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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문재래시장

제주도에 간다고 하니 어무이로부터 어명이 떨어졌다. "제주 은갈치가 참 맛나다던데, 갔는데 그냥 오지는 않겠지." 암요. 그럼요. 하고는 제주에 도착한 후 공항에서 가까운 동문재래시장으로 향했다. 신나게 재미나게 놀기 위해서는 숙제부터 해치워야 하니깐.

 

제주동문시장(동문재래시장)은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 재래시장이라고 한다. 규모는 남대문시장보다는 못하지만, 첫방문이라 그런지 느낌은 남대문시장 못지 않다. 제주에 오면 주로 서귀포 인근에서 많이 놀았기에, 여기보다는 올래매일시장을 주로 갔다. 이번 일정은 모슬포항 주변이라 서귀포 부근은 갈 일이 없다. 고로 동문시장에서 은갈치를 구입해야 한다.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본격적으로 시장 구경을 시작했다.

 

재래시장이었으니, 예전에는 천장이 없었을 거다. 제주의 겨울은 꽤나 추운데, 칼바람을 맞으면서 장을 봐야했을 거다. 지금도 그닥 따뜻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니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돌하르방 종류가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제주에 왔으니 기념품으로 하나 정도는 살만한데, 사진만 찍을 뿐이다. 왜냐하면 머리 속은 온통 갈치, 갈치 뿐이기 때문이다. 아는 곳이 있거나 현지인의 추천을 받았다면 그나마 맘이 편할텐데, 아무런 정보없이 온거라 내심 불안했기 때문이다. 물건 볼 줄 모르는 1인이라서 호구로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까지 했다. 

 

메밀전병과 비슷한 듯 다른 제주 빙떡

온통 갈치 생각뿐인데 친구는 제주에 왔으니 빙떡을 먹어야 한단다. 제주 빙떡? 많이 들어 봤는데, 보는 건 처음이다. 딱 보니 메밀전병과 흡사하다. 메밀전을 부쳐 그 안에 무로 만든 소를 넣는다. 고춧가루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까? 메밀전병과 별차이 없어 보이는데, 친구는 다르단다.

 

한개 천원이다. 하나씩 먹자는데 딱히 끌리지 않아 하나만 구입했다. 쿠킹호일에 싸서 주는데, 친구가 맛나게 먹는다. 그 맛이 궁금해 한입만을 했고, 아주 조금 먹어봤다. 음... 무가 들어 있으니 무맛인데, 그 무가 아니라 無맛이다. 극강의 밍밍함이랄까? 개인적으로 빙떡보다는 메밀전병이다.

 

동문재래시장에서는 출입구가 많다. 그런데 갈치는 어디로 가야 살 수 있는 건가? 빙떡을 살때 물어보니, 4번 출입구로 가란다. 1번에서 4번 출입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제대로 찾았으니, 갈치를 만나러 가자.

 

어라~ 갈치가 나와야 하는데 과일 상점이 나온다. 혹시 잘못 찾아온 건가 했는데, 안으로 좀 더 들어가야 한단다. 안으로 서서히 들어가니, 달콤한 과일향에서 비릿한 바다의 향이 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여기서 감귤을 구입해야 했는데, 갈치에 집중하다보니 생수 사러 들렀던 대형마트에서 구입했다. 

 

돼지엄마라니 생선가게 이름치고는 독창적이다!

3곳의 생선가게가 몰려 있는데, 유독 돼지엄마네만 사람이 많다. 사람 심리는 다 비슷한가 보다. 한가한 곳보다는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도 돼지엄마네를 고집한다. 가게 규모는 작은데, 겨울이 제철이라는 갈치가 지천이다. 제대로 찾아왔으니 본격적으로 장을 봐야 한다.

 

좋은 눔으로 골라달라고 하니, 오동통한 녀석을 골라줬다. 갈치는 손가락으로 크기를 잰다고 하던데, 4개 손가락 정도되는 사이즈란다. 사진은 무지 홀쭉해 보이는데, 실제는 진짜 무지 튼실한 갈치가 맞다. 한마리에 3만원으로 비싼 듯 싶지만, 처음부터 큰눔을 보니 작은 눔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건 볼 줄 모르는 1인이기에 전화찬스를 해야 한다. 집으로 전화를 걸어 이러쿵 저러쿵 어무이께 보고를 하고, 두마리를 구입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갈치 옆으로 튼실한 고등어도 있기에 물어보니, 만원어치만 구입하란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3마리에 만원이란다. "갈치 2마리(6만원)와 고등어 3마리(만원) 주세요." 주문 후, 생선 손질을 해주는데 고등어는 조림이냐 구이냐 물어본다. 조림이라 말했더니, 대가리를 제외하고 세토막으로 썰어준다. 갈치는 4토막이던데, 집에 와서 보니 먹을 수 있는 내장이 들어있다. 이걸로 갈치속젓을 만들면 될텐데, 음식 잘하는 어무이도 못하는 분야가 있나보다. 비린내도 안나고 상태는 베리굿이지만 과감히 버렸다. 

 

생선 손질이 끝나면 바로 포장에 들어간다. 항공택배이니 비용은 5,000원이다. 주인장이 바쁘니, 용지에 이름과 주소, 연락처는 직접 작성해야 한다. 모든 작업이 다 끝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택배만을 전담하는 분이 등장해 들고 간다. 아침에 구입한 바람에 다음날 오전에 집에 도착을 했고, 그 다음날부터 우리집은 제주 갈치, 고등어 파티를 했다.

 

제주 흑돼지도 맛나다던데, 이번에는 생선을 구입했으니, 다음에는 고기를 구입해야겠다. 그나저나 그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쇼핑 습관이랄까? 사야하는 것만 사면 끝이다. 귤이나 기념품도 살만한데, 서둘러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친구는 주차장 근처에 있는 오메기떡 파는 떡집으로 갔다. 개인적으로 떡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관심이 없는데, 친구는 꼭 먹어야 한단다. 암튼 먼저 주차장에 도착했고, 얼마 후 친구가 도착했다. 주차요금은 얼마나 나왔을까? 현금을 막 준비하고 있는데, 머문 시간이 59분이라 주차료가 없다. 아마도 1시간은 주차비가 무료인가 보다. 

 

제주에서 온 다음날 아침, 어무이는 제주 은갈치로 갈치조림을 했다. 그동안 먹었던 갈치는 갈치가 아니라 길치였나 보다. 살점이 어찌나 두툼하던지, 더불어 누가 몰래 갈치에 꿀을 발라놨는지 비린내는 일절 없고 달달하기만 하다. 우량아(?) 갈치덕에 아침부터 과식을 했다.

 

그 다음달은 제주 고등어로 조림을 했다. 원래 고등어조림을 할때는 비린내를 잡기 위해 생강을 조금 넣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강없이 그냥 했단다. 이유는 비린내를 잡을 필요없이 상태가 매우 훌륭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고등어는 어느정도 비린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제주 고등어를 먹으니 잘못된 생각임을 알게 됐다. 

 

삼일째 되는 날은 조림이 아니라 갈치구이다. 조림을 먹을때도 알았지만, 굵기가 정말로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가시도 굵고 길었지만, 제대로된 갈치구이를 맛봤다. 4일만에 제주산 갈치와 고등어를 다 해치웠다. 그리고 얼마 후 동네 마트에서 산 갈치로 구이를 했는데, 어찌나 왜소하던지 아무래도 제주도 은갈치는 일장춘몽이었나 보다. 돼지엄마네에서 명함을 받긴 했는데, 전화로 구입을 해도 그때만큼 좋은 눔을 보내줄까? 한번 올라간 입맛은 쉽사리 내려오지 않으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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