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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안동장

늘 하얀 굴짬뽕을 먹다보니 궁금했다. 빨간 굴짬뽕은 어떤 맛일까? 대식가라면 다 주문해서 먹겠지만, 혼자서는 무리다. 그러다보니 매번 하얀 국물만 먹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갔으니 둘 다 먹어보자. 굴짬뽕을 처음으로 시작한 곳, 을지로3가에 있는 안동장이다.

 

강추위가 매섭게 몰아치던 날, 친구를 만나러 안동장으로 향했다. 을지로에서 뭐 먹을까 하기에, 겨울에는 무조건 굴짬뽕이지 하면서 여기서 만나자고 했다. 이번 겨울은 눈도, 한파도 참 잦다. 겨울이니 당연한데 추위에 약한 체질이라서 넘나 싫다.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안동장하면 굴짬뽕이 먼저 생각나는 건, 굴짬뽕이란 음식을 처음 시작한 곳이기 때문이다. 추운데 사설이 넘 길다. 친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밖에서 기다릴 자신이 없어 안으로 들어갔다.

 

무림 고수의 느낌이 나는 안동장 현판

현판은 1층에 있고, 여기는 2층이다. 3층까지 있는데,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오다보니 3층은 아직이다. 혼자서 원탁테이블 차지는 힘들지만, 둘도 힘들다. 고로 일반 테이블에 앉았다.

 

중국집이니 묵직한 메뉴책(판)이 있지만, 뭘 먹을지 언제나 정하고 오기에 벽면을 바라본다. 이번에는 둘이 왔으니, 굴짬뽕 하나 매운 굴짬뽕(9,500원) 하나를 주문했다. 더불어 군만두도 주문했는데, 솔드아웃이라서 아쉽게 못 먹었다.

 

기본찬

혼밥이라서 늘 하얀 굴짬뽕만 찍었는데, 이래서 음식은 여럿이 먹어야 하나보다. 둘이 오니 다양하고 푸짐하다. 하얀 굴짬뽕과 빨간 굴짬뽕 사진만 봐도 비교가 확 된다. 

 

친구는 하얀 굴짬뽕을, 나는 매운 굴짬뽕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얼마전에 혼자 와서 하얀굴짬뽕을 먹었기 때문이다. 매번 올때마다 궁금했던 빨간맛, 드디어 먹는다. 메뉴판에 매운이라고 나와 있기에 바싹 쫄았다. 왜냐하면 매운맛에 약한 1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주얼과 달리 매운맛 냄새가 올라오지 않는다. 

 

굴짬뽕이니, 굴은 당연히 가득 들어 있고, 조금이지만 돼지고기도 들어있다. 죽순, 부추, 목이버섯 그리고 배추 등 시원한 국물맛을 내는 채소도 들어 있다.

 

매운 굴짬뽕답게 국물은 빨간맛이다. 국물만 보면 일반 짬뽕과 비슷하다 느끼겠지만, 굴짬뽕이라서 불향이나 불맛은 없다. 식초가 싫다는 친구는 짬뽕을 그냥 먹지만, 식초를 좋아하기에 늘 그러하듯 먹기 전에 식초부터 넣는다. 단무지가 2개인 이유는 별생각없이 식초를 넣고 나니, 친구왈 식초 과다 단무지를 싫어한단다. 배려를 했어야 하는데, 나의 실수다.

 

하얗고, 빨갛고 그저 때깔만 다를 뿐이고, 내용물은 둘 다 동일하다. 고춧가루 혹은 고추기름의 매직이랄까? 맛은 전혀 다르다.

 

매운맛이라고 해서 바싹 쫄았는데 보기와 달리 맵지가 않다. 매운맛에 자신감이 생긴 건 아닐텐데, 신라면 정도 아니면 그 아래라고 해야 할까? 괜히 쫄았다 싶다. 이름과 달리 맵지 않아서 참 좋은데, 딱 거기까지다. 

 

하얀 굴짬뽕을 먹을때 났던 굴의 풍미가 사라졌다. 차라리 칼칼하거나 매콤했다면 그 맛으로 먹겠는데, 이건 이름과 달리 굴향이 사라진 굴짬뽕이다. 일반 짬뽕처럼 불맛이라도 있더라면 좋았을텐데 많이 아쉽다. 생각해 보니, 굴음식은 대체적으로 맑거나 하얀국물이지 빨간국물은 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굴 풍미를 지키기 위해서는 빨간맛은 아닌가 보다. 

 

역시 안동장은 하얀 굴짬뽕이 정답이다. 매우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할 필요도 없고, 은은하게 올라오는 굴향은 겁나 매력적이다.

 

탱글탱글 살아있는 굴을 입안에 넣으면 풍미가 작렬이다. 여기에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을 더하면 아~ 이래서 겨울에는 굴짬뽕을 먹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굴짬뽕을 먹을때 국물까지 남기지 않고 다 먹는데 매운 굴짬뽕은 국물을 꽤나 많이 남겼다. 그러나 하얀 굴짬뽕은 완벽하게 완뽕을 했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뻔했는데, 직접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는 무조건 무조건 하얀 굴짬뽕만 먹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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