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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동 능라도

평양냉면을 먹은 날, 만두를 빚고 있는 광경을 봤다. 만두소를 저렇게나 많이 넣다니, 다음에는 무조건 만둣국을 먹어야지 했다. 차가운 평냉 육수가 뜨거운 곰탕처럼 나온 만둣국이라니 이거 역시 찐이다. 마포동에 있는 능라도다.

 

출입문이 두개나 있으니 두번째 방문인데 마치 처음 온 듯 하다. 건물을 끼고 살짝 돌아가야 했지만,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정도 고생은 충분히 참을만 하다. 뉴욕에 능라도 매장이 있다는데, 분당에 있는 본점도 아니 가는데 뉴욕은 진짜 가더라도 안 갈 거 같다. 뉴욕 현지 음식을 먹어야 하니깐.

 

공간이 넓다보니, 내부 사진도 지난번과 다르게 찍는다. 늦은 점심이라 내부는 한산하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으니, 맘 편히 먹을 수 있어 좋다. 낮술에 혼술도 좋을 거 같은데, 고건 다음 기회에...

 

어북쟁반? 어복쟁반?
반접시는 혼밥러에게 있어 좋은 시스템!

지난번에 평양냉면을 먹었고, 이번에는 만둣국(12,000원)이다. 접시만두를 먹을까 하다가, 날이 추우니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다. 

 

능라도 만둣국 등장이오~

기본찬은 무절임과 배추김치다. 평양냉면을 먹을때는 백김치가 나왔는데, 만둣국에는 고추가루가 들어간 빨간 배추김치가 더 어울리니깐. 

 

평냉에는 유기그릇, 만둣국에는 뜨거움이 오래가는 옹기그릇이다. 그릇 뒤로 흐미하게 보이는 건, 바쁜 점심시간이 끝난 후 직원분이 만두를 빚고 있다. 능라도 직원은 무조건 만두 빚는 교육을 받는단다. 만두 모양이 독특해서 유심히 지켜봤더니, 똑같이 흉내를 낼 수 있을 거 같다. 집에서 묵은 김장김치를 넣어 만두를 하는데, 이번에는 능라도 스타일로 빚어야겠다. 

 

아기 주먹만 한 만두가 다섯개 들어있다. 평양냉면 육수의 뜨거운 버전이랄까? 냉면도 그렇더니, 만둣국 역시 맹물인 듯 착각할만큼 엄청 깔끔하다. 파향이 살살 올라오는데, 그 옆으로 살짝살짝 뻘건 점(기름)이 보인다.

 

만둣국은 뜨겁게, 평냉은 차갑게 나오는데, 만둣국 육수에는 평냉에서 볼 수 없었던 무언가가 들어있다. 아니다. 평양냉면에도 고기(수육)가 들어 있는데, 만둣국에는 깍두기 모양의 빨갛게 양념된 고기가 들어있다. 

 

양념된 고기를 살살 풀어주니 투명하게 맑았던 국물은 어느새 빨간 국물이 됐다. 색이 추가됐을뿐, 맑고 깔끔한 국물은 그대로다. 맹물처럼 맑은 육수를 원한다면 주문때 미리 요청을 해야할 거 같다. 그래서 다음에는 양념고기 고명을 따로 달라고 할 생각이다. 

 

커다란 만두피에 공처럼 동그랗게 만들어 만두소를 넣더니, 만두소가 흐트러짐이 없다. 만두를 먹으면서 나도 똑같이 만들어 봐야지 하면서, 스파이가 된 듯 기밀을 훔치고 있다. '절대 영업용이 아닌 개인용으로만 사용할 것을 맹세합니다.'

 

이북만두 스타일이니 맛은 당연히 담백 슴슴하다. 간이 약하니 간장을 넣어서 먹어야 한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너무 밍밍해서 실망할 수 있으니 간장을 꼭 추가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혼밥에 돌입.

 

간장도 좋지만,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더해도 좋다. 만두에 없는 아삭한 식감을 김치가 채워주니, 간도 맛도 더 풍부해진다. 배추김치는 겉절이 스타일로 살짝 단맛이 나지만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다. 

 

만두가 5개라서 서운해하지 마시라. 워낙 만두가 크다보니 먹다보면 포만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맹물이 아닌 고기 국물이라서 같이 먹으면 든든해진다. 하지만 이 좋은 국물을 조연으로 활용할 수는 없다. 만두가 2개 남았을때 공깃밥을 주문한다. 하나는 앞접시에 덜어서 간장을 넣어 먹고, 마지막 만두는 무자비하게 터뜨려줘야 한다.

 

만둣국을 끝내고 이제는 곰탕 타임이다. 깔끔한 국물에 밥을 말아서, 고명으로 나온 고기를 더하면 진짜 곰탕이 된다. 포만감은 진작에 찾아왔지만, 놓칠 수가 없기에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곰탕 아닌 만둣국을 먹는다.

 

배추김치 리필은 필수. 밥배와 디저트배는 따로 있다더니, 만둣국배와 곰탕배도 따로 있나보다. 힘들지만 놓치고 싶지 않으니, 결국 과식을 해버렸다. 평양냉면에 이어 만둣국까지 능라도는 다 좋기만 하구나. 두가지 맛을 다 봤으니, 겨울에는 평양냉면을 여름에는 만둣국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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