먹은 다음에는 크루아상을 먹어야 한다. 조선김밥은 안국동이고, 솔트24는 소격동으로 동네이름은 다를 뿐 겁나 가깝다. 이웃사촌이니 코스처럼 두 곳을 다 간다. 크루아상은 물론, 모든 빵을 도장깨기 하고픈 곳, 솔트24다.
조선김밥에서 나물김밥과 콩비지로 든든하게 먹었지만 크루아상이 들어간 배는 남겨뒀다. 여기에 왔으면 조선김밥과 솔트24는 셋뚜셋뚜이기 때문이다. 아까는 밥순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빵순이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종류는 은근 많다. 크루아상 전문빵집답게 크루아상이 가장 많지만, 그외 다른 빵들도 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한개씩 다 주세요라고 주문을 하고 싶다. 하지만 한꺼번에 다 먹으면 매력이 떨어질까봐 늘 아쉬움을 남겨둔다. 그래야 또 올 수 있으니깐.
예전에는 여기에도 빵이 많았는데, 유리 진열대 안으로 이동을 했는지 지금은 찰지구마와 치즈스틱만 있다. 크루아상을 먹으러 왔지만, 가장 먼저 고른 빵은 찰지구마(4,300원)다. 요거요거 지난번부터 무지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도 팔(빨)미까레가 있다. 엄마손파이 고급버전으로 아는 맛이라 패스, 애플파이와 페퍼맛스모크, 햄치즈 역시 다음 기회로 미룬다. 한번에 3개씩이라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블루베이 생크림, 말차, 카야잼 그리고 초코퐁듀 크루아상이다. 카야잼은 지난번에 먹었고, 말차는 개인적으로 말차를 그닥 좋아하지 않으니 건너뛴다. 초코퐁듀 크루아상은 크루아상 전문빵집에 가면 늘 있다. 개인적으로 단맛을 멀리하고 있는데 이날은 마법(?)에 걸렸는지 이상하게 초코퐁듀(4,000원)가 끌렸다. 크루아상을 좋아한다면 한번 정도는 먹어봐야 하는데, 이날이 그날이구나 싶어 과감하게 주문을 했다.
고메버터 크루아상은 지난번에 먹었으니 넘어가고, 앙버터와 팽오쇼콜라 사이에 딱 하나 남아 있는 호두 브리오슈(3,600원)를 골랐다. 부탁한 건 아니지만, 댓글로 호두 브리오슈와 찰지구마를 먹고 싶다고 한 이웃님이 생각나서다.
데니쉬 식빵과 솔트 그리고 플레인 크루아상까지 모든 빵 소개 끝.
이번에 가져온 녀석들(?). 호두 브리오슈와 초코퐁듀 크루아상 그리고 찰지구마다. 솔트24는 빵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으니 포장은 필수다.
비주얼은 물론 이름에서도 느껴지지만, 찰지구마는 고구마빵이다. 그런데 빵이 아니라 떡이라고 해야 할까나? 무슨 빵이 이렇게나 묵직한지, 무게감이 엄청나다. 고구마 껍질에 해당하는 부분은 떡처럼 쫀득하고, 안에 들어 있는 소는 확실히 고구마가 맞다. 따끈하게 데운 우유에 타서 먹으면 고구마라떼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달달하니 부드럽다.
브리오슈는 달걀과 버터를 듬뿍 넣어서 만든 빵이라고 한다. 부드러운 빵이라고 하더니, 정말 부드럽다. 지붕(혹은 뚜껑)에 해당하는 부분에 있는 호두는 바삭고소하고, 빵 속에 숨어 있는 호두는 고소하다. 호두 브리오슈만 먹어도 충분히 좋은데, 여기에 딸기잼을 더하면 더 좋다. 역시 엄마표 딸기잼은 진리다.
초코크루아상은 그동안 먹고 싶었지만 두려움이 앞서 늘 주저했다.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직원에게 이렇게 질문을 한다. "이거 많이 달죠?" "아니고 생각보다 그렇게 달지 않아요." 질문을 하고 나서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사람마다 단맛에 대해 기준이 다를텐데, 그걸 물어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대답에 용기를 냈다고 해야 할까나? "이거 주세요"라고 했다.
눅진한 초코가 잔뜩이다. 한여름에는 초코 크루아상은 피해야겠다. 30여분 이동을 했을 뿐인데 녹았는지 잡자마자 손가락이 초코 범벅이다. 크루아상 겉에만 초코가 있고, 안에는 초코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나? 크루아상 속은 버터향 가득에 부드러움이 일품이다. 그런데 겉은 와우~ 다크 초코라 하지만 달아 달아 무지 달다. 초코퐁듀 크루아상은 나이프와 포크가 필수다. 왜냐하면 그냥 먹었다가 짜장면을 먹는 아이처럼 입술 주변이 초코초코해진다. 다음에는 또 어떤 빵을 먹을까나? 행복한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맛을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서와~ 납작우동은 처음이지 용강동 우동이요이요 (28) | 2021.05.10 |
---|---|
빵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오후 내수동 북한산제빵소 광화문점 (19) | 2021.05.07 |
진한 향에 국물이 일품 능이버섯 닭곰탕 내수동 사발 (29) | 2021.05.03 |
무채비빔밥에 돼지갈비 한점 문래동 송원마포돼지갈비 (27) | 2021.04.30 |
메밀 트리오 비빔막국수 물막국수 메밀전병 용강동 메밀꽃필무렵 (22) | 2021.04.28 |
콩비지와 나물김밥은 셋뚜셋뚜 안국동 조선김밥 (28) | 2021.04.23 |
멘치카츠 아니고 치즈교자카츠 도화동 아소비바 (27) | 2021.04.21 |
속이 꽉~ 찬 만둣국 마포동 능라도 (26) | 2021.04.19 |
느끼 NO! 고소 YES! 명란버터우동 용강동 우동이요이요 (19) | 2021.04.16 |
상생의 정석 삼치회 도화동 남해바다 (19) | 2021.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