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승부 & 히든 피겨스 | 실화영화가 주는 찐감동
실화영화는 일반적인 허구 영화와 달리 감동이 다르다. 실화라는 특성때문이겠지만 영화가 끝나도 한동안 멍을 때리게 된다. 감동에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더니, 노력하는 천재는 즐기는 천재를 이길 수 없다. 인종차별을 당연시하던 시대에 능력만으로 나사를 이끌어 가는 중심 인물이 되다.
아들이 체스 천재라면 세계 1등으로 키우느냐? 평범한 아들로 키우느냐? 어느 부모라도 세계 1등으로 키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에는 딸이 수학천재다. 능력만으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학자가 되고도 남을텐데, 얼굴색이 문제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수학 천재일지라도 흑인에게 주어진 일은 단순 계산일뿐이다.
위대한 승부(Searching For Bobby Fischer)는 1993년 영화로 스티븐 자일리언 감독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맥스 포머란츠가 체스 천재로 나온다. 체스계 전설적인 인물인 바비 피셔가 사라진 후, 사람들은 제2의 바비 피셔가 등장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히 공원에서 내기 체스를 두는 광경을 목격한 아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독학으로 체스를 배운다. 아들의 천재성을 간파한 엄마는 아빠에게 이를 알리고, 아빠는 아들을 데리고 스승을 찾아가 전문적으로 체스를 배우게 하고, 각종 대회에도 나간다. 당연히 1등은 아들의 몫이고, 제2의 바비 피셔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예전에 4등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1등을 원하는 엄마와 달리, 아들은 늘 4등만 한다. 조금만 더 하면 1등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엄마는 더 강하게 아들에게 수영을 강요한다. 그저 수영이 좋아서 시작한 아들은 어느새 수영을 멀리하게 되고 흥미를 잃어간다. 그럴수록 엄마는 잘못된 선택을 해서라도 아들에게 집착을 놓치지 않는다.
위대한 승부도 영화 4등과 비슷하게 흘러가겠구나 했다. 예상대로 아빠의 집착은 아들을 힘들게 하고, 어이없는 실수로 1등을 놓치게 된다. 아빠는 아들을 닦달하지만 엄마는 아니다. 지는 걸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괜찮다라고 체스 천재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아들을 다독여준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아깝게 놓칠 수 없는 아빠와 스승은 아들을 좀 더 강하게 키우려 하지만, 되려 아들에게 엄청난 교훈을 배우게 된다. 체스를 두는 상대방은 적이 아니고 친구이며, 자신은 그들에게 무서운 존재가 되기 싫다. 즐기는 천재인 아들과 노력하는 천재인 라이벌과의 한판 승부. 결과는 노력하는 천재는 즐기는 천재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4등도 아니고 시작부터 1등이었기에 정말 조금만 노력하면 세계 1등에 제2의 바비 피셔가 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영화는 그리고 실화는 1등이 아니라 아들의 행복이 먼저다.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는 2016년 영화로 테오도어 멜피 감독 작품이다. 수학 천재인 캐서린 역에 타라지 p.헨슨, 옥타비아 스펜서(도로시 본) 그리고 자넬 모네(메리 잭슨)가 나오며, 그녀들의 상사로 케빈 코스트너(알 해리슨)가 등장한다.
시대는 1961년,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는 세상에 미국에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흑인 여성은 회의에 참여할 수도 없으며, 흑인과 백인은 화장실도 따로 사용을 해야 한다. 식당 역시 그들만의 공간이 따로 있다. 나사에 다닌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 하겠지만, 나사에서 흑인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계산을 재확인하는 단순업무일 뿐이다.
러시아에서 먼저 우주로 사람을 보내자, 미국 즉 나사는 난리가 났다. 우주궤도 프로젝트에서 어려운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착률에 필요한 정확한 궤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학공식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를 알아낼 엘리트 직원이 한명도 없다.
이때 등장하는 수학천재 캐서린, 그녀는 해석기하학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사의 핵심 부서에 배정을 받게 된다. 그녀의 기대와 달리, 사수라는 인간은 주요내용을 가린 서류를 주면서 계산을 해보라고 하고, 화장실을 가려 하니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는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이 없다. 왕복 1km가 넘는 거리를 뛰면서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고, 커피도 백인들이 마시는 커피포트를 이용할 수가 없다. 이런 환경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역량을 백분 발휘하려고 노력한다.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을 한 인물이다.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백인들만 다니는 학교에 가야 하는데, 법정 투쟁까지 치루면서 이를 쟁취한다. 안될거라는 주변의 기대와 달리, 그녀는 묵묵히 앞으로 나갔고 끝내 성공을 한다.
NASA에 흑인 여성들이 주로했던 계산을 IBM 컴퓨터가 대신 해낸다? 과도기에 도로시 본은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전산원에서 프로그래머가 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일을 했던 모든 흑인 여성들에게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하고, IBM 컴퓨터가 도입되자 어엿한 프로그래머로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책임자가 된다.
화장실을 가느라 일을 제대로 못하는 캐서린의 사정을 알게 된 케빈 코스트너가 유색인종 화장실 팻말을 부서버린다. 히든 피겨스의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캐서린이 수학천재였고,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였기에 차별을 없애버린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혁신적인 일이었을 거다. 왜냐하면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는 거처럼 인종차별은 누구나 당연한 제도라 여겼을거다. 1960년대에도 인종차별이 있었다니 놀랍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능력으로 그 차별을 이겨냈기에 기립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실화영화는 확실히 감동코드가 다르다. 영화의 여운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푹 빠져버렸다. 위대한 승부와 히든 피셔스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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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은 몇번 보았는데
실제 영화는 보지 못해 아쉬웠던 영화입니다
덕분에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히든피겨스 재미있게 봤었어요!!
처음에는 부모의 사랑으로서 지원했지만
어느순간부터 집착외 되면, 결과가 달라지겠더군요 ..
아들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 어떻게 열릴지 궁금합니다. ㅎ
두편중에서 히든 피겨스가 좀 더 보고 싶습니다.
인종차별이 저 당시는 어마무시했을 것입니다.
차별을 부수는 캐서린의 모습에서 통쾌함도 느껴지겠습니다.
얼마전에 방송에서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보이후드 영화 이야기를 하더군요.
얼마전에 리뷰 올리신게 생각났습니다. ㅎ
히든피겨스 재밌다고해서 보려고했는데 이번주 주말에 꼭 봐야겠어요 ㅎㅎㅎ
전 히든 피켜스 처음에 보고 넘 감동적이라, 몇 번을 본 영화에요. 물론 재미도 있고요. ㅎㅎ 위대한 승부는 아직 못 봤는데, 한번 봐야겠어요.^*^
정말 재밌게 본 영화였는데 또 보고 싶네요
인종 차별은 아직도 없어지지 않는거 보면 참 안타까워요
저도 재밌게 봤던 영화네요 ㅎㅎ
실화가 주는 감동이란... 실황영화 광팬으로서 포스팅 공감 누르고 갑니다~~
히든피겨스 처음 들어봤는데 완전 재미있을거 같네요!!
잘보고 구독하고 갑니당~ 맞구독하고 소통해요ㅎㅎ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감사합니다
히든 피겨스를 보면서 인종차별과 여자라는 거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을 했던거 같아요 ~~
위대한 승부는 아직 못봤는데 이것도 봐야겠어요
오늘도 좋은 글에 하트 쿵쿵! 좋은하루 되세요^^
지금도 인종 차별이 심한 나라가 있습니다 ㅡ.ㅡ;;
저 이야긴 저도 들어서 매우 흥분했었던 이야기네요.
나사에는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이 없다...
어떻게 미쳐야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저 시대에는 그런 사고가 지배적이었다는 게 너무나 소름끼칩니다.
히든피겨스 흥미진진하게 봤던 기억이 나요.
화장실 갔다 왔다고 울분에 차서 말하는 모습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피부색 밝은 게 뭐라고 인종차별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참..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아시아인 차별이 심각해졌는데, 또 어떤 차별의 역사가 시작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