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떡국에 매생이전까지 원효로3가 땅끝마을

원효로3가 땅끝마을

맘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자주 찾아야 한다. 특히 처음 만난 먹거리라면 더더욱 자주 찾아야 한다. 전날 일부러 음주까지 했으니, 제대로 해장을 하러 가야겠다. 고소한 초록빛 물결이 넘실대는 매생이 속으로 원효로3가에 있는 땅끝마을이다.

 

일주일만에 재방문이다. 다시 한번 더 강조하지만, 땅끝마을이라고 해서 해남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여기는 서울 용산구 원효로3가에 있는 땅끝마을이다. 첫방문때는 지도앱의 도움으로 두리번 거리면서 왔는데, 한번 와봤다고 이번에는 성큼성큼이다. 

 

지난번과 달라진 점이라면 지도앱뿐만 아니라, 시간도 일부러 2시를 넘겨서 도착을 했다. 왜냐하면 혼밥은 한산할때 즐겨야 하니깐. 맛있는 녀석들을 몰랐더라면, 지금도 매생이의 참맛을 몰랐을 거다. 고로 베리 땡큐~

 

매생이 굴국밥도 좋았으나, 콩나물이 있어 매생이만을 즐기기에는 살짝 부족했다. 고로 이번에는 매생이떡국이다. 근데 계산할때 알게 됐는데, 오롯이 매생이를 맛보고 싶다면 매생이탕을 먹어야 한단다. 근데 메뉴판에 매생이탕이 있던가 싶어, 사진을 찬찬히 보니 요리류 라인 끝에 있다. 식사류에만 신경쓰다보니 놓쳤다. 한번 더 땅끝마을에 가야할 핑계가 생겼다. 참, 주문은 매생이떡국(7,000원)과 매생이전(13,000원)이다.

 

지난번에는 매생이보다는 매생이 국물로 만든 듯한 전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당면볶음이 나왔다. 깍두기와 겉절이는 늘 나오는 반찬인 듯 싶고, 나머지 2개는 그때그때 달라지나 보다. 

 

매생이떡국 등장이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오롯이 매생이 맛을 즐겨야 하므로 항공샷을 후다닥 찍은 후, 숟가락으로 빠르게 김가루를 제거했다. 김으로 인해 매생이 향이 죽으면 안되니깐. 다음에 주문할때는 김가루를 빼고 달라고 해야겠다. 

 

비주얼은 비릿한 향이 날 거 같은데, 신기하게도 고소한 향만 난다. 실타래처럼 가느다란 녹색실이 풀어져 있는데, 질기거나 억센 느낌은 전혀 없고 압에 들어가면 뭘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녹아서 사라진다. 미역, 파래, 김은 특유의 향이 있는데, 매생이는 바다녀석 치고는 무향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굴을 엄청 좋아하는데, 미안하지만 올해는 매생이가 우선이다. 짙은 초록의 매생이가 자꾸만 자기만 보라고 하니, 굴은 있긴 있는데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굴아~ 미안하다.' 

 

매생이는 대단한 녀석(?)이다. 왜냐하면 뚝배기에 음식이 나오면, 거품을 일으키며 보글보글 끓고 있는데 매생이는 다르다. 끓고 있긴 한데, 동그란 거품이 생겼다가 퍽하고 터지지 않고 거품이 생겼다가 금세 숨이 죽는다. 이래서 매생이국에는 김이 생기지 않아 미운 사위에게 준다고 했나 보다. 뚝배기도 뜨거운데, 매생이떡국이니 입천장을 위해서는 앞접시에 덜어서 먹어야 한다. 

 

한올 한올 몇 개 아니 몇백만개의 가느다란 실이지 않을까 싶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다고 하니, 올 겨울 많이 먹어야겠다. 또다시 강조하지만, 비주얼과 달리 비린내는 일절 전혀 없다. 부드러움과 고소함만 가득이다.

 

혼밥이라 매생이떡국으로도 충분하지만, 매생이전이 너무나 먹고 싶었다. 미역이나 김, 파래 그리고 매생이로 전을 먹어본 적이 없다. 전은 녹두나 배추, 부추 등 채소로 만들지, 해초로 전을 만든다?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피자의 토핑처럼 굴이 올려져 있고, 노릇노릇 옆으로 진한 녹색이 보인다. 비주얼은 해물전이고, 녹색은 부추라 착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매생이다. 

 

기름에 닿아서 바삭해진 겉면을 살짝 들춰내니, 온통 매생이 세상이다. 매생이가 이렇게나 많이 들어 있다니, 국밥이나 떡국과 달리 매생이의 깊은 맛이 강하게 난다. 역시나 비린내는 일절 없고, 파래향과 비슷한 듯 싶지만 좀 더 옅다고 해야 하나? 해초 중에는 가장 향이 약한 녀석(?)이 아닐까 싶다. 그에 비해 고소함은 으뜸이다.

 

매생이떡국에 매생이전까지 혼자서는 완전 무리다. 그래서 집에서 나올때, 아예 덜어갈 용기를 챙겼다. 포장을 부탁하면 되지만, 비닐이나 일회용 용기를 사용할 거 같기에 챙겨서 나왔다. 두 조각만 먹고 나머지는 다음날 집에서 먹었다.

 

매생이전을 먹느라 꽤 시간이 걸렸는데도. 매생이떡국은 여전히 뜨껍다. 음식을 천천히 먹어서 다행이지, 빨리 먹었더라면 입천장이 남아나지 않겠다. 

 

선짓국이나 황태 북어해장국은 4계절내내 먹을 수 있지만, 매생이는 겨울에만 먹을 수 있다. 고로 시즌제로 겨울 해장은 무조건 매생이다. 

 

반찬을 올려도 좋지만, 그냥 먹는게 가장 좋아~

매생이라는 엄청난 녀석(?) 앞에 반찬은 사치일 뿐이다. 왜냐하면 굳이 반찬이 없어도 완뚝배기를 할 수 있으니깐. 다른 반찬없이 담백하게 고소하게 먹을때가 가장 좋다. 혹시나 마지막 사진만 보는 분도 있으니, 매생이떡국은 현장에서 다 먹었고, 매생이전은 용기를 챙겨와서 포장했다. 국밥을 지나 떡국을 넘었으니, 이제는 매생이와 굴만 있다는 매생이탕에 도전이다.

 

 

입천장 조심 매생이 굴국밥 원효로3가 땅끝마을