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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VS 녹터널 애니멀스 | 화끈한 복수 VS 스며드는 복수

헌트는 제목부터 임팩트가 강렬하다. 뭘 사냥하겠다는 건가 했는데, 글쎄 인간 사냥이란다. 청소년관람불가답게 초반부터 겁나 잔인하다. 무서울때나 눈을 감는데, 디테일한 잔인함에 저절로 눈이 감긴다. 굳이 이런 영화를 봐야 하나 싶은데, 이상하게 왜 저들이 잡혀 왔는지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결국 끝까지 봐버렸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헌트와 달리 복수극인듯 아닌듯 잘 모르다가,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야 복수극이 맞구나 했다. 남자 주인공이 지은 소설 속 이야기가 중심 축으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한다. 헌트처럼 잔인한 장면은 전혀 없고 따분하다 싶을 정도로 스토리는 잔잔한데, 이상하게도 졸립거나 지루하지 않다. 그렇게 이야기에 스며들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뒷통수를 맞았다고 해야 할까나? 열린결말은 정말 관객을 넘 피곤하게 만든다. 두 편 모두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2020년에 개봉한 헌트(The Hunt)는 크레이그 조벨 감독의 영화다. 밀러리 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웽크가 나오는데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고, 얼마 전에 본 어쩌다 로맨스에서 여주의 친구로 나온 베티 갈핀이 주인공이다. 제목에서부터 잔인성이 과하게 느껴졌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엄청 잔인하다.

 

아무 이유없이 잡혀온 사람들, 그들은 외딴 숲속에서 목줄이 채워진 채 깨어난다. 왜 자신이 여기에 왔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 때마침 나무상자가 발견되고, 그 안에는 엄청난 총기가 들어 있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총을 챙겨 빠져나가려는데, 누군가 총을 쏜다. 총에 맞아 죽는 사람, 지뢰를 밟아 죽는 사람, 작살에 찔러 죽는사람, 화살에 맞아 죽는 사람 등 하나둘 사람들은 죽어 나간다.

 

영화는 이들이 왜 잡혀 왔는지 알려주지 않고 죽이기만 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죽고 단 2명만이 살아남았다. 그중 한명인 크리스탈(베티 길핀)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전직이 특수부대 출신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사냥감에서 사냥꾼을 잡는 또다른 사냥꾼이 된다. "우리한테 왜 이러는지 안 궁금해요.?" "날 죽이겠다는데 이유는 알아서 뭐해요." 

 

일당백이라고 했던가? 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변한 크리스탈은 사냥꾼의 본거지를 급습하고 두목이 있다는 저택의 위치를 알아내게 된다. 이때 함께 잡혀온 사람이 있었지만, 두목의 심리게임에 넘어가 그를 죽이고야 만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대놓고 인간사냥을 하는 이곳에서는...

 

사냥감도 사냥꾼도 모두 다 죽고, 드디어 1:1 승부만이 남았다. 주인공은 당연히 힐러리 스웽크인 줄 알았는데, 악역으로 중심 인물이긴 하지만 주인공은 아니다. 재미로 사냥을 하는 줄 알았는데, 사냥꾼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단톡방이 해킹이 되면서, 자신들이 나눴던 문자로 인해 고위층 직위에서 다 짤렸다. 그저 농담삼아 주고 받은 문자를 가지고, 평범한 사람들을 납치해서 재미로 사냥을 한다는 저택게이트라는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들을 가만둘 수 없었을 거다.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포한 사람들을 잡아 진짜로 인간사냥을 시작한 그들. 하지만 결과는 잘못 데리고 온 크리스탈에게 된통 당한다. 그런데 진짜 농담삼아 나눈 문자일까? 그전에는 인간사냥이 없었을까? 자신들을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진짜 인간사냥을 한 그들이나, 재미삼아 있지도 않은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들이나, 결론은 둘 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는 거북이의 승리로 끝이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잔혹동화처럼 여기도 또다른 결말이 있다. 경주에서 진 토끼는 화가나 거북이 집으로 쳐들어갔고, 거북이네 가족을 몰살했다. 

 

2017년에 개봉한 녹터널 애니멀스(Nocturnal Animals)는 톰 포드 감독의 영화로 에이미 아담스, 제이크 질렌할, 마이클 섀넌이 나온다.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리뷰를 하기 전, 어느 영화나 첫장면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녹터널 애미널스의 첫장면이 스토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수전(에이미 아담스)의 직업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하기에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수전은 현재 남편과 LA에서 갤러리 대표이자 부자로 잘 살고 있지만, 그녀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모른척 해주는 쿨한 여자라 하고 싶은데, 그저 귀찮아서 그래 보인다. 이때, 19년 전에 이혼한 남편으로부터 당신이 맨 처음 초고를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한권의 책을 선물 받는다. 

 

영화는 현재의 수전과 과거의 수전이 나오고, 수전의 전남편 에드워드가 쓴 소설 속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그려진다. 제이크 질레할은 에드워드와 소설 속 인물인 토니까지 1인 2역으로 나온다. 19년 전에 이혼한 아내에게 그는 왜 책을 보냈을까? 녹터널 애니멀스를 보기 전,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어 검색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알고 싶지 않기에 그저 제목만 보고 있는데, 어느 블로거의 제목이 와닿았다. '문과생의 복수' 

 

복수라는데 영화는 전혀 복수극이 아니다. 소설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완벽하지만 불안해 보이는 수전의 현재와 에드워드를 만나 사랑을 나누는 과거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나올 뿐이다. 연결고리가 없는 줄 알았던 이야기는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어느 하나로 연결이 된다. 수전은 에드워드를 야만적인 방법으로 헤어지고 새남자를 만나게 됐고, 이때 둘 사이에 생긴 아이까지 지웠다는 거.

 

나약했던 에드워드는 문과생답게 소설로 수전에게 복수를 한다. 소설 속 잔인하게 모녀를 죽인 범인을 뒤쫓는 토니와 형사, 법의 테두리 안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오자, 둘은 직접 법집행을 하려한다. 에드워드와 토니가 같은 인물이라면, 형사인 바비(마이클 섀넌)는 작가인 에드워드가 만든 또다른 자신일 것이다. 그럼 수전은 모녀를 무참히 살해한 살인자인가?

 

소설은 완벽한 결말을 보여주지만,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소설을 다 읽고 수전은 에드워드에게 만나자고 한다. 둘이 만나기로 한 날, 수전은 옷에 메이크업까지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그 장소로 갔지만, 시간이 지나도록 에드워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도 나약한 에드워드의 소심한 복수일까? 영화를 보고 났는데도 개운하지 않기에, 혹시나 싶어 밀리의 서재를 검색했다. 영화의 원작인 오스틴 라이트의 토니와 수잔이 있다. 영화와 달리 책은 열린결말이 아니길 바라면서 현재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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