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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오늘도 VS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 찐 리얼 VS 억지 설정

여배우는 오늘도는 영화가 아니라 리얼 예능같고,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영화가 허구임을 알지만 이건 설정이 넘 억지스럽다. 두 영화는 누적관객으로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여배우는 17,006명, 겨울손님은 8,985명이다. 두 편 다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지만, 여배우에 비해 무서운 겨울손님은 정말 처참하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배우 문소리보다는 이웃집 언니 문소리로 친숙하게 다가온다. 영화가 아니라 관찰 예능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연기가 정말 리얼 그 자체다. 실제 남편인 장준환 감독이 남편역할로 나오는 장면은 영화적 연기가 아니라 백퍼 아니 만퍼 현실연기다. 이게 가능한 건, 감독이 문소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 조차 몰랐다. 넷플릭스가 아니면 끝까지 몰랐을 거다. 장르가 멜로이고, 주인공이 고현정과 이진욱이다. 제목이 동화스럽기에, 재미있을 거 같아 봤는데, 결론은 안 본 눈 삽니다.

 

2017년에 개봉한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 감독의 첫 장편작이다. 배우가 감독을 한 영화치고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그닥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만큼 연기와 감독은 가는 길이 다른가 보다. 연기 하나는 진짜 잘하는 배우인데, 감독도 잘할까? 반신반의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영화는 재밌다. 그리고 요즘 영화치고 런닝타임이 71분이라 짧아서 좋았다. 

 

옴니버스인듯 영화는 3개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우리가 아는 배우 문소리를 문소리가 연기를 했다. 여배우라는 이미지는 첨부터 없다. 풀메이크업을 한번 정도 하지만 영화내내 민낯으로 등장한다. 배우는 연기력보다 매력이 더 중요한데, 자신은 매력이 없다면서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지 않아 서운해 한다. 

 

한국의 메릴 스트립은 문소리라고 칭찬하는 친구가 짜증나고, 임플란트 싸게 하려고 치과에 가서 원장과 사진 찍으라고 하는 엄마도 짜증나고, 스트레스를 술로 풀었는데 술이라도 좀 줄이라고 조언하는 남편도 짜증나고, 여배우 문소리의 현실은 배우스럽지 못하다.  

 

1막과 2막은 진짜 있었던 일을 영화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넘나 사실적이다. 특히 남편인 장준환 감독이 남편으로 나오는 장면은 허구가 아니라 찐현실같다. 미용실에서 만난 배우들은 영화 시사회에 간다고 풀메이크업을 하는데, 배우 문소리는 풀메를 하고 시사회가 아니라 치과로 간다. 

 

그나마 3막은 허구인 듯한데, 혹시 3막이 진짜 현실이 아닐까? 요즘 잼나게 보고 있는 드라마 빈센조에 나오는 전여빈이 철부지 신인 배우로 나온다.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전여빈에게 문소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될때까지 하는 거에요." 연기처럼 우리 인생도 될때까지 하는게 아닐까 싶다. 영화가 넘 짧아서 지루할 틈도 없이 훅 지나간다. 

 

제목은 여배우는 오늘도이지만, 영화를 다 보면 인간 문소리는 오늘도가 더 어울린다. 여배우는 그저 직업일뿐 그녀도 우리처럼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인간 문소리다. 여기 찐팬 한명 추가요.

 

2018년에 개봉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이광국 감독 영화로, 이진욱과 고현정이 나온다. 넷플릭스가 아니면 절대 몰랐을 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에 누적관객수와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먼저 봤다면 절대 안봤을 영화다. 전혀 몰랐기에 봤고 영화를 보다가 혹시나 싶어 감독에 대해 검색을 하니, 하하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 홍상수 감독 영화에 조연출을 했던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홍상수 감독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딱 홍상수 감독 스타일의 영화다. 런닝타임 107분으로 그리 길지 않지만, 중간에 여러번 포기하고 싶었다. 이진욱이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결말이 단연코 궁금하지 않았을 거다.

 

영화가 아무리 허구라지만, 이정도는 너무 하지 않았나 싶다. 소설가를 꿈꾸다 지금은 백수로 저녁에 알바로 대리운전을 하는 경유(이진욱), 잘생김을 붙이고 다니니 당연히 여자가 있다. 경제력은 바닥이지만, 여친 집에서 뜨신밥도 먹고 그럭저럭 잘 지낸다. 그런데 어느날, 지방에 있는 여친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온다는 말에 짐을 챙겨 잠시 친구네로 떠난다.

 

내가 이 여자 애인입니다라고 말하기에 자신의 위치가 넘 형편없다는 거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랑하니깐, 용기를 내 1등급 한우를 사고 양복까지 차려입고 여친 집으로 갔는데 있어야 할 여친이 없다. 즉, 여친이 자신 몰래 도둑이사를 한 것이다. 나라면 아무리 무능력해도 남친이 이진욱인데 도둑이사라니, 절대 있을 수 없다.

 

이진욱의 고난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잘생감과는 거리두기를 하는 친구는 벌써 결혼을 두번이나 하는데, 그는 호구 인증인지 대리운전을 하고 돈 못받기는 다반사다. 캐릭터 설정이 넘 억지스럽다 했는데, 전여친이 고현정이다. 아하~ 이제야 인물값을 하려나 했더니, 글쎄 낮져밤져란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이진욱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매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유정(고현정)은 좀 괜찮겠지 했는데, 도토리 키재기다. 경유에 비해 등단한 작가이긴 하나 차기작은 한줄도 쓰지 못하고 술만 마신다. 노트북과 펜, 노트는 인테리어일뿐, 그녀 주변에는 녹색이가 여러병 놓여 있다. 왜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는지 실제로 만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는지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참, 제목에 나왔듯, 호랑이가 진짜 나온다. 그 호랑이로 인해 경유는 다시 글을 쓰지만, 유정은 표절작가로 뉴스에 나온다. 이래서 글 한줄 못쓰고 술만 마셨구나 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글을 쓰고 있는 경유 앞에 진짜 호랑이인가? 호랑이 탈을 쓴 사람인가? 암튼 누군가가 등장한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영화는 끝이 나는데, 이 장면의 의미를 도저히 모르겠다. 이래서 홍상수 감독 스타일 영화는 안 보는 게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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