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동 능라도 마포점
봄이 오는가 싶더니 다시 겨울이다. 추울때는 뜨끈한 국물이 떠오르지만, 이번에는 이냉치냉이다. 평양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니, 살을 에이는 바람을 가르며 능라도 마포점으로 향했다.
평양냉면을 시작으로 만둣국, 평양온반, 갈비탕을 지나 다시 평양냉면이다. 불고기에 어복쟁반은 혼밥용이 아니라서 먹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올 날을 기다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평양냉면을 겨울에 먹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때문이다. 늦은 가을에 추수를 하기에 겨울에는 묵은메밀이 아니라 햇메밀을 먹게 된다. 능라도는 면을 직접 만드는데 커다란 멧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냉면에 육수와 함께 동치미 국물도 넣기에 냉면은 겨울이 제철이다.
평양냉면을 불고기랑 함께 먹으면 참 좋은데, 불고기는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고로 아쉽지만 평양냉면(13,000원)만 주문했다. 요즘 혼밥+코로나19로 인해 점심을 늦게 먹다보니, 브레이크타임이 없는 식당은 선호하게 된다. 그래서 능라도가 좋다. 왜냐하면 브레이크타임이 없으니깐.
한국식 피클이랄까? 고춧가루 없는 무절임과 백김치는 아삭, 새콤하니 입맛을 돋운다.
능라도 평양냉면 육수는 맹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하지만 단연코 맹물이 아니다. 보기와 다르게 진한 육향이 나는 제대로된 육수다. 수육(편육) 기름이 맑고 깔끔한 육수를 해칠까봐 서둘러 건져 놓는다. 사실 고기고명은 빼고 달라고 했어야 하는데, 그걸 또 까묵었다.
육수도 그렇듯, 면발도 참 깔끔하다. 메밀 껍질이 엄청 단단하다고 하던데, 저 상태가 되기까지 몇 번의 가공 과정을 거쳤을까? 비주얼은 소박해 보이지만, 육수부터 면까지 만드는 과정을 알기에 소박이 아니라 정성 가득이다.
면을 풀기 전 육수부터 들이킨다. 맹물같은데 진한 육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면을 풀면 육향이 옅어지기에, 면을 먹기 전 묵직한 유기그릇을 들고 벌컥 벌컥 마셔야 한다.
육수가 워낙 깔끔하다 보니, 잘게 다진 파가 간혹 씹히게 되면 파국이 아니라 파향이 느껴진다. 2~3개 들어 있는 오이절임은 냉면에 없는 아삭함을 담당하고 있다.
능라도는 육수 추가가 유료가 아니라 무료다. 만드는 정성을 알기에 유료여도 추가를 했겠지만, 무료이니 좀 더 많이 먹은 후에 요청을 한다. 이제 다시 시작한 듯, 육수가 넉넉히 채워졌다. 지금부터 면을 풀고 본격적으로 면흡입을 해야 한다.
밀가루면은 미끌미끌 매끈이지만, 메밀면은 까끌까끌 거칠다. 뚝뚝 끊기고 투박하지만, 이게 또 메밀의 매력이기에 이맛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햇메밀이라 그런지, 메밀향도 더 강한 듯 싶고 이래서 평양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한다.
주로 젓가락으로 먹긴 하지만, 연출샷이 필요하기에 오이절임 한번 올리고, 무절임도 올려본다. 국밥이나 해장국을 먹을때는 반찬을 올려서 먹어야 좋은데, 평냉은 같이 보다는 따로 먹는 게 더 좋다. 왜냐하면 메밀향을 해칠 수 있으니깐.
유기그릇이다 보니, 얼음을 넣지 않아도 냉면을 다 먹을때까지 시원함이 유지된다. 밀가루면은 씹지 않고 후루룩 먹게 되는데, 메밀면은 신경을 써서 꼭꼭 씹어 먹는다. 좀 더 메밀향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고기고명을 먹지 않을까 하다가, 남기면 나만 손해이기에 배추 무절임을 잔뜩 올려서 먹는다. 개인적으로 식은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요렇게 먹으니 또 먹을만 하다.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하지만, 먹고나니 으스스 한기가 돈다. 이럴때는 뜨끈한 면수가 답이다. 수미쌍관이라고 면수로 시작해 면수로 끝났다. 평양냉면이 주연이라면, 메밀 면수를 신스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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