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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타임스퀘어 상수동카스티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카스텔라는 부드럽긴 하나 촉촉보다는 퍽퍽하고, 밤식빵을 제외하고 다른 식빵은 빵만 먹기 힘들다. 지금까지는 이런 줄 알았다. 상수동 카스티야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치즈케익같은 카스텔라에, 페스츄리같은 식빵까지 고정관념을 깬 빵집,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만난 상수동카스티야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하1층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소한 내음이 넘치는 곳이 있다. 백화점답게 굳이 그 지역에 가지 않더라고 이름값하는 빵집을 만날 수 있다. 한바퀴 둘러보면서, 먹고 싶은 빵을 골고루 사야 하는데, 이번에는 한 집에서 멈췄다. 2017년에 10대 달인에 선정됐다고 한다. 방송은 거의 본 적이 없지만, 지난번 소격동 솔트24도 그렇고, 요즘 달인 빵집을 자주 찾고 있다. 

 

타임스퀘어에서 만난 상수동 카스티야는 본점에 비해 종류는 많지 않다. 아마도 베스트만 고른 듯 한데, 익숙함 속에 새로움이랄까? 친근한 생김새와 달리 이름은 엄청 낯설다. 홍대 옆이 상수동이고, 뚝섬 옆이 성수동인데, 이걸 헷갈렸다. 상수동을 서울숲 근처로 착각해, 본점까지 가는 건 멀어서 싫은데 가까운 영등포에 매장이 생겨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등포에서 상수동은 그리 멀지(약 35분 소요) 않다. 

 

검색을 하니, 상수동 본점은 빵 종류가 많던데, 타임스퀘어는 카스티야, 폴식빵 그리고 마늘바게트가 있다. 

 

카스티야라고 해서 새로운 빵종류인 줄 알았는데, 생김새는 딱 카스텔라(카스테라인 줄 알았는데, 비표준어라고 함)다. 뭐가 다른가 했더니, 식용유를 넣지 않고, 유기농 밀가루로 만들었고, 맛은 카스텔라와 치즈케이크 중간이란다. 카스텔라에서 치즈케익 맛이 난다니, 아니 먹을 수가 없다. 더불어 생김새는 누가봐도 식빵이 맞는데, 그 식빵과 다르다고 하니 역시나 아니 먹을 수가 없다. 각각 하나씩 구입완료다.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네~

빵이 눌리면 안될 듯 싶어, 거금 100원을 내고 쇼핑백도 구입을 했다. 집에 장바구니가 엄청 많은데, 계획없이 오는 바람에 챙기지 못했다.

 

왼쪽은 폴식빵이고, 오른쪽은 카스티야다~

누가봐도 카스텔리가 맞는데, 왜 카스티야라는 이름을 만들었을까? 그냥 빵집이름이 카스티야이니, 다름을 주고 싶어서 빵이름도 카스티야라고 한 것일까? 아직은 먹기 전이라, 이름 가지고 혼자서 투덜대고 있다.

 

윗면에 이어 옆면도 누가봐도 카스텔라가 맞다. 아니 확실하다. 아무래도 이름에서 차별을 주기 위해 카스티야로 했구나 했다. 카스텔라와 치즈케이크 중간 맛이 난다는 건, 까맣게 잊어버리고 비주얼만 보고 이러쿵저러렁쿵하고 있다. 

 

비닐봉다리에서 빵을 꺼낼때 기존에 먹었던 카스텔라에 비해 힘이 없다고 해야 하나, 부들부들 거린다고 해야 하나, 살짝 다름이 느껴졌다. 혹시 하면서 윗부분을 눌렀더니, 빵하고 터지지는 않고, 중간부분이 불룩해졌고 손을 떼니 다시 원상복귀가 됐다. 아무래도 카스티야의 핵심은 비주얼보다는 맛이고, 겉면과 달리 속살에 비밀이 숨어 있나보다.

 

겉모습은 여느 카스텔라와 비슷할지 모르지만, 속은 전혀 다르다. 도구가 없어서, 투박하게 손으로 잘랐지만 카스텔라 특유의 뻑뻑함이 보이지 않는다. 촉촉함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겁나 부드럽다. 우유랑 커피랑 같이 먹으면 좋다던데, 이런 촉촉함이라면 빵만 먹어도 되겠다.

 

느낌적인 느낌은 카스텔라가 맞는데, 맛이나 질감은 딱 치즈케익이다. 사과폰의 잠금을 해제하듯, 가볍게 빵을 스쳤을뿐인데 손가락에 부드럽고 촉촉한 카스티야가 안착을 했다. 스칠때 느껴지는 질감이나 맛은 영락없이 치즈케이크 더하기 카스텔리가 맞다. 이래서 이름을 카스티야라고 했나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치즈맛은 전혀 나지 않는다. 질감은 치즈케익, 맛은 카스텔라다.

 

윗면을 봐도, 옆면을 봐도 생김새는 식빵이 맞지만, 식빵이 아니다. 빵부스러기가 어마무시하게 떨어지는 페스츄리 계열의 빵처럼 보인다. 하지만 카스티야처럼, 요녀석은(?) 폴식빵이다.

 

반으로 자르니, 식빵이라 쓰고 페이스트리(페스츄리)라 읽어야 한다. 크루아상처럼 한결 한결 레이어가 살아 있다. 이래서 컷팅하지 말고, 손으로 뜯어서 결대로 먹으라고 했나보다. 다른 식빵은 구워 먹거나 잼을 발라서 먹었는데, 요건 더하지 말고 그냥 먹는게 가장 좋다. 

 

겉면의 바삭한 부분은 시럽을 발랐는지 달달하고, 안쪽은 결을 질감과 함께 부드러움이 가득이다. 밤식빵말고 잼을 찾지 않고 다 먹은 건, 폴식빵이 두번째다. 고정관념을 깨는 수평적 사고, 카스티야와 폴식빵에서 답을 찾았다. 다음에는 본점인 상수동으로 가서, 다른 빵도 맛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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