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원동에서 용강동으로 이전한 노독일처
마포역 일대 개인적으로 자주 찾는 중식당은 핑하오와 현래장이다. 산동만두는 예약이 어렵다고 해서 애당초 포기했다. 주로 두 곳을 다녔는데, 앞으로 한 곳을 더 추가해야겠다. 왜냐하면 잠원동에 있던 노독일처가 용강동으로 이전을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멀어서 못갔는데, 이제는 가까운 곳으로 왔으니 자주 가야겠다.
한창 공사 중일때, 외관이 독특해서 한식이나 일식은 아니고 중식당이 들어오는구나 했다. 아직 오픈을 하기 전, 2층에 있는 커다란 간판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노.독.일.처. 혹시 잠원동에 있는 그 노독일처를 말하는건가? 잠원동(신사역)이 주출몰지역이던 시절, 자주는 아니지만 회식으로 종종 갔었다. 중국식 냉면을 처음 먹었고, 만두와 딤섬을 먹기도 했다. 마포점이 새로 생겼나 싶어 후다닥 찾았다.
오픈기념으로 북경오리구이를 할인한다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기에 포기다. 하지만 굴짬뽕은 혼밥 메뉴로 적당하니, 만두와 함께 먹으면 되겠다. 브레이크타임은 오후 3시부터다.
노독일처는 2층에 있다. 단독건물이니 아무래도 건물주(님)이 아닐까 싶다. 2층에 올라가니 중앙에 카운터가 있고, 양옆으로 룸과 오픈 공간이 따로 떨어져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궁금증부터 해결했다. 혹시 잠원동에 있는 그 노독일처가 맞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신규 매장은 아니고, 잠원동에서 용강동으로 이전을 했단다. 신사역에 있을때 몇번 가봤다고 하니, 직원분이 더 반갑게 맞아준다.
런치세트는 왜 2인부터인가? 위대하다면 혼자서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위대하지 못하니 세트는 그저 먼나라 이야기다. 딤섬세트도 있다는데, 역시나 2인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혼밥이다 보니, 세트보다는 단품으로 주문해야겠다.
중국식 냉면을 맛나게 먹은 기억이 있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주문이 안된다. 고로 겨울 계절메뉴인 굴짬뽕(12,000원 아니고 8,400원)을 주문했다. 곁들어서 군만두를 먹을까 해서 혹시 반접시 주문이 가능한가 물어봤더니 그건 안된단다. 벌크업 말고 위크업을 해야 하나?
따끈한 차가 가장 먼저 나오고, 기본찬으로 단무지와 배추김치 그리고 자차이 무침이 나왔다. 김치는 먹지 않으니 사진만 찍고 바로 돌려줬다. 개인적으로 단무지보다는 자차이무침을 더 먹는데, 이날은 양념을 과하게 했는지 짠맛이 너무 강해 먹기 힘들었다. 김치를 괜히 돌려줬나 하면서 후회를 했다.
이번 굴시즌 마지막 굴짬뽕이 아닐까 싶다. 통영굴로 만든다고 하더니, 굴 사이즈가 어마어마하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굴의 풍미도 좋고, 깔끔하고 맑은 국물 역시 맘에 든다. 역시 굴짬뽕은 빨간국물보다는 하얀굴물이 정답이다.
어떤 육수를 사용하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먹었던 굴짬뽕 중에서 국물맛이 가장 산뜻하다. 깊고 진한 육수도 좋은데, 이렇게 맑고 산뜻한 육수도 괜찮다. 살짝 기름층이 있긴 하지만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거슬리지 않고, 깔금하니 텁텁함은 일절 없다.
자이언트 통영굴만 사용하는지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산뜻한 국물맛을 내기 위해 일부러 굴을 늦게 넣었는지, 타다키처럼 겉익속생(겉은 익은굴 속은 생굴)이다. 굴을 먼저 먹은 후 국물을 마시면, 산뜻했던 국물은 굴내음이 진한 국물로 바뀐다.
국물이 얼마나 산뜻한지, 봄동(혹은 얼갈이배추)의 향이 살아 있다. 여기에 아삭한 숙주와 쫄깃한 표고버섯도 들어있다. 양이 부족하면 군만두를 바로 주문해야지 했는데, 양이 많아서 만두는 다음번에 와서 먹어야겠다.
면이 어찌나 탱탱한지, 사진도 겁나 찍고 무지 천천히 먹었는데도 마지막까지 탄력이 살아 있다. 이로 인해 숟가락에 면을 올리고 사진을 찍을때 여러번 실패를 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먹기 전, 식초 두바퀴는 필수다. 국물이 워낙 산뜻하고 깔끔해서 굳이 식초를 넣지 않아도 될 뻔했는데, 습관이 무섭다고 나도 모르게 식초를 넣어버렸다. 뜨거운 온기로 인해 식초의 신맛은 다 날아가 버리고, 국물은 더 깔끔해졌다. 굴짬뽕 로드는 안동장에서 시작해, 노독일처에서 끝냈다.
면을 푸짐하게 담고 싶었으나 자꾸나 흘려내리는 바람에 조금만 올렸다. 요건 연출용이고, 실제로 먹을때는 숟가락이 아니라 젓가락으로 후루룩 먹는다. 굴 외에 다른 해산물은 없지만, 굳이 필요할까 싶다. 굴짬뽕에는 굴만 있으면 되니깐.
디저트로 떡인듯 빵인듯 튀긴 찹쌀경단이 나왔다. 달달함과 쫀득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 두어개 먹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나라서 살짝 아쉽다.
이번 굴시즌 마지막 굴짬뽕 역시 완뽕이다. 노독일처란, 오직 한 곳 뿐이라는 뜻으로 중국 전통요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뜻하는 말이란다. 늘 그러하듯, 중식당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가야 좋으니, 백신을 맞고 마스크 없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때 여기서 모임을 해야겠다. 그 전에 서태후가 즐겨먹었다는 개봉부 포청천 만두나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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