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이태리 VS 극적인 하룻밤 | 선을 넘을까 말까 VS 넘고 시작하지
멜로 영화는 달달하니 볼때는 참 좋은데, 보고 나면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밀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로영화를 보는 이유는 혹시 모를 영화와 같은 현실을... 이런 개같은 꿈을 여전히 꾸고 있으니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거다. 리틀 이태리와 극적인 하룻밤은 시작부터가 다르다. 누가봐도 선을 넘고 시작할 영화는 리틀 이태리같지만, 영화는 넘을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을 한다. 극적인 하룻밤은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누군가는 어쩌다, 누군가는 계획적으로 하룻밤을 보냈고 그 이후 커플이 된다는 스토리다.
리틀 이태리를 보고 나면 피자가 먹고 싶고, 극적인 하룻밤을 보고 나면 커피가 마시고 싶어진다. 어릴적부터 친하게 지낸 남사친이나 하룻밤을 함께 보낼 남자는 지금 당장 구할 수 없지만, 피자와 커피는 당장 소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결말이 쉽게 예측이 되는,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설픈 반전이 있는 로맨스 영화다. 리틀 이태리와 극적인 하룻밤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리틀 이태리(Little Italy)는 2018년 개봉작으로 도날드 페트리 감독 작품이다. 엠마 로버츠(니키 역)와 헤이든 크리스텐슨(리오 역) 주인공으로 나온다. 여자 주인공인 엠마 로버츠가 누군인지 모르고 영화를 봤다. 영화에서 그녀가 웃을때마다 이상하게 어느 배우가 겹쳐서 보였다. 혹시나 그녀의 딸이 아닐까 영화를 다 본 후 검색을 하니, 성이 같다. 즉 딸은 아니고 조카다. 엠마 로버츠의 고모는 줄리아 로버츠다. 큰 입은 우월 유전자인가 보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셰익스피어 할어버지가 무덤에서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큰 줄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따르고 있지만, 결은 많이 다르다. 우선 니키와 리오네 가족은 처음부터 원수는 아니었다. 두 집안은 캐나다에 있는 리틀 이태리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니키네는 소스를 담당하고, 리오네는 도우를 담당한다.
마을 잔칫날, 그들이 만든 피자가 대상을 받지만 그 일로 인해 두 집안은 원수가 된다.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되야 하는데, 소스 따로 도우 따로 그렇게 그들은 가장 맛있는 피자에서 한가지가 부족한 피자집을 운영하게 된다. 두 집안의 아빠들은 앙숙이지만, 엄마들은 여전히 돈독한 우애를 이어오고 있다. 집안의 어른인 리오네 할아버지와 니키네 할머니는 자식들 몰래 사랑을 키워 왔으며, 니키와 리오는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지만 절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니키는 런던에서 유명 셰프가 됐고, 리오는 여전히 리틀 이태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아버지를 따라 피자를 만들고 있다. 고향을 떠났던 니키가 잠시 돌아오면서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데, 절대로 선을 넘지 않는다. 넘을까? 말까? 서로 밀당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들의 연애는 극적인 하룻밤과는 다르게 허무하게 끝나 버린다.
그들이 선을 넘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먼저 선을 넘어 버린다. 아빠들은 여전히 으르렁 으르렁대지만, 집안의 어른인 두분은 결혼까지 생각을 한다. 영화를 보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위해 결혼을 포기하겠구나 했다. 겹사돈은 있을 수 있지만, 겹부부(?)는 나올 수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부부가 됐고, 곧이어 니키와 리오도 부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결혼식만 나왔지만, 그들도 가정을 꾸렸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왜 두 집안은 원수가 됐을까? 영화가 중반을 넘어 후반부에 접어들었는데도 알려주지 않기에 엄청난 비밀인 줄 알았다. 이게 바로 반전이겠구나 했는데, 허무개그라고 해야 할까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어이없게도 웃고 말았다. 설마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프로포즈를 업무를 못하게 막으면서까지 공공장소에서 해야하나 싶다. 영화에서는 그들의 사랑에 박수를 쳐주지만, 현실이라면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경고를 받지 않을까 싶다.
"사랑이건, 인생이건, 요리건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야. 겁먹지 마." 한번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를 하면서 배우기에 겁먹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말, 리틀 이태리에서 픽한 명대사다.
극적인 하룻밤은 2005년 개봉작으로 하기호 감독 작품이다. 윤계상(정훈)과 한예리(시후)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악역 전문 박병은 배우도 나오는데, 연애는 시후와 하고 결혼은 돈 많은 주연과 하지만 음주운전이 취미라서 겁나 일찍 죽는다. 시후에게는 계획적이었으나 정훈에게는 우연이었을 거다. 정훈의 여자였던 주연이 딴 남자와 결혼을 한다. 시후의 남자였던 준석도 딴 여자와 결혼을 한다.
주연과 준석의 결혼식 날, 정훈과 시후는 하객으로 참석을 한다. 정훈은 신부에게 나 왔다고 인사만을 하고 곧장 식당으로 가서 꽐라가 된다. 그때 남자 곁으로 시후가 다가온다. 무작정 연어초밥을 먹고 싶다고 떼쓰는 시후에게 술 취한 정훈이 낚이고, 시후의 계획하에 정훈은 그녀를 집까지 데리고 오고, 혼자서 연신 술만 마시다 결국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연애의 감정이 싹 트기도 전에 몸으로 선을 넘었으니, 몸친이 된 기념으로 그들은 10번의 몸으로 말해요 시간을 갖게 된다. 10번의 만남 후 쿨하게 헤어지자고 약속한 그들, 감정보다는 몸이 먼저 서로를 탐닉한다. 멜로 영화가 그러하듯, 극적인 하룻밤도 시작은 몸으로 했으나, 마음으로 결실을 맺을 거라고 예상 아닌 확신을 했다.
반전은 오해에서 오는 서로의 엇갈림일 줄 알았는데, 준석의 죽음이 반전일지는 몰랐다. 진짜 반전은 사랑을 하기에는 자신이 겁나 부족하다고 느낀 정훈이 그녀를 멀리하면서 헤어지는 줄 알았으나, 멜로영화답게 기간제 교사에서 백수가 된 정훈은 감독이라는 엄청난 직함을 갖게 되고, 시후 역시 드뎌 원하던 셰프의 길을 걷게 된다.
일이 없으면 사랑도 없는 줄 알았는데, 사랑을 얻으니 자연스럽게 일도 생기나 보다. 이래서 현실과 영화는 다르다. 현실은 일도 사랑도 다 힘든데, 영화는 하나가 생기면 다른 하나도 자동적으로 따라오니까 말이다. 선을 넘고 시작은 했지만, 몸으로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서로에서 묘한 감정이 쌓이는 건 당연지사다. 그걸 사랑이라 말을 하지 않을 뿐, 서로는 서로에게 호감의 단계를 지나 사랑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학교도 짤리고, 말이 셰프이지 현실은 푸드스타일리스트 보조나 하고 있는 그들에게 사랑은 사치다. 아니다. 쿨하게 몸친으로 시작했으니, 감정따위는 느끼면 안된다. 하지만 감정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다? 없다! 본인들도 모르게 싹이 트고 곧 꽃을 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걸 싹둑 자를 수가 있을까? "몸 따라서 마음이 움직였으니, 마음따라서 몸이 가라." 몸친으로 시작해, 맘친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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