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리동 역전회관
육고기의 내장은 못 먹지만 특이하게도 선지는 먹는다. 그래서 해장국을 먹을때 내장이 있느냐 없느냐는 엄청나게 중요하다. 있으면 못 먹고 없어야 먹기 때문이다. 염리동에 있는 역전회관이라면 언제나 안심이다. 왜냐하면 선지술국도 역전해장국도 오직 선지와 고기만 있어서다.
역전회관하면 바싹불고기가 대표메뉴지만, 점심한정으로 국밥과 비빔밥 메뉴가 있다. 정식을 주문하면 바싹불고기 1인분을 먹을 수 있지만, 지난번에 먹었기에 이번에는 뜨끈뜨끈한 역전해장국을 먹으러 왔다.
2017년부터 미쉐린 가이드에 5년 연속 선정됐다니 놀랍다. 하긴 서울미래유산에도 등재된 곳이니, 타이어 회사도 인정을 아니 할 수 없을거다. 원래는 용산에 있었다는데, 2007년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염리동으로 이전을 했다.
역전양조장은 회관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양조장이다.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았다고 하고, 해장국과 누룩이도 참 좋은 조합인데 요즘 약을 먹고 있어서 매우 몹시 아쉽다. 하지만 다음번 방문때는 기필코 누룩이를 마실테다.
점심에 왔으니 점심한정 메뉴를 주문한다. 지난번에 선지백반을 먹었고, 육개장은 얼마전 부민옥에서 먹었다. 낙지와 육회비빔밥이 끌리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역전해장국(10,000원)이다. 이름을 걸고 만든 해장국이니 느낌적인 느낌으로 딱 꽂혔다. 그런데 메뉴 소개를 보니 매콤에 얼큰이다. 매운맛 약한 1인이라 직원에게 물어보니, 빨간국물이긴 하나 매운맛이 강하지 않는단다.
겉절이에 알배추나물까지 5가지 기본찬은 변함이 없나보다. 개인적으로 미역초무침을 제외하고는 다 좋았다. 알배추나물은 짠맛이 살짝 강했지만 밥이랑 먹으니 괜찮다. 땅콩조림은 눅눅해 보여 그닥 끌리지 않았는데, 막상 먹으니 고소고소하다. 해장국집이라면 깍두기가 나왔을텐데, 고깃집이라서 무생채가 나왔다.
역전해장국은 매운맛이 1도 없는 선지술국에 빨간양념장을 더한 해장국처럼 보인다. 우선 좋아하는 파가 파국처럼 많이 들어 있어 맘에 든다. 빨간양념장을 보니 살짝 두렵다. 많이 맵지 않다고 했으니 우선 믿어볼 생각이다.
맑았던 국물에서 양념장을 섞으니 완전 빨간국물로 변했다. 달라진 만큼 얼마나 더 매워졌을까? 조심스럽게 국물을 먹는데, 목넘김이 쉽지가 않다. 매운맛에 당황해 두어번 재채기가 나왔는데 여기까지다. 불닭이나 불족발처럼 아플 정도의 매운맛은 아니고, 과하지 않은 매운맛이다.
내장은 전혀 없고, 선지가 꽤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달달한 무도 있고 선지에 비해 양은 적지만 비계없는 살코기도 들어 있다. 해장국답게 콩나물도 당연히 들어있다. 비주얼부터 맛까지 누룩이를 마구마구 부르는데 함께 할 수 없어 그저 아쉽다.
선지술국에는 당면이 없었는데, 역전해장국에는 있다. 개인적으로 곰탕에 면사리는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육개장이나 매콤한 국물에 당면은 무지 좋아한다.
선지 상태는 당연히 좋고, 달큰한 겨울무에 살코기까지 아니 좋을 수 없다. 여기에 매콤한 국물까지 더하니 전날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이마에서 땀이 난다. 푸딩같은 부드러운 질감의 선지는 입에 넣으니 스스륵 사라진다.
누룩이와 함께 했다면 밥을 더 늦게 말았을테지만, 혼술이 아니라 혼밥이니 밥을 2/3정도 국에 넣는다. 밥을 다 넣으면 국물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밥을 말면서 선지는 먹기좋게 소분을 한다.
역시 해장국에는 밥이 들어가야 완벽해진다. 밥이 들어가니 매운맛도 약해지고, 밥과 함께 먹으니 입안 가득 꽉찬 느낌이다. 무생채가 국수같긴 하나, 해장국에는 깍두기가 더 낫다.
담백한 선지술국에는 고춧가루가 없는 알배추무침이 어울리고, 얼큰한 역전해장국에는 고춧가루 범벅 겉절이가 어울린다. 맵게 먹듯, 담백하게 먹듯 개인취향일테지만, 역전회관의 선지술국과 역전해장국은 둘 다 좋다.
마지막 한숟갈까지 남길 수가 없다. 그나저나 선짓국을 먹을때는 참 좋은데 먹고나면 살짝 난감해진다. 만약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이라면 선짓국은 먹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부드러운 선지는 치아와 치아 사이 빈공간을 찾아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혼밥이라 그럴 걱정은 없지만, 선짓국을 먹으면 신경써서 양치질을 해야한다. 역전회관의 선지 메뉴는 다 먹었으니 다음에는 육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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