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Ma Rainey's Black Bottom) | 채드윅 보스만의 마지막 영화
왜 넷플릭스 제작 영화는 이미지가 별로 없을까? 사진을 주로 다음영화 페이지에서 활용하는데, 단 3컷뿐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캡쳐를 하려고 했더니, 아이패드라 그런지 검은 화면만 나온다. 남들이 캡쳐한 이미지를 써볼까 했지만 찜찜해서 관뒀다. 저작권도 있고 하니깐, 맘대로 쓸 수 있는 다음영화에서 주는 이미지만 사용하기로 했다.
전세계적으로 시국이 시국인지라, 올해 아카데미는 영화관에서 개봉한 영화보다는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한 영화를 더 선택한 듯 싶다. 하긴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코로나19가 더 심각하니 영화관에서 개봉을 하려고 해도 쉽지 않았을거다. 미나리는 영화관에서 봤지만, 힐빌리의 노래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넷플릭스로 봤다. 이 영화뿐 아니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과 DA 5 블러드 그리고 맹크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맹크와 함께 영화대 영화를 하려고 했는데, 거짓말 안하고 10분만에 딥슬립에 빠지는 바람에 마 레이니만 한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Ma Rainey's Black Bottom)는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조지 C.울프 감독이 연출을 했다. 주연배우는 마 레이니에 비올라 데이브스가 나오고, 마블의 흑인 히어로인 블랙팬서의 채드윅 보스만이 나온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보스만의 마지막 영화라 더 주목을 받고 있고, 골든글로브와 런던비평가협회는 그에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이어 남우주연상까지도 미나리가 받았으면 좋겠지만, 남우주연상은 아무래도 채드윅 보스만이 받지 않을까 싶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오거스트 윌슨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 하기에 무대가 단조로울 거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음반을 녹음하고는 곳과 밴드가 연습하는 곳이 주요 배경으로 나온다. 무대는 단순하지만 그들의 연기와 짜임새 있는 구성은 절대 단조롭지 않다. 표면적인 스토리는 블루스의 어머니로 불리는 가수와 그의 밴드가 음반을 녹음한다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 인종차별과 아메리칸 드림 그리고 인간의 욕망, 세대차이 등이 담겨 있다.
시대는 1927년으로 마 레이니는 블루스의 어머니로 요즘 말로 국민가수다. 인종을 초월해 그녀의 음악을 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주무대인 남부를 벗어나 북부 시카고에서 녹음을 하기로 한다. 고급 호텔에서 나오는 그녀와 달리 조카와 더시(테일러 페이지)는 사람들의 시선때문인지 움츠러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고급차를 타고 녹음실로 가던 중 가벼운 접촉사고가 난다. 사고 현장 주변으로 백인들이 몰리고 따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에 기가 죽을 마 레이니가 아니다. 때마침 백인 매니저의 등장으로 사건은 마무리되고, 그녀와 밴드는 녹음실에 모인다.
본격적으로 녹음을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삐거덕이다. 밴드 연주자 중 막내인 레비(채드위 보스만)가 자꾸 딴지를 걸기 때문이다. 자신이 편집한 멜로디가 더 좋다, 자신은 밴드를 만들어 음반을 낼거다 등등 자랑질(?)을 한다. 밴드 연주자 중 리더는 레비에게 우린 반주 밴드로 그저 마의 노래만 연주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는 자신의 존재를 음반제작자에게 알리기 바쁘다. 실력 좋은 후배와 깐깐한 꼰대 선배, 불협화음은 불보듯 뻔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녹음을 할때는 틀리지 않고 완벽한 연주 실력을 보여준다.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 역시 레비가 꼴보기 싫다. 왜냐하면 자신이 주인공인데 자꾸만 자신의 자리를 침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애인(?)인 더시 메이를 바라보는 그의 이상야릇한 눈빛이 맘에 안든다. 이런 상황에서 음반제작자가 레비의 편집이 더 좋다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고집대로 본인 버전의 노래를 녹음한다.
영화를 보는내내 마 레이니의 행동이 불편했다. 국민가수이니 자신의 조건을 요구할 수 있지만, 넘 막나간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행동은 그녀의 대사로 바로 이해가 됐다. "세상 모든 욕을 다 퍼부으면서도 내게 원하는게 있으니 날 함부로 대할 수 없어." 그녀는 알고 있던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녀의 목소리뿐이라는 걸.
채드윅 보스만이 나온다고 해서 어떤 배역으로 나올까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한지 10여분이 지났는데, 여전히 그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상하다 싶어 영화소개 페이지를 확인하고 영화를 보는데 블랙팬서에 나왔던 채드윅 보스만과 같은 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달라진 그의 모습에 진심으로 놀랐다. 4년간 대장암 투병을 했다던데, 아무래도 마 레이니를 촬영하고 있을때에도 투병중이지 않았을까 싶다.
1920년대에 음반 녹음은 지금과 확연히 다르다. 악기별로 연주하고, 마지막에 가수가 녹음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콘서트를 하듯 밴드와 가수와 함께 한다. 이때 실수를 하면, 지웠다가 다시 녹음하는게 아니라, 녹음용 음반(LP)을 버리고 새 음반에 다시 녹음을 해야 한다. 한번의 실수는 곧 돈과 연결이 되니, 실수에 대한 공포가 엄청났을 것이다. 가수는 실수를 해도 눈감아 줄 수 있어도, 밴드 멤버의 실수라면 바로 짤리지 않았을까 싶다.
뭉크와 달리 졸지 않고 끝까지 봤지만, 역시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작품은 그닥 재미가 없다. 하지만 마 레이니, 그녀의 블루스는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우선 채드윅 보스만의 마지막 영화이기도 하고, 여기서는 따로 담지 않았지만 레비 엄마의 죽음과 어느 흑인 목사의 비참한 죽음에서 차별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을 인정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대사가 많긴 하지만, 정통 블루스 음악을 들을 수 있기에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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