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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물항식당 본점

제주도에 오면 늘 가는 곳이 있다. 언제나 첫번째로 갔는데, 이번에는 마지막에 갔다.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갈칫국, 이 맛을 놓치면 제주에 온 거 같지 않기에 떠나는 날 물항식당 본점으로 향했다. 

 

줄곧 노형동에 있는 물항식당에 갔는데, 그곳이 없어졌단다. 난감한 순간,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건입동에 있는 물항식당이 본점인데 거기로 가면 된다. 아하~ 그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당장 출발이다. 

 

혼밥도 아닌데 늦은 오후에 도착을 했지만, 붐비지 않으니 마음이 놓인다. 먼저 온 사람들과 멀찍이 떨어져 앉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제주에서도 지켜야 하니깐. 서울에 비해서는 덜 위험한 듯 싶지만,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원래 계획은 갈칫국(13,000원)에 자리물회였는데, 자리물회가 없다고 해 한치물회(13,000원)로 주문했다. 갈칫국 말고도 조림에 회도 좋다고 하던데, 물항식당에 오면 언제나 갈칫국만 생각난다. 아마도 서울에서 먹기 힘든 음식이라서 그런 듯 싶다. 참, 서울에서 라산이는 언제나 프리미엄 가격인데, 제주도에서는 이슬이, 처럼이와 가격이 동일하다. 하긴 제주삼다수 2리터 생수가 이마트에서 860원이라서 엄청 놀랐다.

 

물항식당 밑반찬 클라쓰~
사라다, 콩나물무침, 배추김치

양념게장에 비해서는 양념이 과하지 않으니 꽃게무침이라고 해야 맞을 듯 싶다. 약한 양념으로 인해 게맛이 더 살아난다. 그리고 생김새는 갈치속젓과 비슷하지만, 맛을 보면 다름이 느껴진다. 요녀석은 자리젓이다. 반찬 클라쓰가 나쁘지 않은데, 언제나 메인에 집중하다보니 반찬을 잘 안 먹게 된다. 하지만 자리젓만은 일부러라도 챙겨 먹는다. 이유는 갈칫국만큼 서울에서 먹기 힘드니깐.

 

물항식당 갈칫국과 한치물회 등장이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듯, 갈칫국을 보니 매우 몹시 반갑다. 맑은 국물 위로 갈치의 은비늘이 둥둥 떠있고, 달달한 얼갈이배추에 노란 단호박이 뙇! 조림과 구이로만 먹던 갈치를 이렇게 국으로도 먹을 수 있다니, 제주사람들이 참 부럽다.

 

국물 속에 잠자고 있던 커다란 갈치 한조각을 깨웠다. 구이로 먹을때는 기름맛에, 조림으로 먹을때는 양념맛에 갈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었는데, 국으로 만나니 이제야 갈치가 갈치답다. 생선국이라 혹시나 하는 비린내는 그저 접어두시라. 왜냐하면 일절 없기 때문이다.

 

오이 싫어하는 친구와 같이 오면 한치물회는 죄다 내 차지가 될텐데, 오이를 못 먹는 친구가 없다는게 문제다. 한치만큼 오이도 잔뜩 들어있다. 겨울이지만 물회라서 얼음은 필수다. 

 

아삭한 오이와 쫀득한 한치, 둘의 조화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식감은 식감대로 좋고, 맛은 두말하면 입만 아프다. 오징어와 한치 비슷한 듯 싶지만, 먹어보면 확실히 다르다. 오징어에 비해 한치 질감이 더 강하다고 할까나? 씹는 맛이 좀 더 살아 있다.

 

음식은 덜어서 먹어요~

갈칫국을 처음 먹었을때는 뭐 이딴 음식이 다 있냐고 투덜댔다. 엄청난 비린맛이 국을 지배할거라 생각했고, 절대 먹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분명 과한 양념의 빨간 국물이겠지 했다가, 맑디맑은 갈칫국이 나오자 당황을 했었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나오는 순간 아니 주문을 할때부터 침샘폭발이다. 왜냐하면 호환마마보다 무섭다고 하는 아는 맛이니깐.

 

갈치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는 갈칫국이 딱이다. 입천장과 혀만으로도 살은 부드럽게 풀어지고, 그 뒤를 맑은 국물이 딱 받쳐준다. 여기에 밥과 얼간이배추를 더하면 달달하니 감칠맛 폭발이다. 국이라 밥을 말고 싶지만 가시가 많아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말지 않고 그냥 먹는다.

 

두툼한 갈치살은 마치 갈치구이를 먹듯, 밥 위에 살포시 올린다. 이 상태로도 충분히 좋지만, 자리젓을 더하면 화룡점정이 된다. 자리젓은 간도 맛도 강하니 조금만 먹어야 한다. 많이 먹었을 경우에는 물보다는 재빨리 밥으로 진화하면 된다.

 

온탕에 갔으니, 이제는 냉탕에 들어갈 시간이다. 얼음이 살짝 겁나지만, 겨울에 먹는 냉면처럼 물회는 시원하게 먹어야 한다.  

 

물항식당의 물회는 과하지 않아서 좋다. 빨간맛이지만 매운맛은 일절없고, 새콤, 달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가 좋다. 너무 강하면 저절로 얼굴이 찡그러질 테고, 너무 약하면 밍숭밍숭할 텐데,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고 적당하니 참 조화롭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밥이 복병이었다. 시원한 물회를 먹을때는 고슬고슬한 밥이 좋은데, 밥이라 쓰고 떡이라 읽어야 할 정도로 진밥이 나왔다. 밥은 아쉽지만, 갈칫국와 한치물회는 역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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