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타임스퀘어 신차이
굴을 4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다면, 이런 식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겨울 한철에만 먹을 수 있으니, 무던히 찾아 다녀야 한다. 겨울메뉴로 굴짬뽕을 출시했다는 안내문이 보이면 무조건 반응을 한다. 중국집은 혼자 보다는 여럿이 가야 좋지만, 굴짬뽕일때는 혼밥이 딱이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있는 신차이다.
지난주 무월식탁에서 벌교꼬막비빔밥을 먹기 전, 이곳을 스치듯 지나쳤다. 스치듯이지만, 나의 레이더에 녀석의 흔적이 포착됐다. 겨울한정메뉴 굴짬뽕 출시! 신차이는 처음인데, 중화요리 4대 문파 명장 유방녕은 많이 들어봤다. 신차이는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개화기 시절 우리나라로 건너온 1대 조부를 이어 지금은 4대 유방녕 셰프가 맡고 있다고 한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신차이가 본점이라고 하던데, 인천까지 가기 귀찮으니 가까운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백화점 식당가치고는 내부가 상당히 넓다. 타임스퀘어가 워낙 공간이 넓어서 식당 규모도 널찍널찍하다. 브레이크타임이라 할 수 있는 오후 2시쯤에 도착을 했는데, 백화점 식당가라 영업 중이다. QR코드로 명부를 남기고, 손목으로 온도를 측정하고, 손소독 후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멀리 떨어져 앉았다.
중국집은 여럿이 와서 이거저거 다양하게 주문해 먹어야 좋지만, 굴짬뽕일때는 예외다. 시국이 시국이니 혼밥이 정답이다. 더구나 메뉴가 나의 사랑 굴짬뽕(12,900원)이니 다다익선보다는 온리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자차이 무침이 나오는 곳은 좀 괜찮은 중국(요리)집이다. 양파와 춘장은 없지만, 요청을 하면 준다.
지금까지 굴짬뽕을 안동장, 핑하오, 동영관, 신승반점 등 여러 곳에서 먹었지만, 양은 신차이가 단연 탑이다. 굴짬뽕치고 가격이 꽤 나가는구나 했는데, 푸~~짐한 양을 보니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맛은 아직이지만, 우선 양에서 합격(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난주에 핑하오에서 먹은 굴짬뽕은 국물이 진했는데, 신차이는 투명할 정도로 맑디 맑다. 양에 이어 국물까지 취향저격이다. 사진만 찍고 국물은 나중에 맛을 보는데, 이건 참을 수가 없다. 맑아서 얕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은은한 굴의 풍미와 함께 깊은 국물맛이 쫙~ 올라온다. 아무 정보없이 왔고 본점도 이닌데, 국물 한숟갈에 오길 정말 잘했다.
국물을 먹을때 살짝 얼얼함이 있었다. 빨간짬뽕도 아니면서 매운맛이 왜 있을까 했는데, 베트남고추가 들어있다. 볶는 과정에서 고추가 터졌는지 고추씨에 고추 조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래서 매운맛이 더 강해졌나 보다. 굴짬뽕이니 다른 해물은 일절 없고, 오로지 굴만 가득 들어있다. 이래서 굴의 풍미가 더 진하게 느껴졌나 보다.
매운맛에 약한 1인이라서 고추는 보이는대로 덜었는데, 이렇게 조각으로 흩어진 녀석(?)들은 건져내기가 넘 힘들다. 불닭처럼 미친듯한 매운맛은 아니고 살짝 얼얼할 정도다. 그래도 매운맛이 싫다면 주문할때 미리 고추는 빼달라고 요청을 해야 한다. 채소는 달달한 알배추가 가장 많고, 양파와 부추 그리고 호박 등이 들어있다. 요즘은 짬뽕에 불맛을 많이 살리던데, 신차이의 굴짬뽕은 불맛보다는 굴맛을 더 살렸다.
면도 직접 만든다고 하더니, 면 모양이나 굵기가 다르다. 대체로 중국집 면은 원형에 가까운데, 신차이는 칼국수 면을 얇게 썰어낸 듯 사각모양이다.
탱글탱글하며 부드러운 굴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으니, 굴짬뽕에 대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늘 그러하듯, 짬뽕을 먹을때 식초는 필수다. 깔끔한 국물맛을 원한다면, 식초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진을 찍다보면 쫄깃함을 지나 살짝 풀어진 면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상태가 좋다. 왼손잡이라면 면사진 찍을때 참 편할텐데, 이래서 면사진은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이 편하고 좋다.
굴짬뽕이니 굴은 면과 함께 먹어야 한다. 짬뽕밥은 왠지 굴국을 먹는 느낌일 듯 싶어, 굴짬뽕은 언제나 면을 고수한다. 숟가락이 작아서 많이 올릴 수 없었지만, 이 과정을 여러번 반복하면 된다.
굴이 워낙에 많이 들어 있으니, 굴스프를 먹듯 채소와 굴만 먹어도 아니 좋을 수 없다. 면에 굴도 좋지만, 자차이 무침을 더하면 아삭한 식감이 더해진다. 양이 많다고 했는데, 벌썬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가고 있다. 위대하다면 한그릇 더를 외치고 싶지만, 아무래도 군만두 추가도 어려울 듯 싶다.
지금 이순간, 오로지 굴짬뽕에 나를 맡긴다. 서울에서 굴짬뽕을 하는 중국집이 몇곳이나 될까? 올 겨울 굴짬뽕 로드나 떠나볼까나. 겨울이 와야 먹을 수 있기에, 추운 겨울이 그리 싫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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