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4가 (방산동) 삼우일식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까? 몇 번의 검색과 몇 개의 블로그만으로 흡족할만한 식당을 찾아내니 말이다. 노하우라면, 검색 후 1~2페이지는 가볍게 무시를 한다. 마케팅 너머에 있는 찐식당을 찾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으로, 행정상의 주소는 방산동이지만 을지로4가가 더 익숙한 방산시장 내에 있는 삼우일식이다.
광장시장 방면에서 왔다면 더 쉽게 찾았을텐데, 을지로3가에서 오는 바람에 살짝 헤맸다. 우리 동네는 요즘 간판 재정비를 하는지, 같은 사이즈의 간판으로 교체작업을 하던데, 여기는 아직인가 보다. 많고 많든 간판들 속에 청록색 간판을 찾기란 그리 녹록지 않다. 허나 찾아냈고, 안으로 들어갔다.
70~80년대 일식집의 모습이랄까? 요즘 일식집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레트로 느낌이 강하게 난다. 사실 검색을 했을때, 음식보다는 내부 사진을 보고 바로 꽂혔다. 이런 모습이라면, 그 어떤 음식을 해도 기본 이상은 할 거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여느 일식집과 달리, 회나 튀김보다는 탕탕탕탕탕탕~ 탕 메뉴가 많다. 육고기로 만든 내장탕은 일절 못 먹지만, 바다고기로 만든 내장탕은 좋아한다. 고로 내장탕(15,000원)과 일식집이니 생선초밥(13,000원)을 주문했다.
생선조림이 기본찬으로 나오다니, 메인이 나오기도 전이데 재방문 의사 200%다. 어느 생선인지 물어보니, 대구도 있고 우럭도 들어 있단다. 생선을 손질하다가, 회나 탕에 쓸만한 부위가 아니면 이렇게 조림으로 만들었지 않았을까 싶다. 큼지막한 무도 들어 있고, 반찬이라고 무시하면 절대 안된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밥 한공기 순삭일테니깐.
조림에 이어 겨울 제철 숭어회가 기본찬으로 나왔다. 삼우일식의 밑반찬 클라스가 어마어마하다. 숭어회에 마늘과 채소가 있고 여기에 참기름이 더해졌다. 초고추장이 같이 나왔으니 회무침으로 먹으라는 의미일텐데, 초장대신 간장을 더해도 충분히 괜찮다. 기본찬만으로도 녹색이 한병을 아작냈다.
요즘 초밥 트렌드는 밥은 적게 생선회는 커다랗게다. 밥을 많이 먹으면 금방 배가 부르니, 초밥을 더 많이 먹기 위해 밥양을 조절한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초밥은 밥과 생선회의 비율이 일정해야 좋다고 생각한다. 초밥을 먹다보면, 늘 밥은 금방 사라지고 생선회만 입안에 남는데, 삼우일식에서 먹은 초밥은 밥이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 밥이 주는 단맛이 끝까지 느껴진다.
왼쪽은 숭어초밥 오른쪽은 대방어초밥이다. 어렸을때 먹었던 초밥은 이런 모습이었는데,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니 그저 반갑다. 삼우일식을 늦게 찾았지만, 앞으로 자주 가면 되니깐 괜찮다.
흰살생선 초밥은 광어초밥이라 할 정도로, 지금까지 살면서 광어초밥을 무진장 많이 먹었는데 이런 초밥은 난생 처음이다. 광어지느러미 초밥은 비싼데, 여기는 지느러미와 뱃살을 같이 썰어서 초밥을 만들었다. 식감 깡패인 지느러미와 부드러운 뱃살의 만남, 이건 혁명이다. 개인적으로 광어초밥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만은 광어초밥이 으뜸이다.
지금은 그저 평범한 비주얼이다. 하지만 녹색 채소를 걷어내는 순간, 하드코어 내장탕을 만나게 된다. 광어초밥에 이어 내장탕 역시 난생처음이다.
내장탕이라고 하기에, 그저 이리와 곤이 그리고 애가 잔뜩 들어있을 줄 았았다. 그런데 생선 내장 부위가 이렇게 다양했나 싶을 정도로 첨보는 부위가 파면 팔수록 나온다. 그리고 육고기의 내장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엄청 기름지다.
왼쪽에 있는 건 이리와 간이다. 그런데 오른쪽에 있는 건, "누구냐 넌." 마치 육고기에 있는 대창 혹은 막창같다. 지금까지 먹었던 내장탕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기에 살짝 난감했지만 맛을 보니 기름진 고소함이 가득이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내장탕의 재료는 주로 대구 내장이고 우럭 내장도 들어간단다. 어느 부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생선 내장이 이리도 다양한지 이번에 첨 알았다.
순대 먹을때 나오는 간이 아니다. 간을 이렇게나 많이 주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진짜 곱창처럼 생긴 내장까지 하드코어 내장탕이 확실하다. 그동안 해산물킬러라고 자부했는데, 이번만큼은 살짝 두렵다. 친구 역시 힘든지, 내장탕으로 향하는 숟가락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커다란 뚝배기에 나오니 혼자 먹기에는 과한 양이다. 그런데 워낙 하드코어다 보니, 둘이서 먹기에도 과하다. 내장이 주는 기름진 고소함은 인정하나, 아낌없이 준 내장을 다 먹지 못하고 꽤 많은 양을 남기고야 말았다. 당분간 아니 그후로 오랫동안 내장탕을 먹지 않아도 될만큼 올해 내장탕은 이거 하나로 충분하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는 줄 알고, 1시가 훌쩍 넘어 도착을 했다. 혹시나 싶어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2시 30분부터 5시 혹은 6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란다. 내장탕이 나왔는데 어느새 시간은 2시 15분이다. 시간이 넘 촉박한데 했는데, 다행히 손님을 더 이상 받지 않을뿐 먹고 있는 사람은 천천히 먹어도 된다. 만약 우리만 있었다면 직원분들 식사하는데 눈치가 보였을텐데, 단골로 보이는 어르신 손님이 있어 그분들만 믿고 3시까지 맘 편히 먹었다. 내장탕에 들어있는 대구 내장이 이리도 좋은데, 대구살은 얼마나 좋을까? 아무래도 빠른 시일내 대구탕을 먹으러 가야겠다.
삼우일식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광장시장이 있다. 와우~ 코스 한번 기가 막히다. 초밥과 내장탕으로 시작해 커피로 마무리를 하려 했으나, 카페에 갈 수 없어 빈대떡에 막걸리로 마무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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