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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동 아소비바

전메뉴 도장깨기를 다 했다 생각했는데, 새로운 메뉴가 등장했다. 카츠는 아니고 카레라는데, 이게 또 별미란다. 엄마표 노란카레는 자주 먹지만, 일본식 드라이 카레는 생소하다. 궁금하면 500원이 아니라 당장 먹으러 가면 된다. 아소비바는 놀이터로 마포구 도화동에 있다.

 

지난 겨울에는 눈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이번 겨울은 눈이 겁나 자주 온다. 어릴때는 눈만 보면 신나서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지금은 "또 눈이야"하면서 짜증부터 낸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처럼 눈을 좋아해야 하는데, 그게 참 안된다. 어릴때는 쌓인 눈을 일부러 밟고 다녔는데, 이제는 피해서 걷는다. 같은 놀이터인데 어른이 된 지금은 술이 있는 놀이터(아소비바)를 더 좋아한다.

 

아소비바는 바테이블로 되어 있는데, 코로나19로인해 칸칸마다 아크릴 판을 설치했다. 마치 혼공을 하러 도서관에 온 듯하나, 공부는 일절 안해도 된다. 혼밥하기 좋은 구조라서 맛나게 카츠를 즐기면 된다.

 

돈카츠를 즐기는 방법~

아소비바 특제카레는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끓여낸 일본식 드라이 카페란다. 카레카츠라는 메뉴가 생긴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카츠에 카레를 추가 주문하는 된다. "제주흑돼지 등심 안심카츠(11,000원)와 아소비바 특제카레(2,000원) 주세요."

 

아소비바 제주흑돼지 등심 안심 카츠 등장이오~

카츠에 간이 심심하니 핑크솔트는 필수로 더해야 한다. 원래 깍두기와 기름층이 과한 장국이 나오는데, 한번도 먹은 적이 없어 이번에는 일부러 빼달라고 했다. 그래서 고추냉이와 유자후추만 있다. 카레가 있으니 매운소스는 필요없겠지 했다가, 혹시 몰라서 그냥 달라고 했다.

 

카츠가 살짝 느끼하다 싶으면 과하게 익은 깍두기 대신 아삭한 양배추 샐러드를 먹으면 된다. 고슬고슬한 밥에는 늘 매운소스를 넣어 비볐는데, 이번에는 카레밥으로 먹을거다.

 

육즙이 풍부한 안심 카츠와, 비계살이 살아 있어 쫄깃한 등심 카츠. 둘은 언제나 함께 먹어야 한다. 그런데 조금만 늦게 왔으면 안심을 놓칠 뻔했다.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 일부러 1시 넘어서 왔는데,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 포장까지 주문이 이어지더니, 잠시 후 주인장은 안심카츠가 솔드아웃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럴때 드는 생각, 참 다행이다.

 

물렁거리는 비계는 저리 가라, 등심카츠의 비계는 겁나 탱탱하다. 비계를 못 먹는 1인이지만, 요건 먹는다. 비계가 전혀 없는 안심은 모양대로 육즙을 꽉 품고 있어, 입 안에 넣으면 풍부한 육즙을 느낄 수 있다.

 

특제 카레는 필수가 아니라 추가 메뉴이지만, 이 맛을 알게 되면 추가가 아니라 무조건 무조건 주문을 할 것이다. 그만큼 엄청난 매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핑크소금을 더하고, 조심스럽게 카레를 올린다. 카레가 짭짤해서 굳이 소금을 더할 필요는 없는데, 이래서 습관이 무섭다고 하나보다.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고추냉이, 유자후추 등 소스가 있었는데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카레를 더하니 만렙(?) 달성이다. 이 맛을 알아버렸으니, 카레가 없던 때로 돌아가지 못하겠다.

 

등심에도 카레는 필수다. 기존에 먹었던대로 고추냉이와 유자후추를 더했다. 그런데 워낙 맛이 강한 카페라 고추냉이맛 카레, 유자후추맛 카레로 바뀌는 색다름을 경험했다.

 

밥에 카레를 넣어 비벼비벼~

카레에 카츠도 좋지만, 원래 카레에는 밥이 필수다. 엄마표 카레는 노란카레보다는 그안에 들어 있는 고기, 감자, 당근 등 건더기에 집중을 하는데, 아소비바 특제카레는 오롯이 카레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다고 건더기가 전혀 없는 거 아니고, 오랜 시간 끓인 탓에 카레와 하나가 됐다. 매운소스에 비빈 밥도 좋았는데, 카레밥을 만나니 이제는 못 돌아간다.

 

카레 양이 부족하다 싶었는데, 먹다보니 전혀 부족하지 않다. 밥에 비벼 먹기도 하고, 카츠마다 찍어 먹기도 했는데 모자람이 없다. 매운소스를 그냥 둘 수 없어 등심카츠랑 먹었는데, 카레가 월등히 좋다. 

 

없어짐이 아쉽다. 위만 허락한다면 카츠를 더 먹고 싶은데, 눈 앞에서 사라지는 카츠는 위로 들어가 포만감을 만든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때는 위가 무한대로 늘어났으면 좋겠다. 

 

디저트로 야쿠르트는 주는 센스, 마무리까지 완벽하다. 일러스트 모드로 마지막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정리하면서 혹시나 싶어 물어봤다. "카레만 포장이 가능한가요?" 가능하단다. 이 좋은 카레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다음날 뜨거운 밥에 카레를 올려 비빈다. 밥이 뜨거우니 카레를 굳이 데울 필요는 없다. 흰쌀밥도 좋았는데, 김치볶음밥과 같이 먹어도 좋다는 건, 안 비밀이다. 이 맛을 알아버렸으니, 당분간 카츠보다는 카레만 포장하러 자주 찾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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