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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Minari) | 아카데미 작품상을 기원하며

미나리는 올 들어 영화관에서 본 첫 영화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는 한달에 한번은 꼭 영화관 나들이를 했는데, 3개월만에 처음이다. 영화제에서 상 받은 영화는 재미가 없다는 속설(?)이 있다. 미나리가 열풍이긴 하나 미국 이민사를 다루고 있어 기생충과 달리 소재가 낯설다.

 

한예리, 윤여정, 스티븐 연 등 한국배우가 나오지만 기생충처럼 우리나라가 무대가 아니라 미국이 무대다. 자막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어 좋긴 하나, 스토리가 넘나 먼나라 이야기다. 하긴 미국 이민사에 대해 사전 정보가 거의 없으니 더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우리이게는 먼 소재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익숙한 소재일테니, 기생충에 이어 미나리까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바래본다.

 

확실히 조그마한 아이패드보다는 넓고 큰 영화관이 좋다. 화질도 좋고, 음향도 좋고, 역시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는 러닝타임이 115분이다. 영화관이 아니라 집에서 봤다면 한번에 다 못보고 여러번 봐야했을 거다. 왜냐하면 잔잔한 영화이다보니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영화관이라서 졸지 않았을 뿐, 집이었다면 백퍼 낮잠모드다.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는 72년에 한국에서 결혼을 했다. 언제 미국에 왔는지 모르지만, 레이건 대통령이 등장을 하니 아무래도 결혼을 하고 바로 미국으로 이민을 간 듯하다. 이민 초기는 도시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10년 넘게 일을 하다, 농장을 갖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도시에서 시골(아칸소)로 온다. 영화는 가족의 이사로 시작을 한다.

 

아내는 남편의 결정이 맘에 들지 않는다. 아픈 아들을 위해 병원이 가까운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데, 병원에 가려면 한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시골에 왔으니깐. 시골로 왔지만 병아리 감별사 일은 여전히 해야 한다. 왜냐하면 농장은 이제 막 시간단계이니깐.

 

큰 꿈을 갖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하는 일은 고작 병아리 엉덩이를 보고 수컷인지 암컷인지 골라내는 일이다. 암컷은 살고 수컷은 폐기처분한다. 영화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을 한번이 아니라 두번이나 보여주는 이유는 그만큼 이민이 어렵고 힘들다? 여기서 성공하지 못하면 죽음을 맞이하는 병아리 신세가 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하긴 말도 통하지 않은 남의 나라에 가서 성공하기란 식은 죽 먹기는 절대 아닐 것이다. 

 

꿈이 있는 아빠와 달리, 엄마는 촌구석이 맘에 들지 않는다. 그나마 한국에 있는 친정엄마가 와서 잠시 행복하지만, 여전히 도시로 나가고 싶어한다. 병아리 감별을 위해 출근을 하면 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봐준다. 할머니와 같이 잠을 자야 하는 아들은 할머니 냄새가 난다고 싫어하지만, 서서히 둘의 사이는 돈독해진다. 두번의 빅 웃음 포인트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둘 사이에서 나온다. 키워드는 보약 그리고 오O.

 

영화 제목이 왜 미나리일까 궁금했는데, 미나리는 미국에는 없는 채소인가보다. 할머니(윤여정)가 한국에서 미나리씨를 가져왔고, 물가에 씨를 뿌려 키우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잡초와 같아서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미국땅에서도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제이콥네 가족들도 그곳이 어디든 잘 정착하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시련이라는 나쁜 종자 가족에게 찾아온다.

 

중반부터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져서 내심 당황을 했다. 할머니가 그렇게 될지는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 위기의 가족이 될 순간, 그들에게 좋은 소식이 찾아온다. 성공의 참맛이 거의 다 왔는데 시련이란 종자가 태클을 건다. 위기탈출 넘버원은 가족의 단합뿐이다.

 

다시 하나가 된 가족, 아빠는 여전히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엄마도 아빠의 꿈을 지지한다. 할머니가 뿌린 미나리는 그들에게 일용한 양식이 되고, 그렇게 그들은 거친 미국땅에서 의지의 한국인을 보여줄 것이다. 그나저나 제작에 브래드 피트라니, 역시 빵형님의 안목은 베리베리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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