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연안식당 마포점
꼬막은 비빔밥으로 먹어야 좋고, 굴은 그냥 생으로 먹어야 좋다. 각각 먹어도 좋은데, 둘을 한꺼번에 먹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거다. 당장 벌교나 통영에 갈 수 없으니, 가까운 곳에 있는 연안식당 마포점으로 향한다.
서울서 꼬막비빔밥을 먹는다면, 단연코 연안식당이다. 체인점이긴 하나, 꼬막비빔밥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12월이 되면 무조건 갔는데 이번에는 조금 늦었다. 요즘 굴 메뉴가 추가됐다는 소식이 들려 둘을 같이 먹고자 서둘러 갔다.
혼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바쁜 점심시간은 무조건 피한다. 연안식당 마포점은 브레이크타임이 없어, 오후 3시가 넘어서 가기도 한다. 이번에도 일부러 늦게 갔는데, 낮술을 즐기는 분들도 있고, 혼밥을 하는 분도 있다. 거리두기를 위해 멀리 떨어져 앉은 다음 메뉴판을 본다. 사진은 밥을 먹고 있다가 사람이 없기에 후다닥 담았다.
제주에서 왔다는 딱새우회를 먹으면 딱새우라면을 추가주문할 수 있단다. 무지 끌리긴 하나 얼마 전 제주 현지에서 먹고 왔기에 꾹 참았다. 겨울이니 연안식당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꼬막비빔밥(12,000원)에, 양이 많냐고 물어봤는데, 혼자서도 충분히 먹을 수있다고 해서 생굴 한접시(10,000원)도 주문했다.
미역국과 생김, 갓김치, 간장게장, 콩나물무침은 늘 나오는 반찬이고, 나머지 하나는 갈때마다 바뀌는데 이번에는 미역무침이다. 꼬막비빔밥은 꼬막무침과 밥이 따로 나온다. 꼬막무침 접시와 밥대접이 한몸처럼 나오지만 쉽게 분리된다.
참꼬막은 아니고 새꼬막이다. 꼬막은 쫄깃쫄깃 식감깡패이고, 편마늘과 청양고추 그리고 양념이 더해져 밥도둑이 된다. 밥은 고슬고슬하고 따끈따끈해서 비빔밥용으로 좋다.
밥에 넣어서 비비기 전, 꼬막부터 맛을 봐야 한다. 과하지 않은 양념에 마늘의 알싸함과 고추의 칼칼함이 더해졌다. 쫄깃쫄깃하니 그냥 먹어도 좋지만, 무침은 비빔밥으로 먹어야 옳다.
꼬막비빔밥을 하려면 먼저 참기름이 필요하다. 한바퀴 혹은 두바퀴 정도 참기름을 넣으면 고소함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밑작업이 끝났으니 이제는 꼬막무침이 등장할 차례다.
연안식당에서 꼬막비빔밥을 처음 먹었을때는 모르고 밥에 꼬막무침을 다 넣어버렸다. 그때는 무지 짜게 먹었는데, 지금은 간을 조절하는 능력이 생겼다. 즉, 양념을 다 넣지 않고 간을 보면서 넣는다. 이따가 갓김치와 간장게장도 같이 먹어야 하니 간은 살짝 심심하게 한다. 생김은 늘 2장이 기본, 여기에 꼬막비빔밥을 가득 올려서 먹으면 된다.
마스크없이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꼬막을 먹으러 벌교로, 굴을 먹으러 통영으로 갔을거다. 하지만 갈 수 없으니, 서울에서 다 해결해야 한다. 꼬막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데 여기에 생굴까지 맛있는 녀석(?)들이 다 모였다.
생굴에 초장을 더해서 먹으니 초장 맛이 넘나 강하다. 개인적으로 소스없이 그냥 먹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꼬막비빔밥을 하고 남은 꼬막무침 양념을 더했다. 확실이 초장에 비해 양념맛이 강하지 않으니 간도 되고 진한 굴의 풍미도 같이 느껴진다. 둘 다 먹고 싶어서 주문을 했는데, 생굴에 꼬막무침 양념이 겁나 잘 어울린다. 역시나 초장은 굴의 풍미를 헤치는 주범(?)이다.
밥만 먹어도 훌륭하지만, 간장게장에 갓김치 그리고 콩나물무침까치 꼬막비빔밥은 모든 반찬을 다 포용한다. 꼬막비빔밥 먹고 생굴 먹고, 벌교에 갔다 통영에 갔다, 시간여행을 하듯 혼자서 영호남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
영호남을 왔다갔다 하지 말고, 둘을 하나로 합치면 어떨까? 벌교산 꼬막과 통영산 생굴, 둘의 만남은 겨울바다다. 꼬막과 굴을 한꺼번에 먹다니, 이런 호사스런 밥상이 또 있을까 싶다. 맛도 식감도 전혀 다르지만 겨울 제철 먹거리이니 우월을 따지지 말고 같이 먹으면 된다. 이 조합 역시 대성공이니, 종종 호사스럽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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