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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제한 | 긴장과 신파 그 어디쯤 (숨은 주인공은 제네시스?)

김창규 감독, 조우진 주연의 발신제한은 미나리 이후 영화관에서 본 두번째 영화다. 코시국 이전에는 한달에 두어번 꼬박꼬박 영화관 나들이를 했는데, 올해는 이번이 두번째다. 그나마 작년에 비해 재밌는 영화들이 개봉을 하고 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두시간이 넘도록 앉아 있는 건, 좀 거시기(?)하다. 그래서 영화관보다는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고 있다. 요즈음 영화보다는 애니에 푹 빠져있다.

 

방구석 1열을 안 봤다면, 전작을 재미나게 본 킬러의 보디가드2를 봤을 거다. 하지만 발신제한을 봤다. 이유는 조우진의 첫 주연작이고, 예전에 봤던 영화 스피드가 생각나서다. 자동차에 폭탄이 있다는 설정은 똑 같지만, 스피드는 버스, 발신제한은 제네시스 GV80이다. 그리고 스피드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버스에 탔고, 발신제한은 가족으로 혈연관계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스피드는 영웅을 만들어내고, 발신제한은 신파를 앞세워 눈물을 만들어 낸다.

 

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아이의 말은 복선이다. 성규(조우진)는 이를 가벼이 넘기지 말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곧이어 모르는 아이폰에서 벨이 울리고, 발신제한 표시가 뜬다. 시트 밑에는 폭탁이 설치되어 있다는 말에, 성규는 "귀한 정보 감사합니다"라고 가볍게 되받아 친다. 그저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유압식 폭탄으로 일어나면 터진다.

 

이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했지만, 곧 믿게 된다. 왜냐하면 성규의 회사 동료도 폭탄이 설치됐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이를 믿지 못한 아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터졌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쫄깃쫄깃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시작되겠구나 했다. 사실 아들의 장난감 총에서부터 긴장감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에 갇친 성규와 아이들 그리고 엄청난 금액의 돈을 요구한는 의문의 사나이. 인질인 듯 인질아닌 인질이 되어 버린 그들은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협박범 말에 고분고분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내려도 터지고, 원격으로도 터지니깐. 다친 아들땜에 병원에 가야 한다는 성규의 울부짖음에, 협박범은 이렇게 말한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니가 창문을 열어서 아들이 다친 거잖아."

 

오호~ 범인이 겁나 잔인무도한 사람이군, 이거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겠구나 했다. 하지만 긴장감은 제네시스 GV80이 부산 시내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해운대 광장에 멈췄을때 끝나버렸다. 자동차가 멈추고, 경찰이 끼어들고, 범인이 누군인지 알게 되고, 그때부터 영화는 왜에 주목하게 된다. 성규는 왜 이런 엄청난 일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 

 

부산 도심 차량 추격전은 인정을 안할 수 없다. 특히 해운대 역에서 해운대 광장까지 좁은 도로를 역주행하는 장면은 스릴있고 짜릿했다. 하지만 광장에 차가 멈추고, 스릴과 긴장 그리고 짜릿함도 멈췄다. 

 

발신제한에서 숨은 주인공은 제네시스 GV80이다. 현대에서 차량 제공 외 제작비 지원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지만, 그저 소품이라고 하기에는 엄마로 나오는 김지호보다 분량이 더 많다. 추격전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스크래치 하나도 없다는 건, 운전을 잘해서, 아니면 진짜 주인공은 제네시스이니깐.

 

영화 초반, 사춘기 딸은 아빠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폭탄이 설치된 차에서 몇시간 정도 같이 있었다고, 아빠 없이 못사는 효도 가득한 딸이 될 수 있을까? 아빠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폭탄이 있는 앞자리로 오고, 주말에 영화나 보러 가자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대사를 하고, 혼자 출근하던 성규가 아이들이 데리고 탈때부터 이상하다 했다.

 

긴장감이 사라진 자리에는 신파가 들어왔고, 왜 폭탄이 설치됐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애뜻한 부녀 사이가 된다. 일부러 그렇게 설정을 한 것일까? 경찰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보고, 자작극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런 개연성이 없지는 않지만, 경찰은 팩트만 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은 놓친다. 

 

요즘은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같아서, 발신제한의 결말을 보고 난 후, 현실이라면 검찰이 성규를 가만두지 않았을 거다. 왜냐하면 사건이 터졌고, 뒷수습을 하면서 검찰의 도움을 받지 않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검사 술접대가 있었을 거고, 고위급 간부 중 하나는 누군가의 사위였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법보다는 돈을 왕창 뜯어내는 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스피드는 히어로, 발신제한은 신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조우진, 이재인 등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좋았는데, 사람이 아니라 장소가 그리고 자동차가 기억에 남는 건 나뿐만은 아니겠지. 영화 스피드처럼 속도가 떨어지면 폭탄이 터진다는 설정이었다면 좀더 긴장감이 오래 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 스피드를 따라했다고 욕을 했을까? 폭탄은 좋았는데, 자동차는 멈추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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