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동 굴뚝배기전문점모려
굴은 겨울이 제철, 멍게는 봄이 제철이다. 시즌이 다르기도 하지만, 늘 따로따로 먹었지 같이 먹어본 적은 없다. 물렁한 식감은 비슷하나 풍미는 전혀 다른 멍게와 굴, 이번에는 멍게굴탕으로 먹는다. 내수동에 있는 굴뚝배기전문점모려다.
벌써 세번째 방문이다. 굴밥을 시작으로 과메기와 굴국밥을 먹었고, 이번에는 멍게굴탕이다. 워낙 개성이 강한 녀석(?)들이라 같이 먹으면 맛이 반으로 줄지 않을까 싶지만, 먹기 전에는 모른다. 간접 경험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직접 경험을 해봐야 한다.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오면, 한적하게 혼밥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요근래 자주 오기도 했고, 올때마다 사진을 겁나 많이 찍다보니, 주인장에게 눈도장이 찍혔나 보다. 마스크를 벗지도 않았는데, 주인장이 벌써 알고 반갑게 맞아준다. 굴뚝배기전문점모려는 부부가 운영을 한다. 아내는 주방을 담당하고, 남편은 홀을 담당한다.
3월 멍게시즌이 오면 멍게비빔밥을 먹으러 오려고 했다. 그런데 멍게굴탕의 멍게는 따로 숙성을 해서 굳이 제철을 따질 필요가 없다기에, 굴 시즌인 겨울(1월)에 왔다. 단품인 멍게굴탕을 주문하려고 하다가, 멍게정식(15,000원)이 따로 있어 당연히 정식으로 주문했다.
모려정식처럼 멍게정식도 굴전과 생굴, 굴젓이 나온다. 식사는 멍게굴탕과 멍게비빔밥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굴전은 굴을 살짝 삶은 후에 만들어서 물렁한 굴이 아니라 탱탱한 굴을 먹을 수 있다. 여기에 기름과 계란이 더해지니,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다.
올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집 생굴은 신선도가 정말 과히 매우 몹시 겁나 좋다. 투명한 관자는 쫄깃하고, 우윳빛깔 몸체에는 싱그러운 굴향이 느껴지니, 초장은 필수가 아니라 불협화음이다. 같이 나온 무채와 파만 더하면 그만이다.
손맛 좋은 주인장이 직접 만든 굴젓은 참기름을 넣은 흰쌀밥에 올려서 먹으면 된다. 따로 공깃밥을 추가하지 않고, 주인장에게 요청을 하면 서비스로 밥을 준다. 참기름은 테이블 위에 있으니 개인취향에 따라 넣으면 된다. 달달한 밥에 굴풍미 가득한 짭조름한 굴젓, 굳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누가 멍게굴탕 아니랄까봐, 멍게향이 진동을 한다. 비주얼은 흡사 된장찌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된장 때깔이 아니라 주황빛깔 멍게 때깔이다. 멍게굴탕이라고 해서 멍게 모양이 살아 있는 줄 알았는데 다져서 숙성을 시킨거라서 국물에 다 풀어져 있다.
멍게는 아주 작은 알갱이로 국물에 퍼져 있지만, 국물 전체를 멍게라고 해도 될 정도로 멍게향 가득이다. 뜨거운 뚝배기라 국자로 덜고 있는데, 계란이 들어 있다. 노른자는 터지지 않고 반숙이다.
미역국이라고 하기엔 미역이 많이 부족하지만, 다시마에 미역도 들어있고 두부와 부추도 들어있다. 굴국밥(굴뚝배기)을 먹을때도 느꼈지만, 이집 국물맛은 과히 역대급이라 할 정도로 기가막히다. 해장에는 당연히 좋을거고, 반주 생각 역시 간절하게 만든다.
역시 예상대로 반숙이다. 고소고소 노른자는 짭조름한 굴젓을 올려서 먹는다. 밥이랑 먹어도 좋더니, 노른자랑 먹어도 좋다.
멍게향이 워낙 강력해서 굴향은 죽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죽지 않고 살아 있다. 멍게가 국물을 지배했지만, 굴은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풍미를 지켜냈다. 굴을 먹으니 그제야 굴의 풍미가 살아난다.
멍게굴탕만 먹어도 좋지만, 기본찬을 그냥 둘 수가 없다. 깍두기도 올리고 배추김치도 올리고, 이렇게 먹어도 저렇게 먹어도 그냥 다 좋다. 그나저나 채썬 다시마 식감이 이리 좋은지 몰랐다. 멍게에게 향은 다 뺏기긴 했지만, 식감만은 살아있다.
굴전과 부추무침이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 반찬을 남기기 싫어서 같이 먹었는데, 오호~ 새로운 발견이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멍게 시즌이 돌아오면 멍게비빔밥을 먹으러 온다고 했더니, 굳이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단다. 왜냐하면 생멍게가 아니라 멍게굴탕에 들어간 숙성된 멍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거제도식 멍게비빔밥이라는데, 그 맛이 궁금하니 빠른 시일내 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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