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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줄리아 VS 더 셰프 | 동경 VS 협동

냄새도 맡을 수 없고, 맛도 볼 수 없지만, 음식이 주는 힐링 포인트가 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가끔은 너무 먹고 싶어 짜증이 날때도 있다. 쉽게 따라할 수 있거나, 배달이 가능하다면 영화를 본 후 행동에 옮기면 되지만, 프랑스 가정식과 미슐랭 3스타가 만든 음식은 그림의 떡이다. 어느 유명 작가의 작품을 보듯, 그렇게 바라봐야만 한다. 죽기 전에 한번쯤 먹어볼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착각 아닌 착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다. 

 

줄리&줄리아는 동경을, 더 셰프는 협동을 떠올리게 한다. 줄리아를 좋아해 그녀처럼 되고 싶은 줄리와 완벽한 요리를 추구 하지만 정작 본인은 완벽하지 못한 아담. 요리 초보생에서 파워블로거로 거듭나는 줄리와 인생 최대 목적이 미슐랭 3스타가 아님을 알게 된 아담, 영화는 이들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줄리&줄리아(Julie & Julia)는 2009년에 개봉한 영화로 노라 에프론 감독이 연출을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와 말단 공무원이지만 소설가를 꿈꾸는 줄리(에이미 아담스)가 나온다.  녹터널 애니멀스에 이어 힐빌리의 노래 그리고 줄리&줄리아까지 요즘 에이미 아담스가 나오는 영화를 자주 봤는데,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메릴 스트립 연기는 손가락만 아프니 넘어가고, 영화는 1949년 프랑스와 2002년 뉴욕을 담고 있다. 줄리아는 외교관 남편을 따라 프랑스에 도착해서 취미생활을 구하던 중, 르꼬르동 블루에서 전문가 코스를 밟는다. 이를 계기로 요리책을 쓰고, 그 책은 지금까지도 프랑스 요리의 교과서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본 적이 없어서 이 부분은 잘 모름)

 

줄리는 예측불허 직장일과 달리 결말이 확실한 요리를 좋아한다. 특히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에 매료되어 있다. 따분한 일상에 뭐하나 끝까지 해본 적이 없는 그녀는 블로그를 만들고, 365일 동안 총 524개의 레시피에 도전하는 그녀만의 프로젝트를 스스로 만든다. 영화는 줄리아와 줄리의 일상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나저나 싸이월드를 할때도 사진과 글은 필수였는데, 2002년 미국 블로그는 사진없이 글만 써도 됐나 보다. 줄리는 일기를 쓰듯, 오늘 줄리아 요리책에서 어떤 요리를 했는데 이런 실수가 있었지만 결국 성공했다 식으로 글을 쓴다. 초기에는 텅 빈 공간에 글을 띄우는 기분이지만, 그녀의 블로그는 어느덧 인기 블로그로 성장한다.

 

겁나 부럽게도 그녀들은 결혼을 했고, 자신들의 일을 지지해주는 남편이 있다. "요리를 하면서 줄리아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깊은 공감은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줄리에게 줄리아는 스승이자, 그녀가 하고 싶던 작가로의 길을 열어준 인물이다. 그저 좋아서 시작했고, 이를 기록하기 시작한 블로그는 대박을 쳤고, 매체와의 인터뷰는 기본에 책 출간에 영화까지 만들었으니 초대박이 아닐 수 없다.

 

그녀들은 길을 잃고 방황하다, 요리로 삶의 방향을 되찾았다. 가끔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가 싶을때가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때는 불안하지만, 그 불안은 나의 의지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만약 그 길이 내가 원해서 가고 있는 길이라면 말이다.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이니,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누구처럼 줄리와 줄리아처럼...

 

더 셰프(Burnt)는 2015년에 개봉한 영화로 존 웰스 감독이 연출을 했다. 아담 역에는 브래들리 쿠퍼가 스위니 역에는 시에나 밀러가 나온다. 미슐랭 2스타라는 명예와 부를 거머진 프랑스 최고의 셰프 아담, 요리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정작 본인은 완벽하지 않은 앵그리 셰프다. 

 

프랑스가 아닌 미국에서 굴 껍데기를 깎던 그는 런던으로 돌아와 미슐랭 3스타에 도전한다. 자신과 함께 일을 할 크루들도 구하고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시작부터 삐그덕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오픈하지만, 첫날부터 3스타는 커녕 1스타도 받지 못할만큼 실수를 연발한다. 결국 손님에게 환불해주고, 사과문까지 보낸다. 이 부분에서는 이해가 조금 안됐다. 그저 3스타급 레스토랑은 다 저렇게 하는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가본 적이 없으니 공감은 제로다.

 

줄리&줄리아도 그렇고, 더 셰프도 그렇고, 프랑스 요리에서 버터는 필수인가 보다. 줄리도 요리를 시작하자마자 버터부터 대량구매를 하더니, 더 셰프도 마찬가지다. 고기든, 해물이든, 소스까지도 버터는 필수다. 우리식으로 하면 참기름같다고 하면 될까나? 버터 맛이 강하면 재료 본연의 맛이 더 느껴질 수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요리에서 버터는 가장 중요한 식재료인 듯 싶다. 

 

버터향 가득이든 뭐든, 한번쯤은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100만원 정도면 먹을 수 있을까나? 미슐랭 3스타이니 돈을 더 내야 할까나. 개인적으로 야경이 좋은 레스토랑에서 40만원대 와인과 20만원대 코스요리를 먹었던 적이 있는데, 미슐랭 3스타는 "얼마면 돼?"

 

"난 배고파서 먹는 음식이 아닌 먹기 아까워서 못 먹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요." 둘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아담은 그런 음식을 만들고 싶어한다. 드디어 그날이 왔고, 주방과 홀은 미슐랭 가이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최선 아니 완벽을 추구한다. 반전이 있겠지 했는데, 설마 여기서 나올 줄은 몰랐다.

 

미슐랭 3스타의 꿈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아담은 잘생김에서 망가짐으로 변해간다. 이를 계기로 아담은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난다. 늘 앞만 보고 달렸던 그는 옆에 있는 동료를 보게 되고, 앞서서 걷지 않고 함께 걸어가기로 한다. 우리내 인생 그러하듯, 요리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열린결말은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더 셰프의 열린결말은 베스트 결말이지 않을까 싶다. 진짜 미슐랭 가이드가 오고, 그는 완벽이 아닌 평소처럼 하라고 지시를 한다. 결과를 기다리는 아담에게 토니의 웃음과 그를 보고 함께 웃는 아담. 미슐랭 3스타를 받았다는 웃음일까? 아니면 3스타가 되지 않았어도 괜찮다는 웃음일까? 개인적으로는 후자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슐랭보다 더 값진 협동을 알게 됐으니깐.

 

늘 그러하듯, 두 편 모두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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