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핑하오
굴이 있어 겨울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주말마다 굴떡국을 먹고 있는데도 질리지 않고, 평일에는 굴짬뽕을 찾아 다닌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더니, 주출몰지역인 마포구 도화동에 굴짬뽕을 하는 곳이 있다. 계절 한정이니 겨울이 지나면 먹을 수 없다. 고로 지금 당장 먹으러 핑하오로 간다.
연예인 사인보다 더 막강한 연예인과 사진찍기, 밖에 버젓이 있으니 아니 볼 수 없다. 굳이 가까이 다가가서 찍을 이유가 없기에, 멀리서 찰칵.
12월이라 그런지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이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허나 여기 조명은 사시사철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안쪽으로 원탁 테이블이 있지만, 혼밥이니 사각테이블에 앉는다. 식당에서도 거리두기는 확실하게, QR코드로 명부 작성과 손소독은 이제 일상이다.
겨울이 왔지만, 서울에 눈소식은 아직이다. 펄펄 눈이 오면 좋긴 한데, 어릴때처럼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맘은 없다. 그나저나 첫눈은 언제쯤???
혼밥이니, 요리 페이지는 건너뛰고 밥과면 페이지에서 멈춘다. 마지막 줄에 나와있는 굴짬뽕(10,000원), 늘 그러하듯 면으로 주문을 한다.
핑하오도 브레이크타임이 있다. 2시 30분부터 5시까지다. 조금만 늦었어도 못 먹을뻔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자차이무침이 나오는 곳은 좀 있어 보이는 중국집.
핑하오의 매력은 역시 푸짐한 양이다. 국물이 많긴 하지만, 건더기도 푸짐하다. 백짬뽕 스타일의 굴짬뽕,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비주얼이다. 양파는 탄게 아니라 불향을 입은거다.
양파와 배추가 가장 많고, 색을 위해 부추와 당근도 들어있다. 기존에 먹은 백짬뽕에는 홍합에 새우 등 여러 해물이 들어있지만, 굴짬뽕에는 굴향을 해치치 않기 위해서인지 굴과 오징어를 제외하고는 다른 해물은 없다.
중국집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핑하오는 불향을 내기 위해 채소를 볶을때 굴도 같이 넣어서 볶는 거 같다. 왜냐하면 탄듯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볶아서 그런지 굴국을 먹을때와 달리, 굴이 무르지 않고 단단하니 씹는 맛이 있다.
굴때문일까나? 기존에 먹었던 백짬뽕에 비해 국물이 한층 더 진하다. 짬뽕을 먹으면 특유의 내음이 있는데, 굴짬뽕에는 그게 없다. 그래서 굴향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올때마다 느끼지만, 이집 면발은 유독 길다. 면치기를 하려면 면의 처음과 끝을 봐야 하다던데, 중간에 끊지 않으면 모를까, 길어서 면치기 성공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나만의 루틴, 짬뽕을 먹기 전 식초를 샤샤샤~ 그래야 국물도 뒷맛도 깔끔해진다.
굴짬뽕이니 면과 굴을 같이 먹어야 한다. 면발이 길어서 중간에 끊어야 숟가락에 다소곳이 담을 수 있다. 여기에 굴 하나를 올려서 먹으면, 입 안 가득 굴의 풍미가 퍼지면서 면은 어느새 저 너머로 사라진다.
식감이 다른 굴와 오징어가 만나니, 아니 좋을 수 없다. 자, 여기까지는 연출용이고, 본격적으로 젓가락을 들고 면을 후루룩 후루룩 해야겠다.
면 먹고 굴 먹고, 굴 먹고 면 먹고, 이렇게 저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폭풍식사 중이다. 참, 중간중간 진한 국물 타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은 숟가락으로 국물을 먹고 있지만, 곧 그릇을 들고 벌컥벌컥할 예정이다.
자차이무침을 올려서 먹으면, 아삭 식감이 더해져 좋다. 이눔의 굴짬뽕 사랑은 지치지도 않는다. 만약 일년내내 먹을 수 있다면 질렸을 텐데, 리미티드 에디션처럼 한정이라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다. 안동장을 넘어 핑하오로 왔으니 다음은 어디로 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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